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르는 '이곳의 매력'.. 여자들 지갑 술술 열리네

입력 2014. 12. 19. 09:31 수정 2014. 12. 19. 09: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명기행 ⑫] 생활밀착형 전통시장 '광명새마을시장'

[오마이뉴스 유혜준 기자]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광명전통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면 광명새마을시장은 '생활밀착형 시장'이다. 생활밀착형 시장은 우리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식탁에 오르는 찬거리를 파는 시장이라고나 할까. 즉 식료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장이다.

광명새마을시장이 생활밀착형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입지적인 조건 때문이다. 시장 주변이 단독주택, 연립주택, 빌라, 아파트 등 주택가로 이뤄져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광명새마을시장을 찾는 주 고객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집 가까이 있으니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고, 외출 후 귀가할 때나 퇴근길에 부담없이 들러 장을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13년에 전통시장 인가를 받은 광명새마을시장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넓은 길을 사이에 두고 상가가 들어섰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자 이 길에 '리어카꾼'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노점상인데, 손수레(리어카)에 물건을 싣고 와서 파는 이들을 '리어카꾼'으로 불렀다. 지금이야 손수레를 보기조차 어렵지만, 30~40여 년 전만 해도 손수레에 물건을 놓고 파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새마을시장이 싸다는 것은 여자들이 잘 알아요"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이들은 야채와 과일, 생선 등을 싣고 와 싼값에 팔았다. 그러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팔면 손님들은 꼬이기 마련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손님들이 모여들면서 상가는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당시 리어카꾼으로 광명새마을시장 대로에서 장사를 하던 이들은 지금은 광명새마을시장에서 점포를 얻어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조병오 광명새마을상인조합 이사장의 설명이다.

시장 상권이 살아나면서 시장 상인들은 조합을 결성했다. 1986년의 일이다. 처음에는 3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했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은 140여 명으로 늘어났다. 광명새마을시장의 점포수 역시 200여 개로 늘어났다.

조 이사장의 말처럼 광명새마을시장은 '생활밀착형 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야채가 싱싱하면서 싸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귀띔이다. 광명시 인근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를 가져다가 팔기 때문이란다. 직접 갓 수확한 야채가 싱싱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알뜰한 주부라면 광명새마을시장을 둘러보면 저절로 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싱싱한 먹거리가 시장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새마을시장이 싸다는 것은 여자들이 잘 알아요. 남자들은 잘 몰라. 여자들은 싸면 잘 사요."

조병오 이사장의 말이다. 살림을 야무지게 하는 주부들이라면 어느 가게가 싸고 좋은 물건을 가져다놓고 파는지 다 안다. 조금이라도 싼 가게에 주부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광명새마을시장을 둘러보면서 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생선가게에 가면 싱싱한 생물 고등어를 사다가 묵은지를 넣고 푹 조려 먹고 싶어지고, 국산 오징어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숙회를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두부가게에서는 직접 만든 두부를 숭숭 썰어 넣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싶어지고, 도토리묵은 양념간장에 곁들여 먹고 싶어진다.

야채가게에 가면 싱싱한 배추를 사다가 겉절이를 버무려 저녁상에 올리고 싶어지고, 쪽파를 보면서 오랜만에 파전이나 부쳐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과일가게에서는 싱싱한 귤을 고르는 재미를 맛볼 수 있으며, 시중 빵집보다 빵을 싸게 파는 빵가게 역시 다양한 종류의 빵을 쌓아놓고 손님들을 부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속옷가게, 그릇 도매상, 정육점, 닭가게, 건어물 가게, 떡집, 반찬가게, 신발가게, 옷 가게, 약국도 있다.

없는 게 없다고 하면 과장이려나? 광명새마을시장은 주택가 주변에 있는 생활밀착형이면서 점포수가 200여 개가 넘는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이기 때문에 과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광명새마을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골목이 있는데 '먹자골목'이다. 일자형으로 이어진 광명새마을시장 중간쯤에 옆으로 길게 골목이 나 있다. 이 골목 양쪽으로 10여 개의 식당이 이어져 있다.

