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일간의 세계여행] 116. 세비야, 상상 그 이상..황홀한 축제속으로

입력 2016. 7. 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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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유명한 부활절 축제(Semana Santa)가 시작되는 세비야에 왔다. 덕분에 숙박비도 엄청 올랐고 숙소도 꽉 차있다.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 전역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축제 중에서도 세비야의 부활절 축제는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이 세계적인 축제의 한 가운데에 온 내가 그 날짜를 의식하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일 뿐이다. 넉 달째 지속되는 여행이라 날짜나 요일 개념이 흐트러져 있다. 일부러 루트를 그렇게 잡은 것도 아닌데 세비야에 온 오늘이 하필 축제 첫날이다. 행운은 그렇게 준비 없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월요일, 일주일간의 성주간 축제 첫날의 세비야 거리는 축제 준비로 한창인데다가 여행자들이 많아 어수선한 느낌이다. 구시가의 랜드마크인 대성당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본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공기가 산뜻하다. 밤차로 오느라 벌게진 눈을 비비며 세비야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걷는다. 세비야라니, 꿈만 같다.
클래식 음악을 잘 듣지 않아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비제의 ‘카르멘’의 무대가 바로 이곳 세비야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밖에 아는 게 없었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도 많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도인 세비야는 스페인에서도 네 번째 대도시다. 상상하던 것보다 현실의 세비야는 훨씬 더 멋지다. 


지도를 들고 걸으면서 대강의 지리를 익힌다. 은행이나 ATM, 메르까도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이제 며칠간은 세비야가 나의 보금자리가 될 테니까. 그렇게 걷다 보니 스페인 3대 성당이라는 세비야 대성당에 도착한다. 성당 앞에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부활절 축제 기간에는 스페인 전역이 휴가기간이라 학교도 방학이라고 하더니, 신이난 아이들이 고풍스러운 거리 한구석에서 장난에 여념이 없다.
음악소리가 흥겨운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대학생들의 연주가 한창이다. 경쾌한 기타 소리와 아름다운 화음이 행인의 시선을 모으고 발걸음을 잡는다. 어느 관광객은 지휘자의 손을 잡고 즐겁게 스텝을 밟는다. 보던 사람들 모두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친다. 노래하는 사람도, 연주하는 사람도, 그걸 바라보는 사람도 모두 웃음꽃이 핀다. 세상에 근심이라고는 없을 듯한 즐거운 축제의 한 장면이다.


거리와 건물에 빨간 휘장이 드리운다. 아마 오후가 되면 어떤 행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축제의 열기가 여행자의 기분도 따뜻하게 덥혀준다. 거리엔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회색의 귀부인 동상은 동전을 내어주면 움직이며 사진도 함께 찍어준다.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축제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발걸음을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ia Luisa)으로 옮긴다. 이 공원 자체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공원에 있는 광장이 에스파냐 광장(Plaza de Espanya)이다. 사실 ‘에스파냐 광장은 스페인 전역에 있다. 마드리드에서도 작가 세르반테스와 그 작품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동상이 있는 공원 이름이 에스파냐 광장이지 않은가? 그런데 특별히 이곳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은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 때 조성된 곳이며,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것이다.


과연 에스파냐 광장은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왕궁 정원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강물이 흐르는 광장 주변에는 타일로 장식된 아름다운 다리와 벤치가 사람들을 기다린다. 앉기에도 황송(?)한 우아한 타일 위에 앉아본다. 구름 많은 하늘도 그 아름다움을 감추지는 못한다. 광장을 돌며 사진 찍는 여행자들과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는 세비야 사람들이 대비된다. 나는 일생의 한 번 이곳에 와서 감탄 중인데 이 아름다운 도시와 공원이 항상 배경화면일 그들이 부러워진다.


반달 모양의 광장에는 건물이 궁전처럼 늘어서 있고 그 앞에는 반달 모양 그대로의 수로가 있다. 수로를 잇는 아치형의 다리 또한 섬세한 타일로 이루어져 우아함을 자랑한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 벽에는 스페인 58개 도시의 휘장, 지도, 역사적 사건들이 화려하게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마드리드를 여러 번 거쳐 스페인 북부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oago)를 한 달 이상 걸었기 때문인지 아는 지명이 나오면 반가워서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까미노 걸을 때 45km를 걷고 발이 물집이 잡혔던 그날 도착한 도시 부르고스(Brugos) 벤치에서 오래 서성거리게 된다. 아는 지명을 찾으며 하나씩 둘러본다. 나에겐 정겨운 스페인, 아무래도 또 오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벤치에 앉아 그런 저런 풍경들을 보며 다이어리를 적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시킨다. 이어폰을 꽂고 뛰고 있던 스페인 남자다. 그는 내가 한국 사람일 것 같다며 말을 건다. 올해 여름 처음으로 한국을 여행할 예정이라라는 그는 한국어는 하나도 모르는데 한국에서 영어가 잘 통하는지 묻는다.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할 거라고 대답해 주었더니 좋아한다. 모르는 사람과 한국을 주제로 이야기하니 재미있다. 어쨌든 외로운 여행자인 나는 그렇게 말 붙여주는 세비야 사람이 고맙기만 하다.
에스파냐 광장을 빠져나와 세비야 대학을 지나 다시 대성당으로 걸어온다. 걷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까미노에서 갈고닦은 걷기 실력이 발휘된다. 이제 어느 정도의 거리는 걷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


아침에 봤던 빨간 휘장이 둘러진 거리에는 어느새 의자가 가득 차 있다. 아마도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다. 세비야가 축제의 흥분으로 들썩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호스텔로 돌아간다. 호스텔도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장한 문화적 배경이 서구권이거나 종교가 가톨릭이라면 오늘의 세비야는 더욱 진한 감동일 것이다.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 종교와도 거리가 먼 나도 이렇게 설레는 걸 보면 말이다.
호스텔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둥둥둥 북소리가 울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와 본다. 돌바닥인 거리의 차도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메워지고 좁은 인도에는 낚시 의자처럼 이동 가능한 작은 의자를 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뭔가를 기다린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물결 속에 서 있게 된다. 의복을 갖춰 입고 한 것 치장한 사람들이 친구끼리, 가족끼리 축제의 흥분으로 가득한 얼굴로 거리에 나와 있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고 사람들의 물결은 끝이 없이 밀려든다.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경건하면서도 화려한 퍼레이드가 천천히 거리를 지나친다. 뒤에는 고난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진 사람들이 따라가는 퍼포먼스다. 여태까지 거리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행렬의 뒤를 따라간다. 얼떨결에 나도 그 뒤를 따르게 된다. 미리 접하지 않은 정보라서 더 놀랍고 신기하다. 


사람들을 쫒다 보니 북소리는 아득하게 사라져가고 어느 골목에 서게 된다. 지금 묵는 호스텔이 구시가지의 외곽이라 행렬은 이제 중심부인 산타크루즈 지구(Barrio de Santa cruz)의 대성당으로 멀어져 간 것이다. 축제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 표정에 활기가 넘친다.
밤차 타고 국경을 넘은 날이라 오늘은 그냥 둘러보려고만 했는데, 나도 모르게 축제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황홀한 축제를 홀로 즐기려니, 혼자 하는 여행이 상대적으로 외로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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