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카망베르 치즈에 사과 와인..자연이 노르망디에 준 선물

입력 2016. 1. 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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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칼바도스.
파리 북서쪽, 영국해협을 바라보며 노르망디가 자리 잡고 있다. 10세기 바이킹 후손인 노르만인이 이곳에 나라를 세우며 얻게 된 이름이다. 바다 건너 영국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 잔다르크 고향으로, 오랫동안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 틈에서 힘든 역사를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북서쪽이라는 지리적 위치에 산지와 구릉이 많고 기후가 습윤한 프랑스지만 이곳에서는 포도 재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즐기는 것이 사과술이다. 사과 양조주인 시드르(Cidre)와 증류주인 칼바도스(Calvados)가 노르망디 술이다. 시드르는 사과즙을 발효해 만든다.

사과를 섞는 비율은 각 양조장만의 비밀이다. 영어로 사이다지만 청량음료와는 다르다. 발효 중 과즙에 있는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는데 포도만큼 당분이 많지 않아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는 훨씬 낮다. 술로 변하면서 과즙의 단맛이 없어지기에 사과술이라는 이름으로 달콤함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로서 특유의 쌉쌀한 풍미가 새로 생겨난다. 와인을 증류하면 브랜디가 되는 것처럼 시드르는 칼바도스가 된다. 보통 칼바도스를 브랜디보다 낮은 등급 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레마르크 소설 '개선문'에도 주인공인 가난한 의사가 파리에서 칼바도스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와인에 비해 생산 지역과 생산량이 적어 그렇게 평가되는 점도 없지 않은 듯하다.

칼바도스 역시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원산지 통제 명칭(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을 부여받은 술로, 특히 페이 도주(Pays d'Auge)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고로 친다. 브랜디와 마찬가지로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하기에 노르망디 현지에 가면 30~50년씩 숙성된 칼바도스를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연륜이 쌓인 짙은 빛깔 칼바도스는 그 맛이나 향에서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보르도나 부르고뉴에서 느끼는 고급스러움이나 규모는 보기 어렵지만 사과술을 만드는 노르망디 마을에서는 그것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캉(Caen) 서쪽, 약 40㎞에 이르는 사과술 길에는 노르망디 팀버 하우스가 가득한 뵈브롱 앙 오주(Beuvron en Auge)처럼 그림 같은 마을, 과수원, 양조장을 만날 수 있다. 숲 사이로 고성과 장원, 시골 장터도 등장한다. 선택된 곳만 받을 수 있는 '크루 드 캄브레머(Cru de Cambremer)' 표지판이 붙은 양조장을 찾아 시음을 해본다. 오래된 빈티지 칼바도스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 요금은 필요 없다. 칼바도스와 함께 맛봐야 하는 것은 메밀 크레이프 갈레트(Galette), 버터와 유제품, 노르망디 해안 해산물이다. 카망베르(Camembert) 치즈도 노르망디 것이다. 사과술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카망베르 마을이 있다. 매년 8월에는 2주간 중세 고성 축제가 열린다. 사과술이 처음 만들어진 중세 모습 그대로 아직도 남아 있는 고성에서 술을 만들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함께할 수 있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문화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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