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의 일주일 삶은 여행이고 싶어라

리빙센스 2016. 10. 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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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가는 것들이 아름다운 건 시간 때문이다. 시간을 획일화하는 모더니즘은 낡은 것들이 왜 사무치는지 알지 못한다." 안도현 시인의 말이다. 그리고 체코가 그렇게 말한다.

내가 사는 서울은 빠르다. 경리단길도 연남동도 인사동도, 오늘과 다른 내일이 기다린다. 그리고 그것을 ‘핫하다’라고 표현한다. 핫한 것이 주는 피로함이 목 끝까지 찼다. 걷고 싶었고, 걷다가 맘 편히 쉬고 싶었다. 그때 내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넋을 잃고도 싶었다. 지금 내게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 아니겠는가. 체코로 떠났다. 여유롭게 사는 자들과 뒤섞이고 싶었다. 오래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체코인들의 미적 감각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맛있다는 체코 맥주 한 잔 놓고 세월아 네월아 음미하고 싶었다(체코는 세계 맥주 소비량 1위 국가다). 무엇보다 괴테와 베토벤, 카프카가 사랑했던 곳 아니던가!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도착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카를교를 배경으로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와 프라하 성을 연결하는 카를교는 노을이 질 무렵에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 이 아름다운 다리가 과거엔 ‘돌다리’로 불렸다니, 시간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하다.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어느덧 프라하 성에 다다랐다. 체코를 대표하는 국가적 상징물이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성. 9세기 말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9백 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웅장함과 섬세함, 아름다움에 전율이 스친다. 그 감동에 취해 건축가인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한 통 보냈다. 되돌아온 답은 시답지 않았지만, 여하튼 프라하 성이 주는 감동은 지금도 짜릿하다. 내려오는 길 끝에 보이는 아름다운 성당이 발길을 잡는다. 미사를 드리는 무리에 섞여 기도를 해본다. 여행자의 기도는 순간에 충실하다. ‘삶은 여행이고 싶어라’. 온몸이 노곤해진다. 여행자에게 스파의 유혹은 강력하다.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인근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www.mandarinoriental.com)로 향했다. 수백 년 전 수도원이 있던 곳을 그대로 보존해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여행자에게 어필하고 싶은 체코의 매력이 무엇인지 호텔 직원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 자체로 로맨틱하고, 건물 하나하나에 전설이 전해지며, 걷기에 좋은 아담한 도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곳의 스파는 자극적인 타이 마사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디테일’ ‘럭셔리’ ‘릴랙스’의 끝이랄까? 은은한 오일 향처럼 길게 여운이 남는 시간이었다. 내일은 인적이 드문 프라하 외곽을 돌아볼 예정이다. 낯선 곳에서 나를 찾는 시간, 누구나 꿈꾸는 여행 아닌가.

유럽 귀족들의 휴양지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인 카를로비바리(Karlovy Vary)로 향했다(www.karlovyvary.cz/en). 지극히 여행자의 취향에 맞춘 여행지다. 그 키워드는 #온천 #힐링 #괴테 #건축. 중세풍의 아름다운 도시로 우리에게는 국제영화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김기덕 감독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체코의 왕족과 귀족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서 온 당대 최고의 시인, 작곡가, 예술가들이 체류하며 온천 휴양을 즐기던 곳이다. 바로크·로코코·르네상스풍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하는 그림 같은 건물, 줄지어 들어선 명품 숍, 고즈넉함을 더해주는 강가…. 한 폭의 그림이다. 무엇보다 약효가 있는 온천수 덕에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과 요양의 도시다. 14세기 중반 카를 4세가 보헤미아 숲에서 사냥하던 도중에 다친 사슴이 원천에 들어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에 도시를 세웠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몸을 씻는 온천수가 아닌 음용 온천수라는 것. 그래서인지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출근하는 뉴요커들처럼 이곳 사람들은 빨대컵을 들고 온천수를 마시며 산책한다(맛은, 글쎄…). 온천수에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만든 술도 있다. 체코의 국민 술 베헤로브카(Becherovka)가 그것이다(www.becherovka.cz/muzeum). 일단 한 병을 가슴에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카를로비바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리안스케라즈네(Marianske Lazne)가 있다. 카를로비바리와 함께 체코의 대표 온천 도시다. 쇼팽과 바그너, 브람스, 카프카, 괴테, 처칠이 사랑한 이 마을. 걷다

‘터키항공’으로 떠나는 프라하 여행

편안한 여행을 위해 선택한 항공은 터키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터키항공에서 자랑하는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터키항공은 335대의 항공기(여객/화물)를 보유하고 전 세계 116개국 292개 이상의 도시로 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Wifi 무료, 180도 풀플랫(Full Flat) 좌석, 기내 플라잉 셰프(Flying Chef) 서비스가 운영된다. 각종 상에 빛나는 이스탄불 CIP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이스탄불-프라하 구간은 주 11회 운영 중이다.

