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경의 Shall We Drink] <17> 카우보이의 후예가 만든 와인

2016. 5.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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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시대 증기기관차를 개조한 그레이프바인 빈티지 철도
그레이프바인에서 만날 수 있는 벽화
그레이프바인에서 만날 수 있는 벽화
그레이프바인의 상징, 시계탑
델라니 바인야즈의 풍경
메시나 호프 그레이프바인 와이너리의 외관
메시나 호프 그레이프바인 와이너리의 외관
와인 시음을 위한 잔과 나무 칩
메시나 호프 그레이프바인에서 만든 게뷔르츠트라미너

카우보이, 로데오, 웨스턴 바, 서부영화…. 미국 텍사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댈러스와 포트워스 사이에 있는 소도시 그레이프바인(Grapevine)을 알기 전엔 그랬다. 이름에서 포도 향이 폴폴 나는 그레이프바인을 다녀오고 나서야 텍사스의 수식어에 ‘와인’을 추가하고 싶어졌다.

대부분 미국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를 떠올리지만, 텍사스는 미국에서 5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이다. 와이너리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어도 300개가 넘는다. 매년 10월 중순마다 그레이프바인에서 미국 서남부 최대의 와인 테이스팅 축제, ‘그레이프페스트(Grapefest)’도 열린다.

그레이프페스트의 주 무대는 100년 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레이프바인의 메인 스트리트다. 글로켄슈필 시계탑, 타운 스퀘어의 흰 정자, 레스토랑 등 건물 하나하나가 서부영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하다. 메인 스트리트 끝자락의 간이역엔 그레이프바인 빈티지 철도가 정차한다. 실제로 서부시대에 달리던 증기기관차로 그레이프바인에서 포트워스 스톡야드를 오간다. 그 사이에 와이너리 10곳이 포진해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휴대용 플라스틱 와인 잔과 냅킨 등 와인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소소한 아이템을 판다.

카우보이 후예들의 땅에 와인 바람을 불어넣은 주역은 델라니 바인야즈(Delaney Vineyards)다. 1996년 문을 연 이래 머스탱(Mustang grape라는 포도 품종) 밖에 자라지 않던 땅을 개척자 정신으로 일궈 12~13종 와인을 만들고 있다. 스페인과 기후가 비슷한 그레이프바인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사업가 델라니 덕분이다. 이후 와이너리가 하나 둘 늘어났고, 텍사스 와인 & 포도 생산협회(Texas Wine & Grape Growers Association)가 들어서며 그레이프바인은 텍사스 와인의 본거지가 됐다. 여기에 축제가 더해져 와인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

단, 그레이프바인에는 포도 넝쿨이 물결치는 푸른 언덕은 거의 없다. 포도원을 함께 운영하는 델라니 바인야즈를 제외한 와이너리는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매입해 와인을 만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는 곳은 ‘메시나 호프 그레이프바인 와이너리(Messina Hof Grapevine Winery)’다.

“메시나 호프 그레이프바인 와이너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놀랄 만큼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어요. 자, 이 나무 칩을 먼저 받으세요. 마시고 싶은 와인을 고른 뒤, 바에 와서 칩과 와인 한 잔을 교환하면 되요. 간단하죠?”

19세기 풍 윌리스 호텔 1층에 둥지를 튼 ‘메시나 호프 그레이프바인 와이너리’ 안에 들어서자 매니저 아만다가 환한 미소로 반겼다. 그녀가 나무 칩과 함께 준 흰 종이에는 와인 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심지어 디저트 와인 섹션의 포트 와인까지 무려 46가지. 놀랄 만큼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는 아만다의 설명은 허풍이 아니었다. 시험지에 정답을 체크하듯 진지하게 시음 와인 5가지를 골랐다.

첫 잔은 게뷔르츠트라미너를 택했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주로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으로 진한 꽃향기를 발산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과연 그 맛이 날까? 핑크색 꽃이 그려진 초록 와인 병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내게 아만다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만다는 이어 메시나 호프를 만든 부부가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계 이민자 출신이라 이탈리아, 독일 지역 품종의 와인을 만드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적한 텍사스 소도시에서 맛보는 게뷔르츠트라미너라니!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와 입 안 가득 번지는 상큼하고 달콤함 맛에 코와 입이 즐거워졌다. 이어서 그라나쉬와 쉬라 등을 블렌딩한 GSM, 말벡, 프리미티보 등 레드 와인을 맛 봤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즐기기엔 부담 없는 맛이었다. 무엇보다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전통에도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도전 정신이 느껴졌다. 언젠가 진취적 기질과 다양성이 텍사스 와인의 전통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마지막 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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