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마을이야기 화폭에 '고스란히'

2012. 12. 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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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음악 주제로 지역민 생활공간을 공공미술로
부산 감천문화·전남 화순 성안마을 등 11곳서 진행

[세계일보]조각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고추 먹고 맴맴' 발상지 충북 음성군 동요마을, 전남 화순군 남산 토성 아래 자리 잡은 성안마을…. 전국 곳곳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굽이굽이 서린 마을이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마을 이야기가 미술로 화려하게 꽃피운다. 지역민의 생활공간을 공공미술로 가꾸는 '2012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마을미술 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2012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지리·역사·생태·문화적 가치가 있는 마을을 공공미술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2009년부터 매년 사업지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서울 성북·강서구, 경기 수원시, 강원 철원·횡성군, 충북 음성군, 전북 남원시, 전남 화순군, 경북 안동시, 부산 사하구, 제주 서귀포시 등 11곳에서 진행됐다. 이 가운데 공공미술로 크게 달라진 마을 네 곳을 찾았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설치된 '감천과 하나 되기'. 작품 뒤로 감천문화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공공미술의 모범 사례…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천마산과 아미산 사이에 위치한 반달고개를 따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감천문화마을. 이곳은 6·25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피란민의 집단거주지였다. 가난한 피란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던 우중충한 잿빛 마을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 초라한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 공모 선정을 계기로 마을 곳곳에 아름다운 벽화와 조형물이 자리 잡게 된 것.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2011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올해 '2012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마을은 풍요로운 미술 도시로 변신했다.

과거 목욕탕이었던 공간이 감천문화마을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감내어울터'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체험, 주민 교육, 미술품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된다.

이뿐이 아니다. 커뮤니티센터인 감내어울터, 마을 홍보소인 하늘마루, 기념품 판매소인 아트샵, 감내카페, 갤러리가 생겨나면서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올해는 일본 유엔헤비타트 후쿠오카 본부에서 진행한 '아시아도시경관상'에 선정돼 주민들이 주도하는 협의회가 다양한 문화마을 조성 사업과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마을의 변화에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동네 주민들. 부산 사하구청 창조도시기획단 이귀향 계장은 "동네가 아름답게 변하자 집 외벽을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칠하는 주민이 크게 늘었다"며 "관광객이 늘자 골목길 쓰레기를 줍고 집 앞을 청소하는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동요마을에 설치된 안명수의 '동요길 꽃밭에서'와 '미루나무'. 이 작품은 동명의 동요를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마을 역사를 되살린 음성 동요마을·화순 성안마을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본 동요 '고추 먹고 맴맴'이다. 이 동요의 발상지인 음성군 생극면은 동요 보급 전초지다. 2005년 '고추 먹고 맴맴' 전래 동요비 건립하고 2006년 폐교를 활용한 동요학교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동요 보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 마을미술 프로젝트 역시 동요와 음악을 주제로 진행됐다. 동요 이미지를 표현한 벽화와 전통악기인 대금·해금·나발을 닮은 가로등, 오선지와 음표 모양의 벤치까지 마을 곳곳에는 음악이 넘쳐 흐른다. 이 작품들은 동요마을의 역사와 만나며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안마을 역시 미술로 마을의 역사를 되살렸다. 말 그대로 성안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의 성안마을은 과거 고려시대 토성지였던 남산 아래 위치한 곳이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마을의 향토성과 역사성을 부각시키는 작품들이 설치됐다.

이재길 작가는 남산 고려성터 문루로 추정되는 장소에 '성문 이야기 문(門)'을 설치해 공간의 역사성을 환기했다. 작가는 "과거 성문이 있었던 곳을 기념하기 위해 '문' 형상의 작품을 세웠다"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녹이 스는 열연강판으로 만들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재길 작가는 전남 화순군 남산 고려성터의 문루로 추정되는 장소에 '성문 이야기 문(門)'을 설치해 공간의 역사성을 환기했다.

◆특유의 자연 환경을 다룬 서귀포

쪽빛 하늘과 바다가 아름다운 제주도 남쪽에는 서귀포가 있다. 천혜의 자연유산을 자랑하는 서귀포는 '유토피아로(遊土彼我路)'라는 주제로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토피아로는 숲·집·길·바다 등 4개의 소주제로 나눠진 구역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숲과 바다를 거닐고,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 삶을 이야기하며 노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귀포에서는 지역 특유의 자연환경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집이라는 소주제에 속해 있는 박건주의 '흰 파도 검은 바위'는 제주 바다를 나타낸 작품이다. 박건주 작가는 "서귀포에서 볼 수 있는 바다 풍경을 현무암과 색유리 자갈을 사용해 나타냈다"며 "제주도 특유의 재료를 사용해 검은 바위가 상징적인 제주 바다를 그렸다"고 말했다. 길이라는 소주제에 속해 있는 부지현의 '류(流)' 역시 폐가에 폐집어등을 설치해 파도가 넘실거리는 제주 바다를 형상화했다.

부산·음성·화순·서귀포=글·사진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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