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81년 묵은 극장, 그림을 품은 시장..빛고을은 문화고을
손민호.임현동 2016. 12. 2. 00:08
| 평론가 K와 떠나는 광주 역사문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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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극장을 보러가다 - 광주극장
옛날 극장을 보러가다 - 광주극장
광주극장은 1935년 10월 1일 개관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영관은 아니어도 옛 모습이 남은 유일한 극장이어서 영화 매니어가 순례 삼아 방문하는 숨은 명소다. 광복 직후에는 김구 선생 강연회가 열렸고, 60∼70년대에는 이미자 · 배호 등 인기가수 리사이틀 무대로 쓰이기도 했다. 지금은 광주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독립영화제 · 여성영화제 등 각종 영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의외로 볼 거리가 쏠쏠하다. 옛날 영사기는 물론이고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옛날 영화 간판도 전시돼 있다.
K는 광주극장을 소개하며 ‘가망 없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말했다. 그리고 광주의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방 드나들듯이 극장에서 모이고 극장을 돕는 사연을 들려줬다. 광주극장은 정기 후원회원의 활동에 크게 의지한다. 하루 평균 영화 5편을 상영한다. 어른 8000원. 062-224-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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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기억 - 금남로와 충장로
거리의 기억 - 금남로와 충장로
그러나 금남로는 흔하디 흔한 차로다. 금융기관·관공서·언론사가 밀집한 약 3㎞ 길이의 왕복 6차선 대로(大路)다. 역사와 만났을 때 6차선 도로는 비로소 금남로가 된다. 이때의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다. 80년 5월 광주시민 80만 명 중 30만 명이 매일 이 도로로 나왔고 매일 도로가 끝나는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금남로가 역사의 현장이라면 바로 옆 충장로는 일상의 영역이다. 광주광역시청이 상무지구로 이전하기 전까지 충장로는 광주 최대의 번화가였다. 충장로에 돈과 사람이 모인 데는 까닭이 있다. 충장로는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다. 고려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상인이 거주했고 광복 이후에는 화교가 모여 살았다(지금도 충장로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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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삶을 사랑하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드디어 도청 앞에 섰다. 금남로를 가로막듯이 서 있는 도청 본관은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본관 건물만 남기고 시설물의 90%를 지하에 설치했다. 그래서 모든 시설이 도청 건물을 우러르는 것처럼 보인다. 본관 왼쪽의 계단을 내려가야 본관 뒷마당 지하 25m까지 파고들어간 아시아문화전당의 전모가 드러난다. 면적 16만1237㎡로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복합문화공간은 건설비만 7000억 원이 들어갔다. 지하에 있다지만 답답한 느낌은 없다. 천장에 낸 유리창 70개를 통해 지하 4층까지 햇빛이 들어온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으리으리하다.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대형 쇼핑센터 같다. 그래서 K는 불만이 많다. K는 이 현대식 건물이 광주와 겉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중국작가 왕두(王度·59)의 조형물 ‘빅토리’ 앞에서 그는 불온한 상상을 한다. 특정한 각도에서 보면 뼈만 남은 손가락이 만들어낸 승리의 브이(V) 자가 하늘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추켜세운 것처럼 보인다고 우긴다. 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acc.go.kr)에서 관람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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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를 맡다 - 펭귄마을과 대인시장
사람 냄새를 맡다 - 펭귄마을과 대인시장
명색이 평론가이지만 K도 처분하자마자 치솟는 땅값 앞에서는 속이 시린 모양이었다. 추억을 파는 문화산업, 개발과 문화운동의 상관관계 등을 들먹이는 사이 눈앞의 골목이 갑자기 좁아졌다. 낡은 담벼락 모퉁이에서 ‘펭귄마을’이라고 쓰인 깃발이 휘날렸다.
대인시장의 표정도 해맑았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는 젊은 예술가가 대인시장을 예술시장으로 가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술가 100여 명이 상인 400여 명과 어울려 시장을 바꿨고, 지금은 광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재래시장 중 하나가 됐다. 토요일 밤마다 문화행사로 들썩이는 시장에서 옛날 시외버스터미널이 옆에 있던 시절 홍등가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은 K 같은 광주 토박이 말고는 없는 듯했다.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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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손민호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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