서민들의 허기진 속 달래주던 순댓국... 찾는 발걸음 많아져

광명새마을시장의 순댓국집 골목

ⓒ 유혜준

예전에는 이 골목에 순댓국집이 즐비했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말이다.

"우리는 음식점 골목거리라고 부르는데 예전에는 순댓국 전문 골목이었어요. 순댓국이 주종을 이룬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었지요. 순댓국이 돼지 부산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거잖아요. 광명시가 한창 개발될 때 사람들이 식당을 할 게 뭐가 있나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순댓국이었던 거지요. 싸고 맛있고 또 점심에는 밥으로 먹고, 저녁에는 순댓국 국물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잔씩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해서 순댓국 골목이 되었던 거죠."

1981년, 시로 승격된 광명시는 200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현재와 같은 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서울에서 밀려난 이들이 모여들었던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 살던 가난한 이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주던 대표적인 음식이 순댓국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 명맥을 광명새마을시장의 순댓국집들이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광명시 전역에 소문이 나서 저녁이면 술꾼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골목이 되었다. 순댓국집 외에도 국수집이나 반찬가게도 들어서 있다.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광명새마을시장에서 내 눈길을 가장 오래 끈 것은 뻥튀기 가게였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제대로 떠오르게 하는 건 역시 뻥튀기 가게였던 것이다. 동네를 돌면서 쌀을 튀겨주던 뻥튀기 장사가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오일장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 뻥튀기 아저씨가 오면 동네가 소란스러워졌다. 집 안에 있어도 생생하게 들리던 소리가 바로 뻥튀기 소리였으니까. 뻥, 하면서 크게 울리는 소리에 이끌려 대문 밖으로 나오면 멀지 않은 곳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뻥튀기 아저씨가 보였다.

구수한 튀밥 냄새는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그럴 때면 어머니께 한달음에 달려가 쌀을 튀겨 달라고 조르곤 했다. 어머니는 쌀독에서 쌀을 한 바가지를 푹 퍼서 내주셨다. 튀겨진 쌀을 담을 양은 들통까지 손에 쥐어주셨다.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뻥튀기 기계 앞에서 기계를 돌리는 아저씨를 보던 기억이 난다. 둥글고 검은 작은 쇠통 안에 들어간 쌀은 "뻥이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망 안으로 튀어나오는데 부피가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커다란 양푼 가득 튀밥을 담아놓고 먹던 기억도 떠오른다. 튀밥은 사나흘이 채 가기 전에 다 먹어치웠다. 튀밥은 오래 가면 갈수록 고소한 맛이 사라지고, 비라도 오면 습기가 스며들어 눅눅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먹어치우는 게 좋다. 튀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추억거리가 전혀 없다는 게 아쉽다.

광명새마을시장 탐색을 끝낸 뒤, 시장 안에 있는 전집으로 갔다. 즉석에서 부쳐낸 전을 안주 삼아 가볍게 막걸리를 한 잔 마시기 위해서였다. 전집 사장님은 "우리는 즉석에서 부쳐낸 전만 판다"면서 모듬전을 주문하자 전을 부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광명새마을시장

ⓒ 유혜준

조금 뒤 먹음직스러운 동태전, 호박전, 깻잎전, 산적 등을 푸짐하게 담은 접시가 탁자 위에 놓였다. 모듬전 값은 착하기도 하지. 중간 접시가 6천 원, 큰 접시가 1만 원이다. 막걸리 맛은 달았고, 전은 입에 쩍쩍 달라붙었다. 늦은 저녁시간이라면 얼큰하게 취하도록 잔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이 집, 추천한다. 정말 맛있다.

재래시장이, 전통시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언젠가는 시장이 전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명새마을시장은 여전히 주택가 안에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보다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조병오 이사장의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조 이사장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하긴 시장을 찾는 손님 마음을 누가 알까. 그렇더라도 광명새마을시장을 이용하는 손님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