형형색색 건축물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골목 구석구석 들어선 카페에선 낭만과 여유가 느껴진다. 호텔 입구에 놓인 방명록엔 손님들의 위트 넘치는 멘트가 기록돼 있어 여행자의 웃음을 자아낸다. 과거 유럽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카를로비바리와 마리안스케라즈네에는 수백 년을 간직한 로마풍의 목욕탕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중세시대부터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던 ‘맥주 스파’도 재연된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곳은, 바로 체코다.

보면 위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이곳에서 마지막 사랑을 불태웠다. 노년의 괴테는 휴양차 이곳에 왔다가 자신보다 55세나 어린 17세 소녀 울리케를 사랑하게 돼 이후 3년간 이 도시를 찾으며 열렬히 구애한다. 주변의 반대에도 괴테는 “제발 이 성냥 한 개비가 타는 동안만이라도 그녀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실연의 아픔으로 괴테는 한 줄 한 줄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 문학사에 길이 빛날 명작 <마리엔바트의 비가>다(www.marienbad.cz). 마리안스케라즈네라는 이름은 ‘마리아의 욕조’라는 뜻으로,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한 병사가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비친 온천수에 몸을 담갔더니 상처가 치유됐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특히 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미네랄 온천수로 하는 목욕은 왜 문호들이 이곳을 방문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헬스 스파 리조트에 방문하면, 에드워드 7세가 사용했던 로열 캐빈에서 목욕을 즐길 수도 있다(www.marianskelazne.cz/en).

체코 여행을 택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호텔 샤토 므첼리(Chateau Mcely)를 경험하고 싶어서다. 샤토는 ‘성’이라는 의미고, 므첼리는 지명이다. 샤토에 발을 들이는 순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여기라는 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의 저자 리사 폴렌은 이런 말을 남겼다. “샤토에서는 17세기 신고전주의적 로맨틱함이 배어나오며, 위풍당당한 하얀 파사드 뒤로 정교하게 장식한 실내, 그러니까 반짝이는 샹들리에, 호화로운 패브릭, 길고 구부러진 층계를 자랑한다.” 샤토의 인테리어가 상상되는지….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것! 프라하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보헤미아 중심에 있으며(공항에서 픽업 서비스 가능),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멋스러움이 공존한다. 3개의 객실과 스위트룸, 수영할 수 있는 호수와 아이들의 놀이터, 산책로가 있어 소풍이나 휴가, 웨딩 같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마우레르 그랑드 레스토랑 가이드(Maurer’s Grand Restaurant Guide)에서 최고의 식당이라 찬사를 받은 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 레스토랑이 바로 이곳에 있다. 그리고 스파가 있다는 사실! 이곳의 스파가 유명한 이유는 호텔의 넓은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를 이용해 만든 최고급 화장품 ‘므첼리 부케(Mcely Bouque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꽃밭이 펼쳐져 있어 더욱 로맨틱한 경험을 선사한다(www.chateaumcely.com). 해가 어둑어둑해졌다면 샤토 옥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봐야 한다. 정말 마법 같으니까. 체코에서의 일주일이 끝나간다. 마법같이 빠른 시간이다.

극강의 우아함 동유럽 인테리어

체코는 낡아가는 것들이 왜 아름다운지 고개를 돌리면, 땅을 밟으면, 건물에 들어서면 느끼게 되는 곳이다. 바로크·로코코·르네상스풍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해 묘한 느낌마저 든다. 무심코 밟은 바닥재, 높디높은 천장과 그 위를 수놓는 화려한 샹들리에…. 모두 수백 년 전의 것임에도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체코의 건물 대부분은 재건축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 역사 안에 현대적인 감각이 추가돼 오늘날과 같은 극강의 우아함이 완성됐다. 호텔과 셀렉트 숍, 카페에서 발견한 뼛속까지 우아한 체코인들의 감성 인테리어를 휴대폰 속에 담아왔다.




취재 : 하은정 기자 | 사진 : 하은정 기자, 체코 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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