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역사와 문화 만나는 '개척자의 길'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6. 4. 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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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새만금방조제 길

새만금방조제는 군산에서 부안까지 이어진다. 1991년 시작해 19년 만에 완성한 이 길은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지도는 바뀌었고 고군산군도는 가까워졌다. 바다 사이로 난 바닷길,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떠나보자.


새만금방조제

◆[출발] 근대문화의 거리, 군산

새만금 여행의 출발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면 좋겠다. 이곳에서 군산의 근대문화와 해양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옛 고군산군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군산군도는 새만금방조제 중간지점쯤에서 볼 수 있으며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신시도 등 유무인도서 63개가 모여 있다. 고려시대에는 수군진영을 군산진이라 불렀는데, 세종 때는 진영이 육지로 옮겨지면서 옛 고(古)자를 써서 고군산군도라 불렀다. <정조실록>에는 고군산(선유도)의 가구 수가 모두 600호라 했고 ‘비가 와도 처마 밑으로 걸어가면 비를 맞지 않고 갈 수 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이곳 사람들은 천혜 항구의 혜택을 누렸고 봄·여름 고깃배들이 몰려들어 장사를 하는 ‘파시’가 열려 생활이 풍족했다. <택리지>에는 '집과 의식을 다투어 꾸미는데 그 사치함이 육지보다 심하다'고 표현했다. 지금은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등이 다리로 연결돼 있어 자전거 라이더들이 좋아하는 자전거길이기도 하다.

근대역사박물관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더 있다. 해양물류역사관에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곳의 삶과 문화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데 독특한 장례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전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장난감처럼 조그마한 백자들은 사후세계에서 사자가 생활하도록 매장한 기구고, 검은 가마는 ‘요여’로 전통장례에서 혼백과 시주를 모시는 작은 가마다. 묘지석은 무덤 바깥이 아닌 묘 안에 묻은 명정의 대용이다. 섬 지역의 독특한 장례문화인 ‘초분’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미니어처로 제작, 전시해 놓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독립영웅관이 있다. 이곳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들을 만나고, 3층 근대생활관에서는 1930년대 군산 거리를 만난다. 도시의 역사와 수탈의 현장, 서민의 삶과 저항, 근대건축물을 알아갈 수 있다.

근대역사박물관 묘지석
새만금방조제 홍보관

◆[경유] 새만금방조제 홍보관

새만금방조제를 다 건너오면 홍보관이 있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달려온 방조제 길을 조망할 수 있다. 시야가 탁 트여 여행 중 잠시 들러 숨을 고르기 좋고 바닷길 지도를 바꿔 온 이들의 여정을 둘러 볼 수도 있다.

관람은 3층에서 시작해 동선을 따라 천천히 둘러 보는 게 좋다. 3층은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보면 양 옆으로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드물어서인지 너른 물 사이로 난 직선도로가 인상적이다. 저 길 끝에는 군산군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보다 선명하겠지만 안개가 내린 방조제도 운치 있다.

2층에서는 새만금 개발사업에 대해 살펴본다.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것은 개척자의 일이다. 터프하고 역동적이고 흥분되는 사업이다. 매일매일 길이 생기고 조금씩 지도가 바뀐다. 개척자는 길을 만들어 그 길 위에 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과정이라기보다 여정이라 하고 싶다. 그 뜻이 통했는지 방조제 주변의 명소와 명물, 배수갑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전시했다.

홍보관 근처 새만금관광단지를 들러봐도 좋다. 아직 관광시설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앞 뒤로 물이지만 이것을 ‘부지’로 생각한다는 것이 새만금만의 매력이다. 돛대 조형물만 외롭게 서 있는 ‘부지’에서 머릿속에 해양 관광단지를 상상해 본다.

◆[종착] 부안 내소사

바닷길의 종착점은 봄빛이 가득한 내소사다. 백제 무왕 34년에 창건된 고찰로 숲과 산, 사찰이 어우러진 모습이 계절마다 여행자를 이끈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울창함이, 가을에는 애기단풍이, 겨울에는 많은 눈이 이곳을 그리게 한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

사찰로 향하는 길은 전나무숲이다. 수령이 15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쭉쭉 뻗어 올라 걷기만 해도 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높은 초록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소실점에는 고찰이 있다. 사찰로 가는 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발끝에 이는 흙먼지도 차분하게 내려앉는다. 전나무길을 다 지나면 시냇물에 봄 꽃잎이 내려앉았다. 물 위로 떨어진 꽃잎은 싱싱하고 청순한 옅은 핑크 빛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모두 시들테지만 곧이어 다른 아름다움이 시작될 것이다.

