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닥터스!

리빙센스 2016. 8. 5. 15:12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인생 드라마'를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인기 요인 분석

01 의드의 성공엔 이유가 있다

의학 드라마(이하 ‘의드’)는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수표라 불린다. ‘의드’라는 장르를 대중적으로 정착시킨 1994년 작 <종합병원>부터 대부분의 의드가 높은 시청률과 그 이상의 화제성을 얻었다. SBS <닥터스> 역시 방영 2주 만에 수도권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흥행 불패 신화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닥터스>의 성공이 단순히 의드라는 간판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의드인 동시간대 경쟁작 <뷰티풀 마인드>와 맞붙어 압승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비결은 <닥터스>가 의드의 모든 흥행 트렌드를 종합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먼저 <닥터스>에는 의드의 상징인 휴머니즘이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화신과도 같은 휴머니스트 의사 이재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종합병원> 이후 휴머니즘은 이 장르의 기본적 세계관으로 자리 잡았다. <골든 타임>의 이성민, <굿 닥터>의 주원 등 인기 높은 의드 주인공은 다 휴머니스트다. <닥터스>의 가슴 따뜻한 의사 김래원 역시 이 계보를 잇고 있다. 

두 번째 흥행 트렌드는 성장기이다. 의드의 주인공은 크게 완성형과 성장형으로 나뉜다. 완벽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인물과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으나 미숙한 면이 있는 인물이다. 둘은 멘토와 멘티 관계가 되기도 한다. <뉴하트>의 조재현·지성,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이요원, <골든 타임>의 이성민·이선균 등이 대표적이다. <닥터스>에선 의사가 되기 이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교감했던 김래원·박신혜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제일 중요한 불멸의 공식, 러브 라인이다. 의드는 곧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불릴 정도로 로맨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 <해바라기>의 안재욱·김희선, <의가형제>의 장동건·이영애, <용팔이>의 주원·김태희 등 의드엔 톱스타 커플이 즐비하다.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블러드>의 안재현·구혜선처럼 현실에서 결혼으로 이어진 커플도 있다. <닥터스>의 김래원·박신혜도 의드 역사상 베스트 커플로 손색이 없다. 이렇듯 <닥터스>는 휴머니즘부터 멜로까지, 의드의 역대 흥행 트렌드를 다 모아놨으니 성공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02 멜로+메디컬=흥행 대박

사실 <닥터스>는 1·2회만 보면 아예 정통 멜로물에 가깝다. 의드의 세계로 본격 진입한 3회 이후에도 로맨스와 메디컬 스토리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닥터스>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멜로드라마다. <닥터스>의 김래원과 박신혜는 과거에 가슴 아픈 이별을 겪고 난 후 13년 만에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재회 커플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멜로드라마인 셈.

“버터를 한 트럭 드신 것 같은” 느끼함과 그만큼 치명적인 ‘심쿵 유발’ 능력을 지닌 김래원이 개인적인 상처로 인해 ‘연애 세포가 말라버린’ 박신혜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과정을 ‘달달함 반, 애절함 반’의 비율로 잘 그려낸다.  

03 사제 로맨스 판타지

닥터스>의 성공에는 사제 로맨스 판타지도 크게 작용했다. 멜로 장르에서 사제지간 로맨스는 꽤 타율 높은 흥행력을 발휘한다. 금기에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한쪽이 대개 첫사랑인 경우가 많아 순수함을 간직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99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감우성·채림 주연의 <사랑해 당신을>과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라는 명대사를 남긴 김하늘·김재원 주연의 2002년 드라마 <로망스>가 가장 유명한 사례다. <닥터스>의 김래원·박신혜 커플의 경우, 변주된 사제 로맨스의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고등학교 사제지간에서 직급은 다르지만 동료 의사로 재회한 이들의 로맨스는 그만큼 입체적인 매력을 지닌다. 과거의 그들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청년 선생과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의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줬다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 현재의 그들은 서로 신뢰하고 치유하는 성숙한 사랑으로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흥행 보증 작가 대열에 합류한 하명희 작가

하명희 작가는 몇 년 전부터 드라마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예능 출신’ 또는 ‘비드라마 출신’ 작가의 대표 주자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과 <진실게임> 같은 코미디 버라이어티를 거치며 드라마 작가로 전환한 ‘홍자매’, 시트콤 작가로 출발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과 <나인>의 송재정, 시트콤과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거친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박지은 작가처럼 <사랑과 전쟁> 출신이었던 하명희 작가는 이때의 경험을 드라마 데뷔작에 녹여냈다.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된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가 그것. 지상파 진출작인 SBS <따뜻한 말 한마디>도 <사랑과 전쟁>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각각 가정을 두고 사랑에 빠진 지진희, 한혜진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죄책감, 상처, 불안 등 불륜의 심리적 파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지난해 발표한 SBS <상류사회>는 재벌가 여주인공의 진정한 사랑 찾기를 그리며 소재의 확장을 보여주고 흥행에도 성공을 거뒀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하명희 작가는 통속적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대신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각적인 대사로 그 상투성을 극복해왔다. <닥터스>는 그러한 노력의 최종 진화형이라 하겠다.

