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애의 Hola Cuba] <17> 순박한 쿠바인의 미소

2016. 5. 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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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구에이, 학교 앞에서 만난 고등학생과 선생님.
아바나에서 장사를 하다 말고 포즈를 취하던 상인들.
아바나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나와 노래를 불러주던 아저씨.
산타 끌라라 거리에서 만난 학생들.
카메라를 보자 흥미로운 포즈를 취한 사람들.
고된 일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던 아저씨.
아바나 거리에서 만난 아저씨의 멋진 포즈.
씨엔푸에고스에서 만난 근육과 미소가 멋진 청년.

쿠바는 지금 핫한 여행지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세번째로 쿠바를 방문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3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을 만났다. 지난 5월에는 명품 브랜드 샤넬이 아바나의 파세오 데 마르티(Paseo de Martí, 구 프라도 거리) 거리에서 2017년 크루즈 컬렉션을 열어 화제가 됐다. 여행자들도 덩달아 마음이 바빠졌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쿠바의 발전으로 이어져 더 이상 옛 쿠바의 멋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쿠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가끔 짜증이 날 정도로 호객 행위를 하기도 하지만 쿠바노(Cubanos, 쿠바인) 대부분은 아직 순수하다.

쿠바 사람들

쿠바는 참 피곤한 나라다. 여행을 하는 내내 흥정과 호객 행위에 시달려야 한다. 수도 아바나와 제2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는 더 그렇다. 피곤할 정도로 귀찮게 따라붙는 일명 삐끼들, 발을 떼기 무섭게 불러대는 ‘치노(Chino, 중국인 혹은 동양인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 와 독특한 입소리(우리가 동물을 부를 때나 쓰는 ‘쭈쭈’ 소리를 쿠바에선 사람을 부를 때 쓴다), 여자들을 공주병에 걸리게 만드는 ‘벨라(Bella, 아름다워)’ 혹은 ‘보니따(Bonita, 예뻐)’라는 말은 며칠 지나면 실증이 날 정도다. 가끔은 친절인지 작업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분명 그들은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낯선 이와 대화하는 것을 즐기고 음악과 춤으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유럽에서 백인 정복자들이 들어오고, 아프리카의 노예, 중국의 노예 그리고 일부 동양인까지 섞여 쿠바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섞여 만들어진 나라다. 쿠바의 전통 음식 중 아히아코(Ajiaco)라는 수프가 있다. 산이나 들에서 구한 다양한 재료로 만든 수프다.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 그리고 다른 문화가 섞여 만들어진 나라 쿠바, 그들은 스스로를 아히아코라 부르기도 한다.

가난하지만 낭만적인 사람들

까이에혼 데 하멜(Callejón de Hamel) 거리는 룸바 공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일요일 오후, 비가 오는 와중에도 혼을 담은 쿠바인들의 공연을 본 뒤, 나는 느릿느릿 걸으며 낯선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저 멀리 낡은 아파트 입구에서 까만 피부의 아저씨 한 명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문틈에 아저씨가 끼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파트는 입구가 좁고 낡았다. ‘올라’하고 인사를 하자 아저씨는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으로 들어가더니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 작은 태극기 깃발과 기타를 들고는 아이처럼 웃는 아저씨가 어찌나 귀엽던지. 어디서 난 건지 물었더니 한국인 친구가 주고 갔단다. 그리곤 태극기를 문 앞에 꽂아두고 좁은 문틈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직업이 가수라는데 노래 실력은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따뜻한 기타 소리와 마음이 전해져 어떤 유명 가수의 노래보다 낭만적으로 들렸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거리에서의 즉석 공연이라.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값진 선물이었다.

쿠바의 미소

최근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할 때 ‘사진 찍기가 무섭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쿠바는 아직 예외다. 이 사람들, 카메라만 보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포즈를 취한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눈만 마주치면 사진을 찍어 달란다. 그리고 카메라 LCD로 사진을 보여주면 깔깔거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산타 끌라라에서 체 게바라 기념관로 걸어가던 길이었다. 내내 나는 사진을 촬영하느라 4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1시간 이상 걸으며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에서 점잖아 보이는 공무원 4명을 만났다. 내 카메라를 보더니 예외 없이 사진을 찍어 달랬다. 그들의 포즈에 당황한 것은 나였다. 아무렇지 않은 듯 찍은 사진을 보며 깔깔거리는 그들, 잠시 무안했던 나도 그들과 함께 웃으며 다시 힘을 내 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여행할 맛이 나는 곳이 쿠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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