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일간의 세계여행] 120. 1000년 세월, 제마엘프나 광장..'프랑스+아랍'의 향기

2016. 8. 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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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기차는 침대칸이 아닌 이등석이라 자는데 불편했지만 옆좌석에 사람이 없어서 견딜만했다. 모로코는 프랑스와 스페인에게 분할 점령을 받은 역사로 인해 프랑스어가 제2의 언어라고 한다. 소르띠에(Sortie : 출구)라는 프랑스어와 아랍어가 나란히 표기된 안내판이 이곳이 모로코임을 실감 나게 한다.
동행이 된 두 한국인들과 마라케시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택시 기사들이 달려들어 호객을 한다. 


우리는 제마엘 프나(Djemaa el-Fna) 광장으로 간다. 가격을 흥정해서 한 택시기사를 따라 가는데 경찰 둘이 다가와 택시기사에게 아랍어로 뭐라고 경고를 하고 기사는 주눅이 드는 눈치다. 따라오는 경찰에게 무슨 문제냐고 물으니 원래 택시기사는 호객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제마엘프나’라는 모로코식 이름만큼이나 낯선 풍경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제마엘프나 광장이라며 택시가 세워 준 곳은, 방향감각이 통째 사라져 버릴 정도로 넓은 광장이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무슬림 복장의 여자들,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들과 관광객들이 활보하고 있다. 방향감각을 잃은 여행자에게 광장은 혼돈스럽다. 인도의 어디쯤에 도착한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정보가 많지 않은 곳이라, 더 어수선하다. 함께 오게 된 한국인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유럽여행 중에 이곳에 잠깐 들렀다고 한다. 많이 고생하지 않고 제마 엘 프나에서 가까운 골목 안의 숙소를 찾는 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숙소를 잡고나서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모로코 빵인 홉즈와 커피를 주문한다. 새까맣고 뜨거운 커피가 유리잔에 담겨 각설탕과 함께 나온다. 방금 구운 따끈한 홉즈에 오렌지 잼을 얹어 먹는다. 밤새 기차에 시달린 터라 무엇을 먹어도 맛있기는 하겠지만, 이런 투박한 음식들이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인프라가 잘 구비된 스페인보다는 모로코의 낯섦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식사도 했으니 광장으로 나선다. 인도에서 거리를 메우던 릭샤가 이곳에서는 예쁜 보랏빛 ‘뚝뚝(Toktok)’이 되어 관광객을 기다린다. 넉 달 전 인도 여행으로 시작된 세계여행이라, 모로코의 풍경이 나에게는 깨끗하고 세련된 인도같이 느껴진다.
모로코에서는 옛 모습이 간직된 구시가를 메디나(Medina)라고 한다. 마라케시의 메디나에 있는 제마엘프나 광장은 천년의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사람이 오가고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수크(시장)로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에서는 옷이나 가죽제품, 신발부터 어디다 쓰는 물건인지 모르는 수많은 것들을 팔고 있다. 각종 향신료와 견과류, 피부 노화에 좋다는 아르강 오일부터 거울, 가죽제품, 카펫, 각종 수공예품, 향신료, 그림 등 없는 것이 없을 것 같은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걷다가 어딘가 출구가 보여 나가보면 거기서부터 다른 골목이 시작된다.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딘가에 제마 엘 프나로 향하는 표지를 만날 수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모든 길은 제마엘프나 광장으로 통하게 되어있다. 생각보다 잘 정비된 나라다.
이글거리는 태양, 햇볕을 피하고 허기도 채울 겸 식당으로 들어간다. 모로코 전통음식인 따진(Tajine)은 모로코 말로 ‘냄비’라는 뜻이다. 고깔모자처럼 그릇의 중앙 부분이 높이 솟아 있는 뚝배기 모양의 그릇이다. 모로코 가정에서 흔히 해 먹는 전통 찜요리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광장을 바라보며 천천히 음식을 먹는다. 각 나라의 음식에 길들여진 혀가 깊은 맛까지야 알 수 없지만 별다른 거부감은 없다. 


광장에 서면 사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건물인 쿠투비아 모스크(Koutoubia Mosque)는 어디서도 랜드마크가 된다. 12세기에 지어진 모스크는 높이가 70미터에 달한다. 이 첨탑에서 하루 다섯 번 기도의 종 아잔을 울린다고 한다. 여행하며 깨달은 것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종교의 영향력이다. 성당만 마주치던 남미와 이베리아반도에서 벗어나니 모스크가 있다. 


높이 솟은 첨탑을 우러러보면서 모스크 앞에 앉는다. 남부 유럽인 스페인, 그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를 거쳐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 와 있다. 사하라 사막의 원주민 베르베르인의 후손들이 모로코 사람들이라고 한다. 광장과 수크를 돌아다니며 느낀 번잡스러움이 쿠투비아 모스크 앞에서 누그러진다. 모로코, 이곳에서는 어떤 걸 보게 될 것인가, 또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가?


텅 비어있던 광장은 오후가 돼서야 붐비기 시작한다. 사하라 사막의 원주민 베르베르인의 후손들이 눈 앞을 활보한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무슬림 여인들의 모습에 시선이 간다. 무슬림 복장에 아이를 업은 여자의 뒷모습은 괜히 더 정이 간다. 손등에 헤나도 그려보고 아이 업은 모로코 여인에게 동질감도 느끼며 광장을 돌아다닌다. 노점들이 수레를 끌고 하나 둘 광장을 채우고 있다. 


오렌지를 쌓아놓고 즉석에서 갈아주는 노점은 광장 한가운데에 다닥다닥 붙어서 호객을 한다. 4디람, 500원이면 코앞에서 갈아주는 싱싱한 오렌지주스를 맛볼 수 있다. 유럽이라면 맥주라도 한 잔 마셔야 할 더운 날씨지만 무슬림의 나라에 온 이상 오렌지주스가 더위에 목을 축일 음료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무엇인가 준비를 한 사람들이 파라솔을 설치하고, 아니면 의자라도 가지고 나와 자리를 잡는다. 음료수가 원형으로 놓인 판에 낚싯대에 매달린 원형의 고리를 음료수 입구에 놓는 게임이 한창이다. 보는 것만큼 쉽지 않은지 아직은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 모여든 모로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더 재미있다.
광장 밖의 버스 정류장에서는 하루 일과를 마친 마라케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광장에도 많은 모로코인들이 관광객과 섞여 있지만, 하루를 마감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현지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제와 다름없이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행 중의 나에게는 위로가 된다. 그렇게 떠나오고 싶던 일상은, 떠나와서 보면 참 아름다운 그리움이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타리파를 거쳐 탕헤르에서 밤새 기차를 달려 도착한 마라케시다. 이 도시가 너무 흥미로워서 쉬지도 못하고 돌아다녔다. 제마엘프나의 야시장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숙소로 돌아간다. 스페인에서 도미토리의 침대 하나 가격보다 싼 값으로 싱글룸을 쓴다. 비좁은 방이긴 해도 오랜만에 혼자만의 잠자리를 가졌으니, 이 무슨 영광인가 싶다.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여유가 이렇게 좋은 것이라니….
지금은 멀어진 저편 하늘, 한국에서의 일상이 그립기는 하지만,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모로코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북아프리카’라는 단어가, ‘마라케시’라는 장소가, ‘제마엘프나’라는 발음이 마음을 간질인다. 단지 한 시간 동안 바다를 건넜을 뿐인데, 모로코는 스페인과는 참 다른 세상이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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