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오신다면, 바로 여길 추천합니다

2014. 9. 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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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진솔아 기자]

강릉엔 분명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동해안의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하나로 안목커피거리, 초당 순두부촌, 경포호수, 대관령 양떼목장 등 사람들은 강릉에 오면 으레 인터넷 검색에 나오는 곳을 찾아간다. 보통 바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관광코스들은 주로 해안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다소 밋밋하지만 조용한 매력이 강릉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강릉은 분명 힐링도시다. 서울에서 오는 지인들은 강릉에 가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야 한다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막막해진다.

차라리 속초에 가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만석닭강정, 갯배체험, 아바이순대, 설악산 등으로 무장한 근거리의 도시 속초와 비교하면 강릉은 확실히 조용하다. 사임당이나 난설헌의 고향답게 조용하지만 기품있고 오래 머물수록 좋은 도시. 그게 강릉이다. 순두부의 심심함 같은,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구수한 강릉에서 요즘, 갈수록 끌리는 동네가 있다. 바로 명주동이다.

옛 방앗간을 다시 살린 '봉봉방앗간'

명주동은 강릉 임영관의 맞은편 주택 숲속에 위치해 있다. 큰 길가의 옆으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작은 공연장 '단'이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겉모습만으로도 세월을 짐작할 수 있는 방앗간 건물이 보인다. 오래전엔 방앗간이었고 이후 근 10여년간 방치되었던 건물을 커피숍으로 탈바꿈시킨 '봉봉방앗간'은 그 탄생스토리부터 방문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 봉봉방앗간

명주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봉봉방앗간

ⓒ 진솔아

건물의 1층은 커피숍으로, 2층은 그림 전시, 연극공연, 영화 상영등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방앗간이라는 공간을 커피숍으로 만든 것도, 핸드드립만을 판매하는 주인장의 고집도, 가끔씩 연락오는 문화공연의 갑작스러움도 봉봉방앗간을 한번쯤 들르고 싶은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게 만든다.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2층에서 열리는 여러가지 전시와 공연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때문에 커피만을 판매하는 상업정 공간보다도 문화예술적공간으로 더 친숙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끊임없는 공연의 향연, 작은공연장 '단'

강릉에도 공연장이 있단다, 작은공연장 단

ⓒ 진솔아

명주동의 입구에는 '작은공연장 단'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갖가지 공연들이 열린다. 연극은 서울의 대학로와 같은 큰 도시에서나 보는 줄 알았는데 강릉에서 올라가는 흥미로운 공연소식에 놀랍고 반가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부터 뮤지컬, 연극, 클래식 공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입구에 언제나 걸려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마지막주 토요일... 명주 프리마켓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명주 프리마켓

ⓒ 진솔아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마지막 주 토요일. 명주동엔 차 없는 거리가 생긴다. 바로 명주 프리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집에 묵혀둔 철지난 옷들, 보지 않는 책들, 손바느질로 만든 밥보자기, 솜씨 발휘한 먹거리까지 다채로운 즐거움이 오감을 자극하고,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광장으로 쓰기도 한다.

세월호 희망나무 만들기

ⓒ 진솔아

숨쉬는 명주동, 명주 프리마켓

ⓒ 진솔아

미리 신청을 받는 명주 프리마켓은 누구나 자기가 팔고 싶은 물건을 가져와 작은 가게를 만들 수 있다. 오래된 동네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비로소 숨을 쉰다. 손을 잡고 걷는 연인,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까지 동네를 누비며 만 원의 즐거움을 누린다. 중고상품 뿐만 아니라 강릉 곳곳에 위치한 공방들도 참여한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걷다보면 적은 돈으로 알찬 쇼핑이 가능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떤 가게의 주인장들보다 친절하고 넉넉하다. 필자 역시 지난 토요일에 이곳에 평소 안 입던 옷가지들을 들고 나와 얻은 18000원의 수익금으로, 손으로 한땀한땀 만든 모시보자기를 구입했다.

핸드드립을 해보고 싶다면, 명주사랑채

ⓒ 진솔아

봉봉방앗간과 작은공연장 단, 거기에 프리마켓이 열리는 날엔 정신없이 골목을 누비며 걷다 보면 어느덧 명주동의 끝자락에 '명주사랑채'가 보인다. 명주사랑채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일행 중 한 명은 꼭 핸드드립 체험에 참여해야한다.(1人 3000원) 1층에 들어서면 긴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리기 위한 다양한 기구들과 향기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원두콩들이 자리잡고 있다.

커피체험 뿐 아니라 명주사랑채에서는 강릉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에서는 명주동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데 골목들마다 걸려있는 오후의 햇살을 방해받지 않고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오래된 골목에 붙어 있는 마을벽화들

ⓒ 진솔아

강릉 명주동엔 심심하지만 정겨운 맛이 있다. 이 오래된 동네는 조금씩 주목받으며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 방치되었던 건물을 재활용하고,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며, 골목마다 꽃을 심고, 작은 벽화를 그렸다. 특별하지 않은 골목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다를 보며 느끼는 감상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명주동에서는 돌아오는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2014년의 마지막 명주 프리마켓을 남겨두고 있다. 생동감 있는 골목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놓치지 말길. 그리고 가끔씩 느린 하루의 풍경을 잡고 싶을 때 강릉 명주동의 골목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분명 번잡한 관광지와는 다른 진짜 강릉의 맨얼굴이 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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