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위를 덜컹덜컹 낭만싣고 心바람난다

2013. 3. 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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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내륙순환·백두대간협곡 열차 내달 운행.. 관광 전용으로 개조창문 밖에 펼쳐진 절경 감상 일품.. 연계 프로그램 선택도 다채로와

[스포츠월드]

우리나라에도 '빨리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 특별한 열차가 생겼다. 코레일은 최근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라인을 벨트로 묶어 관광전용 특화 열차를 투입하는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와 V-train(백두대간협곡열차)을 공개하고 4월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KTX 개통 이후 '덜컹덜컹∼' 레일 위를 달리는 낭만이 사라져 아쉬웠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열차는 개발 초기 부터 '관광'이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만들어 졌고 긴 거리를 이동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관광열차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국내 최초의 본격 관광전용 열차를 타고 백두대간의 한복판으로 한발 먼저 들어가 봤다.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

오전 7시 45분. 서울역 승강장에는 알록 달록한 모습으로 단장한 예쁜 열차 한 대가 시승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의 순환구간을 아우르며, 강원도(영월군, 정선군, 평창군, 태백시, 삼척시 인근), 경상북도(영주사, 봉화군, 울진군, 영덕군 인근), 충청북도(제천시, 단양군 인근) 등을 순환하는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이다. 서울역을 아침 7시45분에 출발한 이 열차는 제천, 태백, 영주 등 중부내륙 순환구간 (257.2km)을 1일 4회 순환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한강철교를 건너지 않고 용산을 지나 동쪽 이촌역 방향 중앙선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강변북로 위에는 승용차들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간다. 반면, 철길 위에는 교통 체증 같은 단어는 없다. 열차는 말 그대로 쏜 살 같이 달린다.

새마을호와 동급이라는 열차의 속도는 제법 빠르다. 주변 풍광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여행객은 아쉽겠지만 강원도는 느릿느릿 가기에는 너무도 멀다. 최고시속 165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누리로(EMU-150)를 관광전용으로 개조한 이 열차는 일본이나 유럽의 특급관광열차를 벤치마킹했다. 모든 객실은 목조 느낌이 나도록 꾸몄으며, 외관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내부는 백두대간의 사계를 콘셉트로 만들었다. 유아 놀이공간, 카페, 전망석을 갖췄고 휴대폰 충전을 위한 전기콘센트까지 각 열에 마련해 놨다.

열차는 10시 15분 도담삼봉을 상징으로 하는 단양역에 도착했다. 단양역 광장 맞은편에는 옛 열차를 개조해 만든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 내부는 추억 속 열차 풍경 그대로다. 파란색 시트에 하얀 커버가 쓰인 의자에 천장에는 선풍기가 한가롭게 돌아가는 모습은 '낭만'이라는 단어 그 자체다. 이 집 라면 맛은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을 만큼 기가 막히다. 단양의 명물 도담삼봉을 둘러보고 마늘 한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이 있는 다누리센터를 둘러보고 다시 열차에 올랐다.

▲V-train(백두대간협곡열차)

O-train이 멈춰선 곳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분천역. 옛 모습을 살려 새롭게 단장한 아담한 역사 앞으로 낯선 모습의 열차 한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부내륙지역의 비경을 왕복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이다. 기관차는 흰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를 한 백두대간의 아기 호랑이를 콘셉트로 했다. 분천, 양원, 승부, 철암 구간(27.7km)을 하루에 3번 왕복하며, 특히 가장 아름다운 분천에서 석포에 이르는 구간은 시속 30Km로 천천히 이동한다. 선명한 분홍빛 객차가 인상적이다. 관광객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거대한 창문은 위 아래로 개방되어 백두대간 청정 자연이 만들어낸 청정한 공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맨 뒤쪽 열차에는 전망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객차의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전판은 1량당 1일 평균 5KW의 전력을 생산하며, 각 객실에서 사용되는 조명, 선풍기, 승강문 작동장치 등에 소요되는 전력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친환경 열차다. 목탄 난로가 객차에 있어 고구마를 구워먹는 재미도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자동차 여행을 하며 보던 풍광과 사뭇 다르다.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첩첩 산중 오지에 철로를 놓았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게 다가온다.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가 만들어낸 비경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 그 자체였다.

열차는 영동선 분천역과 승부역 사이에 있는 양원역에 잠시 멈춰섰다. 아담한 양원역 건물은 국내 최초의 민자역사다. 이웃마을 승부역까지 걸어가 기차를 이용하던 이 마을 사람들이 영동선 개통 35년 만에 기차가 잠시 마을에 정차하게 되자 직접 승강장과 대합실, 화장실, 이정표를 만들었다. 이 역에는 하루 4회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한다. 오후 2시 55분 분천역을 출발한 열차는 양원과 승부를 거쳐 오후 4시 5분 철암역에 도착한다. 시승단은 철암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을 들른 뒤 하이원 리조트가 있는 고한역에서 내려 일정을 마무리했다.

▲여정이 주는 즐거움, 승용차 여행과 비교해 하늘과 땅 차이

관광전용 열차를 타고 강원도 남부 영월·정선·태백 지역으로 가는 길은 반 나절 이상 걸리는 여정이다. 승용차나 버스로 이동하면 4시간 남짓이면 가는 길을 일부러 돌아서 가는 비효율적인 방법 같지만 여정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하늘과 땅 차이다. 관광열차를 이용해 백두대간 속살의 풍광에 취한 뒤 박물관의 고장 영월을 둘러보거나, 아라리의 고장 정선에서 푸근한 5일장의 여유를 즐기는 일정 등 연계 프로그램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관광전용 열차로 하이원리조트 인근 고한역까지 이동해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겨 볼 수도 있다. 인근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레저·숙박 인프라를 갖춘 하이원 리조트는 코레일과 손을 잡고 이번 중부내륙 관광열차 사업에 큰 기대를 걸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준비 중이다. 코레일은 막바지 점검을 마친 뒤 4월부터 본격적인 중부내륙 관광열차 운행에 들어간다.

글·사진=전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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