터키는 고양이 천국..이유가 더 놀랍다

2013. 12.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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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정민 기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비명이 들린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가슴을 쓸어내리는 여성의 발아래에 능청스레 걸어 나오는 고양이가 보인다. 고양이는 '먹을 거 안 주면 그만이지 왜 소리는 질러'하는 표정이다. 고양이가 저리 느긋한 모습은 처음 본다. 터키 고양이들은 한국 고양이와는 딴판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터키 고양이와 한국 고양이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터키 고양이가 다른 이유

▲ 보드룸

보드룸 성에서 본 바다 모습 멀리 하얀집들은 서머하우스

ⓒ 강정민

▲ 터키 고양이

터키 고양이는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느긋하다.

ⓒ 강정민

터키 여행 둘째 날, 우린 에게해가 보이는 쿠사다시 호텔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중세 십자군의 전진기지가 있던 보드룸이다. 보드룸 성 안에는 십자군의 유물보다는 페르시아 유물이 많았다. 보드룸 앞바다에서 페르시아 배를 건져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린 다시 파묵칼레로 출발했다. 네 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린 참이었다.

우리 일행이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고양이 서너 마리가 식탁 아래로 들어온 것이다. 고양이가 발아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한 여성은 고양이 움직임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우린 이상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고양이도 고양이를 내쫓으려 하지 않는 식당 직원들도. 우리 일행은 웅성거렸고 결국 한국인 가이드가 호텔직원들에게 뭐라고 말을 건넸다.호텔직원의 손에 잡혀 끌려나가는 고양이는 통통했다. 털엔 윤기가 흘렀다. 가이드에게 터키에서 본 고양이가 한국의 고양이와 다른 모습인 이유를 물었다.

"여기선 주인 없는 개와 고양이도 사람들이 잘 먹여요. 먹을 게 풍부하거든요. 일단 뿌리기만 하면 농사가 잘 돼요. 농약도 안 뿌려요. 과수원에 가서 따 먹는 것은 괜찮아요. 가져가는 것은 안되지만. 그리고 이슬람 교리에선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라고 해요. 이슬람에선 자선을 베푸는 사람은 이기심을 정화해 자신의 죄를 갚을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어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빵집에서도 하루 지난 빵은 그냥 줘요. 그러니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도 잘 먹이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여기선 부자도 안 쓰면 거지다. 그런 말이 있어요."

들고양이까지도 잘 먹이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가 긴 세월 계속되면서 고양이의 유전적 특성까지도 변화시킨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터키는 개와 고양이의 천국이란 소릴 듣는다.결국, 변수는 풍부한 먹을거리와 이슬람교였다.

이슬람에 대해 안 좋게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터키에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서구 문화가 기독교 문화이다 보니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이 많다. 나 역시 이슬람에 대해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었다. 사실 어느 종교나 경전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인들이 그걸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이슬람 문화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신발을 벗으시고 그 속에 양말을 잘 넣어두세요"

▲ 파묵칼레

온천 물이 차고 있는 중. 석회 온천이 오랜 시간 침전되면서 만들어진 멋진 광경이다.

