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담았으니 음식 맛도 좋겠죠"..울산 외고산옹기마을

최흥수 2016. 5. 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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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옹기 50%이상 생산..마을 곳곳 옹기장식, 8일까지 옹기축제도

“이 물레요? 자동과 수동 겸용입니다. 촬영할 때는 발로하고 실제 작업할 때는 전기로 해요. 하하하”

울산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의 허진규(51) 옹기장,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같은 장인들이 들으면 섭섭할 얘기도 거침없다. “우리나라 옹기의 90%는 기계옹기입니다. 대부분 공장에서 찍은 것으로 보면 됩니다. 품질도 전통방식으로 만든 옹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요. 옹기는 전통방식으로 만든다는 쇼를 언제까지 계속할 겁니까?” 전통방식으로 만든 옹기는 숨구멍이 더 많아 발효음식 보관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학설 조차도 그에겐 구차한 듯했다. 그럼 누가 3배나 비싸게 주고 전통옹기를 구입할까? “자기만의 옹기를 가지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된장·고추장·장아찌 등 식재료 생산업체나 고급 음식점을 비롯해 자부심으로 옹기를 보유하려는 분들이죠. 만드는데 혼이 들어갔으니 아무래도 음식 맛이 더 낫겠죠. 하하.” 자신감이 묻어나는 답변이다.

옹기골도예 허진규 옹기장(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4호)이 선대부터 운영해 온 작업장에서 옹기 빚기 시연을 하고 있다. 울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옹기 굽는 가마 모양으로 이동통로를 만든 울산옹기박물관.
그림 3 울산옹기박물관에 전시된 옹기 제작 도구.
마을 곳곳에 옹기가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옹기 작품으로 만든 장식물도 볼 수 있다.

전국 옹기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외고산 옹기마을도 전통방식과 기계로 생산하는 옹기가 반반이다. 이 마을 7명을 비롯해 전국에 옹기장인을 모두 합해도 30명 미만, 그의 말대로 기계로 생산하지 않으면 전통 음식문화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처지다. 300여가지 옹기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모두 익히는데 10년은 걸렸다니 맥을 이으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외고산 옹기마을이 터를 잡은 것은 1958년 경북 영덕에서 옹기를 굽던 고 허덕만씨가 이주하고부터다. 큰 시장인 부산이 가깝고(동해남부선 남창역이 인근이다), 날씨가 따뜻해 1년 내내 옹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했다. “당시 옹기장이들은 겨울 세달 동안 1년 번 돈을 노름으로 탕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선 쉬는 때가 없으니 가족들이 더 좋아했지.”배영화 옹기장의 회고다. 그래서 전국에서 350여명의 옹기장과 도공이 모여 마을을 형성했다. 1970년대 말 유류파동(나무를 벨 수 없어 옹기 굽는 가마에 석유를 사용할 때다)과 식생활 문화가 바뀌면서 옹기마을도 위기를 맞았지만, 웰빙 바람을 타고 1995년에는 전통옹기마을로 지정됐다. 2000년에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축제를 시작했는데 일본을 비롯해 외국인에게도 관심을 끌자 2010년에는 옹기엑스포까지 열게 됐다. 마을을 정비하면서 주민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옹기마을은 옛모습을 많이 잃고 말았다.

“마을이 생길 때부터 구심점이었던 작은 예배당이 사라진 것이 무엇보다 아쉽지. 옹기 일꾼들이 생활하던 조그만 관사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그것도 없어지고.” 옛 모습은 아쉽게도 마을 한 켠에 들어선 옹기박물관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올해도 5일부터 8일까지 이 마을에서 울산옹기축제가 열린다. 평소 보기 힘든 옹기장인의 시연을 비롯해 옹기 만들기 체험, 마당극 공연, 옹기퍼레이드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울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mailto: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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