어른 남자 홍지홍

인간미

‘지홍’(김래원 분)은 ‘혜정’(박신혜 분)에게 ‘좋은 사람’으로 먼저 다가왔다. 유독 문제아가 많은 자신의 반 학생들을 뒤에서 세심히 배려하고, 하숙집 주인인 ‘말순’(김영애 분)을 ‘할매’라 부르며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은 연령을 초월해 모두와 소탈하게 지내는 격의 없고 따뜻한 성품을 잘 보여준다. 세상에 대한 설움과 분노로 가득했던 혜정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지홍이 남자, 교사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때 알았다. 좋은 기억과 좋은 만남이 동시에 찾아오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는 걸”이라는 혜정의 내레이션이나 “따뜻한 사람 좋아하시잖아요. 저도 그런 유형이 되어보려고요”라는 ‘서우’(이성경 분)의 고백은 지홍의 진정한 매력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진짜 좋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지홍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능력

혜정이 지홍을 ‘좋은 사람’에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지켜보게 된 건 그의 특별한 능력을 확인한 순간부터였다. 길에서 쓰러진 임신부를 응급조치하던 순간,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을 불어넣는 신기의 능력을 목격한 이후 혜정은 지홍에게 처음으로 고백한다. “이제 좀 다르게 살고 싶다”고. 혜정이 지홍에게 다시 반하는 순간들도 그가 천재적 의술을 발휘할 때다. 의드 남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의사여야 매력이 배가된다. 전작 <펀치>에서도 천재적 두뇌에 카리스마 넘치는 검사를 완벽하게 연기한 김래원은 의사 역할 또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역시 전문직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섹시미

마지막으로 지홍 캐릭터의 매력을 완성하는 건 역시 ‘어른 남자’의 섹시함이다. 13년 만의 재회에서 대뜸 혜정의 결혼 여부와 애인 유무를 확인한 것처럼 돌직구로 마음을 표현하며 직진해올 때는 남성미가 물씬하고, “네가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보호받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그녀의 곁을 지킬 때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편안함과 든든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매력이 잘 드러난 회 차가 첫 포옹에서 첫 키스로 역사적인 스킨십 진전이 이뤄진 6회다. 괴한이 벌인 소동극에서 혜정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다가간 ‘휴머니티의 포옹’과 빗속에서 이뤄진 ‘남자 대 여자’로서의 첫 키스는 ‘어른 남자’ 홍지홍이 지닌 입체적인 매력을 잘 보여준다. 

2016년 여심 저격남 리스트

2016년은 멜로드라마의 해다. 상반기에는 <태양의 후예> <또 오해영> 열풍이 불었고, 하반기에는 <닥터스>가 시청률 고공 행진 중이다. ‘멜로킹’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아직까지는 중국 여심까지 들썩이게 만든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유력하지만, <또 오해영> 에릭의 도전도 거세다. 송중기가 카리스마 넘치는 군인과 청순한 꽃미모의 상반된 매력으로 ‘유시진 대위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에릭은 <불새> <케세라세라> <연애의 발견>을 거치며 조금씩 발전시켜온 멜로 연기를 <또 오해영>에서 폭발시켰다. 그리고 강력한 경쟁자 김래원이 가세한다. 그를 톱스타로 등극시킨 <옥탑방 고양이>나 김태희와 함께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수애와 연기한 <천일의 약속> 등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원래 ‘멜로 장인’이었다.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와 부드러운 대사 처리 능력은 <닥터스>에서 절정에 이른다. 지금의 그는 <옥탑방 고양이> 시절의 풋풋한 김래원이 돌아와도 넉넉히 이길 것 같다. 

