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힐링.. 동해 크루즈 여행 떠나보자

속초=글·사진 서승진 기자 2017. 6.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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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특급호텔' 코스타 빅토리아호 승선기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의 웅장한 모습. 배의 길이는 253m에 달하고 높이는 14층 아파트와 비슷하다.
11층 갑판 위에 갖춰져 있는 수영장(위)과 이탈리아 음식을 주로 제공하는 5층의 정찬 레스토랑의 모습이다.

은은한 조명 사이로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테이블 위에 놓인 진한 와인 향과 창밖으로 타들어 가는 듯한 붉은 노을은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한다. 잔 안에서 일렁이는 와인을 보고서야 육지로부터 수백㎞나 떨어진 바다 위라는 것을 깨닫는다.

크루즈 여행은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이나 미주에선 인기 아이템이다. 편안하게 여행과 힐링을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Costa Victoria)’에서 5박6일을 지내보니 왜 이 배를 ‘바다 위의 특급호텔’이라 부르는 지 알 것 같았다.

지난달 30일 오전 강원도 속초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국절차를 마치고 7만5000t급 코스타 빅토리아호에 올랐다. 배의 길이는 253m로 63빌딩을 눕힌 것과 비슷하고, 높이도 14층 아파트 정도라 대형버스도 곁에선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탈리아 기업인 코스타는 유럽 최대의 크루즈 선사다.

선박에 들어서자마자 배 안을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서 내렸다. 복도 양쪽엔 수십 개의 객실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 배의 전체 객실은 964개. 2300여명의 승객과 790명의 승무원이 탈 수 있다.

객실로 들어서자 작은 호텔 방 같다. 침대와 화장실, 미니바, TV 등이 놓여있었고 커튼을 여니 발코니 밖으로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속초 항구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11층에는 수영장과 자쿠지가 갖춰져 있다. 따뜻한 햇살아래 아이들은 물놀이를 했고 나이 지긋한 이들은 물 속에 몸을 담근 채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었다. 피자와 음료, 샐러드를 즐길 수 있는 뷔페식당, 농구코트도 있고 배 가장자리를 따라 조깅코스도 마련돼 있다.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마침내 속초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배는 지난 4월말부터 한국과 러시아, 일본으로 이어지는 환(環)동해 노선을 운항 중이다. 밤새 이동하고 다음날 기항지에 내려 여행하고 다시 탑승하면 다음 기항지로 이동한다. 5박6일간 러시아와 일본, 부산을 거쳐 6일째 되는 날 속초로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출항 이틀째 오후, 바다만 보이던 객실 창밖으로 육지가 나타났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이다. 기항지에선 미리 신청해야 하는 유료관광과 자유여행을 선택할 수 있다. 출국절차는 간단했다. 룸 카드와 기항지 도착 전날 선사에서 나눠준 여권사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손쉽게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전날 유료여행을 선택해둬 하선 직후 가이드를 만나 버스에 몸을 실었다. 4시간 가량 혁명광장, 잠수함 박물관, 독수리 전망대 등 블라디보스토크의 주요 관광지를 차례로 들른 뒤 다시 배에 올랐다.

다음 날은 러시아에서 일본 사카이미나토까지 계속 항해했지만 지루할 틈은 없었다. 배 안에선 매 시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극장에선 매일 오후 8시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고 5층 메인홀과 11층에서도 ‘애니메이션팀’이 시시각각 등장해 승객들과 함께 춤추고 게임을 즐겼다. 메인 홀과 그랜드 바(Bar)에서도 클래식과 팝송 공연이 계속 이어졌다.

배에는 한국인 승무원과 셰프 등이 함께 탑승해 시설과 프로그램 이용에 불편이 없다. 선상 프로그램 안내도 한국어로 소개돼 있다. 먹고 마시고 춤추는 프로그램 외에도 미용실과 카지노, 도서관, 면세점, 사진관, 어린이시설 등도 준비돼 있다.

다음 날 배는 일본의 사카이미나토에 도착했다. 일본의 100대 명산으로 꼽히는 다이센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유여행을 선택해 6시간 동안 곳곳을 다녔다. 한글로 제작된 지도와 관광안내서가 있어 불편이 없었다. 애니메이션 ‘게게게의 기타로’의 작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인 이 지역은 소위 ‘요괴도시’로 통한다.

곳곳에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요괴 동상이 서 있고 요괴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마치 만화책 속에 들어온 듯했다. 항구 도시답게 각종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많았는데 덮밥과 고로케, 라면, 초밥 모두 입맛에 맞았다.

6시간 도보여행으로 쌓인 피로는 6층 실내 사우나에서 풀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터키식 사우나와 핀란드 사우나가 마련돼 있다. 식사는 5층 정찬 레스토랑과 11층 뷔페식당에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특별한 자리가 필요할 때는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2곳의 유료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다.

다섯째 날 오전 부산항에 도착했다. 항구에서 택시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거닐었다. 돼지국밥과 국물 떡볶기 등 익히 알려진 향토음식으로 속을 달랬다. 오후 3시쯤 다시 배에 오른 후 하선 절차가 진행됐다. 배안에서 그동안 사용했던 요금을 정산하고 수화물도 미리 맡겨둘 수 있다.

선상에서 마지막 밤을 지낸 후 마침내 출항지였던 속초항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5박6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배에서 내리는 승객들의 얼굴엔 여행에 따른 피곤함보다는 여유가 느껴졌다.

코스타 빅토리아호의 에치오 디 눈치오(Ezio Di Nunzio) 선장은 “코스타 빅토리아에서 극장과 라운지바, 카지노, 레스토랑 등 특별한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속초=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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