내소사 안에는 당산나무가 인상적이다. 부처를 모시는 사찰 안에 민간신앙인 당산나무가 사이 좋게 살고 있다. 할머니·할아버지 당산나무가 나란히 섰는데 할머니가 1000살 할아버지가 700살이라고 한다. 마을단위로 당산제를 지낸다니 이날 스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실지 짓궂은 상상을 해 본다.

보물 278호인 대웅보전은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사실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돼 인조 때 중건했는데, 빛 바랜 모습을 그대로 보존했기에 마치 1000년은 된 것 같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꽃 문살이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사실성과 화려함이 있다. 그야말로 한국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장식무늬의 최고봉이다. 이곳에 이런 꽃이 있으니 봄꽃이 진다 해도 많이 아쉽지는 않겠다.

올라온 김에 내소사의 귀한 보물들을 차례차례 둘러보자. 전북 유형문화재 124호인 삼층석탑을 보고 보물 277호 고려동종의 화려한 용무늬 장식도 살펴본다. 시선을 따라오는 백음관음보살좌상과 눈을 마주쳐 보고 화려한 색감의 영산괘불탱화(보물 제1268호)도 감상해 본다.

지금 내소사의 봄꽃은 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하루이틀이면 이 꽃도 다 떨어지고 초록이 짙어지겠다. 1500년 된 사찰에 1000년 된 나무가 있는데 꽃은 열흘을 넘기지 못하니 이처럼 아름다운 모순이 없다. 전나무 숲길은 100년이 한결같은데 새만금방조제는 매일 달라지고 있으니 이런 대비도 지켜볼 만하다. 가을에 다시 와야겠다. 붉고 강렬해진 사찰의 숲과 또 달라져 있을 바닷길 지도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여행 정보]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대전-당진) - 서천공주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 구암로 - 구암사거리에서 ‘구암동사무소, 세풍아파트 방면으로 우회전 - 구암3.1로를 따라 이동 - 좌쇠전 - 궁멍길 - ‘새만금방조제, 국가산업단지, 비응항, 경찰서’ 방면으로 우회전 - 구암로 - 구암교삼거리에서 ‘새만금방조제, 국가산업단지, 월명공원, 해양경찰서, 경찰서, 비응항, 군산항’ 방면으로 좌회전 - 구암3.1로 - 경암사거리에서 ‘비응항, 새만금방조제, 해양경찰서’ 방면으로 우회전 - 해망로 따라 이동

[대중교통]
군산고속버스터미널 - 팔마광장터미널에서 8번 탑승 - 근대역사박물관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검색어 ‘근대역사박물관’ 검색해 군산 주소 선택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89
새만금홍보관: 검색어 ‘새만금홍보관’ / 전라북도 김제시 도작로 71
내소사: 검색어 ‘변산내소사’ /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243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문의: 063-454-7870 / http://museum.gunsan.go.kr
관람시간: (하절기) 오전 9시 ~ 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 ~ 오후 5시 / 1월 1일, 매주 월요일 휴관
해설문의: 063-454-3338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군인 1000원 / 어린이 500원

새만금홍보관
문의: 063-540-5800 / http://www.isaemangeum.co.kr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능가산 내소사
문의: 063-583-7281 / http://www.naesosa.org
문화재구역입장료: 어른 3000원 / 청소년 1500원 / 어린이 500원
문화유산해설사 문의(내소사 내 상주 근무): 063-583-2443

● 음식
궁전: 갈치찜 단일메뉴 전문점이다. 중화요리집이 많은 군산에서 만날 수 있는 ‘밥’집이다.
갈치찜 1만2000원 / 갈치정식 1만5000원
063-445-7770 / 전라북도 군산시 신창동 47-1

당산마루: 자연 식재료로 조미료를 쓰지 않은 전라도 한정식 집이다. 반찬 하나하나 정갈하다. 구수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이 독특하다.
당산한정식(4인 한상) 10만원 / 오디영양밥 1만5000원 / 조기찜정식 1만5000원
063-581-1626 /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당산로 71

● 숙박
모항해나루가족호텔
: 전객실 오션뷰로 객실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일몰이 아름다운 서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063-680-0700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모항해변길 73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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