ⓒ 강정민

늦은 시간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파묵칼레 온천 바로 아래였다. 터키 여행 셋째 날,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파묵칼레로 향했다. 파묵칼레는 석회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석회질의 온천수가 산비탈에 오랜 세월 침전되면서 만년설과 같은 백색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파묵칼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침전물의 모습이 꼭 얼음 같아서 얼음 위에서 온천을 즐기는 특이한 모습이 연출된다. 파묵칼레는 로마 시대에도 유명한 온천이었다. 당시 아픈 귀족들이 요양차 이곳에 많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의 온천수를 이용해서 안약도 만들었다. 수로며 원형극장이며 로마 유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가이드가 "신발을 벗으시고 그 속에 양말을 잘 넣어두세요. 여기 개들이 양말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냄새나는 양말 조심하세요"하고 말했다. 우린 웃었다. 돌아다니는 개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군견으로 쓰이는 개랑 비슷한 개도 있다. 하나같이 몸집이 큰데 사람을 향해 짖지는 않는다. 개가 양말을 물어 가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양말을 주머니에 넣었다. 바지를 걷고 눈처럼 햐얀침전물을 밟았다. 차다. 조심스레 걸어서 흐르는 온천에 발을 담갔다. 따뜻하다. 이곳은 고지대라 아랫마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먼 산의 모습까지 그림처럼 멋지다. 너무 이른 아침에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게 한 가이드한테 섭섭한 마음이 들었는데 덕분에 파묵칼레의 멋진 광경을 한가롭게 보게 되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우린 다시 여름 휴양도시인 안탈리아로 향했다. 안탈리아는 터키의 제일 큰 휴양지라고 한다. 터키는 여름방학이 3개월이라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방학 때 휴양도시의 서머하우스에서 지낸다. 나머지 계절에는 비어있는 집들이다. 저 멋진 서머하우스가 9개월 동안 비어 있다니 아깝다. 내가 윈터하우스로 쓰면 어떨까 싶다. 터키의 여름은 건조하기 때문에 아무리 온도가 높아도 그늘에만 가면 시원하단다. 그래서 이곳 안탈리아에선 에어컨 없이도 지낼 수가 있다. 여름이 되면 유럽인들이 차를 끌고 안탈리아로 온다. 특히 독일 사람들이 많이 온다. 그리고 중동의 갑부들도 많이 온다. 유럽보다는 터키가 같은 이슬람권이라 중동 사람들이 지내는 데 편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이 여름 휴양지로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바다에 물고기가 없어서 바다가 깨끗하기 때문이다. 이쪽 지역은 간만의 차가 없어 물속에 플랑크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물고기가 거의 없고 덕분에 해안가엔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수영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더 좋아한다.

안탈리아- 통통배에서

ⓒ 강정민

안탈리아 해안가도 보드룸처럼 영화에서 보던 보트들이 많았다. 그 중 멋지게 생긴 보트를 우리 일행도 탔다. 통통배라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1인당 50유로를 내야 하는 선택관광이었다. 우리 식구는 넷이 탔으니 약 3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안탈리아 바닷가의 언덕엔 터키에선 보기 힘든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한 시간 정도 유람을 하고 돌아와서 우린 안탈리아에 있는 오스만트루크 제국 시대의 구시가지를 돌아보았다.

아기자기한 돌길들은 미로와 같았고 길에는 기념품과 카펫 그리고 옷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군밤을 파는 노점상도 있었다. 먹어 보니 군밤 맛은 똑같다. 과일가게엔 과일이 산처럼 쌓아져 있다. 석류즙 음료도 싼값에 먹었다. 호기심에 먹어 본 케밥도 맛있다. 우리 버스가 주차된 곳까지 걷는데 거리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전차부터 모래공예(?) 그리고 터키 아이들의 전래놀이를 보여주는 동상들이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우리가 했던 놀이랑 비슷하다. 공기놀이 굴렁쇠놀이 등등 놀라울 정도다. 시가지를 돌아서 우린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문에 닿았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로마가 최대영토를 가졌을 때 황제다. 황제가 정복전쟁을 마치고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오현(다섯 명의 지혜로운 황제)중 한 명이다.

영어를 할 줄 알아야 바가지를 안 쓰는구나

그리고 우린 안탈리아의 링비치(ring beach)호텔로 갔다. 저녁을 먹는데 함께 온 분들이 호텔 앞 상점에서 기념품을 산 이야기를 한다. "그 집이 그 정도면 싼 편이네요." 싸 다는 말에 저녁을 먹고 따라 나섰다. 영어가 안 되니 일행들이 산 것만 관심을 가졌다. 일행들이 깎아 놓은 물건을 살뿐 새로운 물건은 살 엄두를 못 냈다.

'기념품을 바가지 안 쓰고 사려 해도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 다음번에는 깎는 말이라도 배워와야지

.'

그렇게 터키 여행 셋째 날 안탈리아의 밤도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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