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속이 꽉 찬' 가을 여행지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입력 2014. 9. 19. 05:03 수정 2014. 9. 1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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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충남 밤·호두 여행

가을하면 떠오르는 색은? 아마도 '밤색'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밤은 역시 가을의 심볼이다. 호두도 마찬가지. 곧 닥칠 추위를 대비하는 음식이자 모두에게 권하는 견과류 일순위다. 이번 주에는 호두에서 밤색으로 깊어지는 가을 열매 여행을 떠난다.

◆ 아침 - 광덕사 호두나무 산책

호두는 열매일까, 뿌리일까, 호두의 씨는 호두인가? 갑자기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주춤한다. 호두의 쭈글쭈글한 생김새가 혼란을 가져온 탓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보고 확인해 보자. 그것도 원조 호두나무에 가서 확실히 보기로 하자.

태화산 광덕사에는 호두나무 조상님이 있다. 주차장에서 내려 광덕사로 오르는 길에는 계곡이 흐르고 물가 밤나무엔 굵은 밤송이가 떨어질 준비를 다 마쳤다. 이 길을 조금만 따라가면 사찰 입구가 나온다.

광덕사는 신라 선덕여왕(637년)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흥덕왕(832년)때에 진산 화상이 중건한 천년고찰이다. 넓고 평평하게 다진 부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산사의 기풍이 느껴진다. 일주문 안쪽 현판에는 호서제일선원(湖西第一禪院)이라고 쓰여 있다. 즉, 경기·충청 지역에서 가장 큰 절이라는 뜻이다.

이 말처럼 조선초기까지만 해도 세조가 요양차 다녀갔을 정도로 사세가 컸다고 한다. 그렇지만 임진왜란 때 많은 부분이 불타 버렸다. 이런 세월을 거치며 광덕사를 지킨 건 호두나무다. 보화루 앞 키 큰 호두나무는 400년의 고령임에도 건강하고 당당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귀하신 몸, 천연기념물 398호다.

이곳은 호두나무 시배지라고 한다. 약 700년 전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영밀공 유청신 선생이 중국 원나라에서 임금의 수레를 모시고 돌아올 때 어린 호두나무와 열매를 가져왔다고 한다. 선생은 나무를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자신의 고향집 뜰 안에 심었다고 전한다.

이곳에 '유청신선생 호두나무시식지'라는 비석까지 있으니 꽤 믿음이 가는 이야기다. 다만 사찰의 키 큰 호두나무는 약 400살, 700년 전 중국에서 온 것은 아닌 듯하다. 그 호두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그러니까 호두는 열매다. 유청신 선생이 열매를 심었다고 하니 열매가 곧 씨다. 앞 질문은 다 해결됐다.

안쪽으로 호두나무 한그루가 더 있다. 요사채 옆에 있다고 하여 대웅전 쪽으로 들어가 보니 안뜰에는 고추를 널었다. 계곡길에는 밤송이가, 사찰에는 호두가, 마당에는 고추가 계절을 말한다. 광덕사는 지금,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광덕사 호두나무 천연기념물 제398호
광덕사 일주문 호서제일선원

◆ 점심 - 소랭이마을서 밤으로 놀고 먹기

이제 밤 먹으러 가자. '밤' 하면 역시 공주다. 공주밤의 정식명칭은 정안밤이다. 정안에 밤나무가 심어진 것은 1960년대 말부터로 일본에서 온 품종을 심었다. 정안밤은 단맛이 좋고, 구우면 속껍질이 잘 벗겨져서 음식을 만들거나 군밤으로 먹기 좋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 수출에 큰 몫을 차지했다. 원래 일본 품종이었던 밤이 역수출된 좋은 예다. 이렇게 된 데는 이 지역의 좋은 토양이 한몫 했다. 태풍과 홍수가 잘 오지 않는 청정지역이라 물도 좋고 산도 좋다.

정안에는 7개 마을이 하나를 이룬 소랭이마을이 있다. 무기나 농기구를 만들던 대장간이 많아서 이곳을 '쇠랑이'라 부르다가 '소랭이'가 됐다고 한다. 중심이 되는 소랭이활성화센터는 2008년에 폐교된 월산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이곳에서 밤을 이용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일단 알밤저금통 꾸미기에 도전해 본다. 도기로 된 토실한 알밤저금통은 그 자체만으로 예쁘다. 똘똘하게 생긴 남자 아이에게 '깎아놓은 밤 같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제 그림을 그려 저금통을 꾸며본다. 아이들은 마음껏 그리고 칠하는데, 어른들은 소심하다. 확실히 아이들이 체험에 강하다.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식사에 앞서 밤 부침개를 만들어 본다. 부침개는 밤 전분을 넣어 쫄깃하고 고소한 단맛이 난다. 밤 부침개엔 역시 공주 알밤주가 딱이다. 요즘처럼 가을비가 잦을 때 생각나는 조합이다. 식사를 한다면 밤을 아낌없이 넣은 밤밥에 반할 것이다. 커다란 압력솥에 지어낸 투박한, 시골 엄마 밥이다. 칙칙칙… 소리를 내다가 내 뿜는 증기 냄새만으로도 이 밥이 어떤지 알겠다. 밥 하나로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소박하지만 영양이 꽉 찬 식사로 힘이 솟는다.

