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애의 Hola Cuba] ⑭ 세련된 혁명 도시, 산타 끌라라

입력 2016. 5. 2. 18:06 수정 2016. 5. 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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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기념관.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에게 쓴 마지막 편지가 새겨져 있다.
소도시 산타 끌라라의 풍경.
양파와 마늘을 파는 젊은이들.
카페 겸 레스토랑 라 보데기타의 내부. 베니 모레(왼쪽 두번째)와 꼼바이 세군도(네번째) 사진이 보인다.
라 보데기타의 주인 세니아(뒷줄 맨 왼쪽)와 직원들.
체 게바라가 아이를 안고 행진하는 동상.
산타 끌라라에서 가장 핫한 공간 메훈헤. 밤이면 음악과 춤으로 떠들썩하다.

버스가 산타 끌라라(Santa Clara) 터미널에 도착하기 무섭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10월 말, 우기가 지나갔으리란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섬나라 쿠바에서 이 무렵 비를 따돌릴 수 있는 도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길 곳곳이 물에 잠겨 기분이 심란했지만 택시 기사는 대수롭지 않게 골목골목을 잘 빠져나갔다.

산타 끌라라는 쿠바 섬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비야 끌라라(Villa Clara) 주의 주도로 아바나에서 자동차로 약 4시간 거리다. 산타 끌라라가 유명해진 것은 혁명가 체 게바라 덕분이다. 1958년 12월 31일, 산타 끌라라에서는 게바라가 지휘하는 혁명군이 쿠바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그리고 혁명은 성공을 거뒀다. 도시의 중심인 비달 공원(Parque Vidal) 주변 건물 외벽에는 당시의 총탄 흔적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1997년, 게바라의 유해는 사후 30년 만에 산타 끌라라로 돌아왔다. 돌아온 게바라를 따뜻하게 맞아준 산타끌라라는 이제 전 세계 여행자가 찾아드는 여행지가 되었다.

체 게바라 기념관을 둘러본 뒤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낡은 교회 앞을 지날 무렵, 흑백 대비가 인상적인 건물을 발견했다. 바로 카페 겸 식당인 ‘라 보데기따(La Bodeguita)’이다. 식당 내부에는 꼼바이 세군도(Compay Segundo) 등 쿠바의 유명 가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낡은 TV에서는 오래된 가수들의 공연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페 주인 세니아(Zenia)는 가게를 기웃거리던 나에게 시원한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대접했다. 큰 체구에 하얀 피부, 오뚝한 콧날과 큰 눈을 가진 그녀는 첫눈에 봐도 ‘부잣집 딸’ 같아 보였다.

그녀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가 1958년 체 게바라의 혁명군을 도왔단다.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이름은 ‘라 까쏘냐 게바라(La Casona Guevara)’였고 식당 입구 벽에는 아주 큰 게바라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라 보데기따에서 테이블을 가득채운 음식과 칵테일을 원없이 즐겼다. 그리고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밤늦도록 노래하고 춤췄다. 쿠바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쿠바인들은 어떤 부자 나라보다도 마음이 넉넉했다.

이 작은 도시에서 게바라 외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결 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메훈헤(Mejunje) 가봤어?’였다. 산타 끌라라 사람들은 메훈헤를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런 곳이 산타 끌라라에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한낮에 메훈헤를 찾아갔다.

1층 기념품 숍을 지나 2층에 오르니 사진이 전시된 전시장이 나왔고 술을 파는 바도 있었다. 입구에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음료를 마시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낮에는 한갓지지만 메훈헤는 밤이 되면, 젊은이들이 모여 열정을 불사르고 끼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작은 야외 공연장에 불과한 이곳이 밤이면 남녀노소,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로 하나가 된다. 콘서트,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그러니까 메훈헤는, 소도시 산타 끌라라에서 만날 수 있는 아주 세련된 2016년의 쿠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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