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의 아이슬란드 오디세이] <21> 불과 얼음의 나라를 떠나며

입력 2016. 6. 20. 00:02 수정 2016. 6.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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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 있는 동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곱씹으면 머릿속은 밤처럼 까맣기만 했다. 내 능력으로 이 장엄한 풍경을 정리하기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나는 매일 밤 아주 힘들게 일기를 썼다. 매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를 쥐어 싸매며 기록했고, 그 덕분에 아이슬란드를 떠난 뒤에도 또 한 번 이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행복을 누렸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이 작은 섬나라를 훑을 수 있어 행복했고, 더 머물지 못해 슬펐다.

아이슬란드는 단언컨대 특별한 나라이다. 인간이 아닌 자연이 주인공인 나라이고, 당연시 여겼던 자연이 얼마나 경이롭고 소중한지 일깨워준 나라이다. 바람이 불러 세우고, 양과 말이 웃음을 주고, 불이 가슴을 지피고, 파도가 위로하고, 대지가 평안을 안겨주는 놀라운 나라이다. 나는 이 땅에서 좋고, 그저 그렇고, 나쁘고 등 단순한 감상을 너머 지구라는 별에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감격스러웠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티케팅을 하고 수속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도 나는 공항 밖을 서성였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이 땅을 조금이나마 더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이날의 온도는 계절이 바뀐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얼음의 나라답게 청량했고, 비와 햇살은 아이슬란드답게 변덕스러웠다. 공항 앞마당에는 무지개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하늘에 무지개가 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잠시 가졌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눈앞에 무지개가 펼쳐졌다. 그것도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나는 그것이 아이슬란드가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잘 가라는, 언젠가는 꼭 다시 돌아오라는 무언의 인사였다고 믿는다. 무지개가 뒤돌아가고 나도 비행기에 올랐다. 더 깊게 아이슬란드를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나는 불과 얼음의 땅을 떠났다.

그동안 함께 여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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