이밖에도 소랭이활성화센터는 볼거리가 많다. 1층에는 추억의 교실이 있다. 못난이 3남매 인형이 여행자를 맞이하고, 부모님 시대의 전통 놀이, 옛날 교복, 방학숙제 '탐구생활', 전과, 도시락 등이 재미있다.

어른들은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만지고 사진 찍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2층 식당 앞에는 '소랭이 상회'가 있다. 쫀드기, 만화책, 종이인형 등 추억용품과 나무 미닫이 문, 의자가 왠지 가을과 어울리는 감성을 자극한다.

소랭이활성화센터 추억의교실
공주 알밤주

◆ 저녁 - 밤토랑마을에서 야식 준비

이번에는 가을 밤에 먹기 좋은 간식이다. 밤엿을 만들려면 친구와 협동해야 한다. 쌀가루:밤가루를 80:15 비율로 섞고 엿기름을 넣어 만든 조청 덩어리가 밤엿의 재료다. 이 주먹만한 조청덩어리를 친구와 힘을 합쳐 늘린다.

손에 쌀가루를 발라가며 수타면 뽑듯이 늘리고 접고 늘리고 접고를 반복하면 엿은 가래떡처럼 쭉쭉 늘어난다. 가을 밤은 춥기 때문에 점차 딱딱 해지면서 밤색이었던 조청이 노란빛을 띤 회색 엿으로 변한다.

이렇게 가래떡 같이 생긴 엿에는 수십 번 늘리고 접은 틈으로 공기구멍이 생긴다. 여기서 생겨난 놀이가 '엿치기'다. 엿을 잘라 단면의 구멍이 더 크면 이기는 놀이가 바로 '엿치기'다.

이번엔 약과다. 약과는 반죽을 얇게 미는 것이 포인트다. 반죽을 얇게 밀어야 완성된 과자가 바삭하고 고소하고 적당히 달콤한 맛이 난다. 얇고 넓게 편 반죽을 예쁜 모양틀로 자르는데 이때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시간이다.

모양을 다 낸 반죽은 기름에 튀겨서 조청에 빠르게 버무리고 깨를 솔솔 뿌려준다. 밤약과는 밤 조청을 발라 고소한 감칠맛이 더하다. 밤엿과 밤약과로 출출한 가을밤은 '준비완료'다.

추석이 지나면 더 빠른 속도로 계절이 바뀔 것이다. 날씨는 건조해지지만 우리 몸과 마음은 따뜻하고 촉촉하길 바란다. 영양 가득한 호두와 밤처럼 우리 가을도 풍성하고 알찬 계절이 되길 바란다.

● 여행 정보

☞ 광덕사 가는 법[승용차]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남천안IC에서 '대전, 세종, 광덕사' 방면으로 우측방향 - 세종로 - 곡교천교에서 '풍세' 방면으로 우회전 - 가송로 - 풍서1교차로에서 '광덕, 광덕사' 방면으로 좌회전 - 광풍로 - '광덕사' 방면으로 우회전 - 해수길 - 광덕사 쪽으로 우회전 - 광덕사길

[대중교통]천안역(경부선) - 동부천안역까지 도보 이동 - 600번(광덕2리행) 이나 601번(해수도입구방면) 승차 - 광덕사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광덕사: 검색어 '광덕사'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리 640소랭이활성화센터: 검색어 '소랭이활성화센터', '월산초등학교' /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월산리 393밤토랑마을: 검색어 '자연애 밤토랑마을' /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허수아비길 247

< 주요 정보 >

광덕사041-567-0050 / http://www.gwangdeok.org

소랭이활성화센터041-852-8250 / http://www.soraengi.com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회의실, 운동장, 전망대 등 시설을 갖췄고, 10개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교복 입고 사진찍기: 2000원체험비: 1만5000원~ (전화문의)숙박: 가족실(5명) 6만~10만원 / 단체실(10명) 15만~20만원

밤토랑마을010-6389-5589 / http://www.bamtorang.co.kr밤약과 만들기, 밤 줍기, 밤엿 만들기 등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7~35평의 6개 펜션동을 운영하고 있다. 펜션은 황토방·세미나실을 갖춘 단체동, 복층형 등 다양하다.숙박: 8만~30만원

< 주변 볼거리·음식 >

자연누리성: 1만여평 부지에 조성된 교육농장으로 야생화와 연꽃, 구절초, 무궁화 등 꽃과 나무가 잘 가꾸어진 곳이다. 거북산이나 백련지를 산책하기도 좋고, 식당인 <자연가든>에서는 이곳의 자랑인 연잎밥을 맛볼 수 있어 식사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연영양밥 1만3000원 / 연빈대떡 9000원 / 청국장 8000원 / 토종닭백숙 4만5000원http://www.자연누리성.com / 041-552-7119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차령고개로 449

< 식당 >

산자락: 광덕사 근처 참나무 바비큐가 맛있는 집이다. 초벌구이를 하는 바비큐실과 어울린 앞마당도 예뻐서 휴식하듯 식사하기 좋다.041-567-0747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리 677-2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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