완전체 여주 유혜정

불량 소녀 성공기

혜정 캐릭터의 매력은 먼저 독특한 개인사에서 발견된다. <닥터스>의 원제가 <여깡패 혜정>인 데서도 알 수 있듯 혜정은 깡패 출신이다. 교사들로부터 ‘쓰레기’라 불리며 강제 전학당하고, 전학 간 학교에서는 이전 학교에서 어울렸던 일진들이 찾아와 난장판을 만든다. 하지만 혜정의 일탈에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한 엄마의 죽음, 새엄마의 학대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숨어 있다. 그런 혜정을 변화시킨 것은 담임교사 지홍과의 운명적 만남과 할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드라마는 13년을 건너뛰고 의사로 성공한 혜정을 비추면서도 그녀가 ‘일주일에 10시간’만 잘 정도로 엄청난 노력파임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이 ‘불량 소녀 성공기’는 혜정이 좀 더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요인이다. 10대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는 하나의 동기 부여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걸크러시 

그동안 국내 로맨스 드라마에서 최고의 인기 여주인공은 ‘캔디렐라’였다. 캔디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아무리 밝고 씩씩한 매력을 지녀도 결국 수동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주인공의 한계를 보여주곤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동경하는 현상인 ‘걸크러시’가 유행하면서 드라마 여주인공도 같은 여성들이 몰입할 수 있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혜정은 이러한 ‘걸크러시’ 유행의 끝판왕처럼 등장한 캐릭터다. 첫 회부터 응급실에서 진상 부리는 조폭을 6대 1로 제압하며 등장한 혜정은 미모, IQ 150을 상회하는 두뇌, 전문적 능력, 완력과 체력을 모두 갖춘 ‘완전체’ 여주인공이다. 고등학생 시절 문제학생들에게 괴롭힘당하던 ‘순희’(문지인 분)를 구해주고 그런 순희가 혜정에게 ‘걸크러시’ 당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과도 같다. 

마성의 여자

드라마에서 혜정에게 반한 사람은 지홍과 순희만이 아니다. 라이벌인 서우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물이 혜정을 좋아한다. 특히 혜정에게 이성적 감정을 표한 남자들만 모아도, 남자들의 무한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만화 <캔디 캔디>의 ‘여성 할렘’에 뒤지지 않을 정도. 고교 시절 그녀를 보자마자 들이댄 ‘수철’(지수 분), 국일병원에서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다 호감을 갖게 된 ‘정윤도’(윤균상 분), 윤도의 삼촌인 ‘정파란’(이선호 분), 신경외과 레지던트 1년 차 ‘최강수’(김민석 분), 심지어는 환자로 입원한 조폭 보스까지 반하게 만드는 마성의 여자가 유혜정이다. 정작 혜정은 어린 시절 제일 필요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픔이 있다. 이 때문에 굳게 닫힌 마음이 차가운 태도로 이어져 윤도의 말처럼 남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박신혜, ‘캔디 전문 배우’에서 진화하다

박신혜는 원래 ‘캔디 전문 배우’로 불렸다. <미남이시네요>의 ‘고미남’, <상속자들>의 ‘차은상’을 통해 한류 스타급 ‘캔디’로 발돋움했다. 전작 <피노키오>의 신입 기자 ‘최인하’도 캔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신혜가 ‘사랑받는 캔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맑고 순수한 이미지의 동안 외모와 남자 배우와의 케미스트리에 있다. <닥터스>에서 박신혜는 이러한 ‘캔디’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는다. 다이어트로 좀 더 샤프해진 외모 덕도 컸지만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한층 성숙해진 덕도 있다. 박신혜는 이번 작품에서 아홉 살 연상의 김래원과 사제 관계부터 동료 관계까지 폭넓은 ‘케미’를 선보이며 배우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클래스가 다르다 김래원

김래원은 연기를 못했던 적이 없다. 그가 맨 처음 주연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그가 맡은 ‘경민’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평범하고 능글맞은데 보면 볼수록 멋있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그의 연기력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김래원’이라는 배우의 급 자체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비단 기자뿐일까? 2015년 방영된 드라마 

<펀치>를 본 대중은 김래원을 재평가했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과오를 정리해나가는 냉철한 검사 ‘박정환’ 역을 통해 ‘제 몫을 하는 배우’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펀치>를 촬영할 때 초반에는 아무것도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카메라를 쳐다보고 ‘나 지금 이렇게나 슬픕니다’라고 굳이 티 내지 않았죠. 감독님이 ‘연기 좀 하라’고 지적하셨지만 사실 저는 내면으로 연기하고 있었어요. 편집본을 보고 나서야 감독님도 인정해주시더라고요.” 

<펀치> 방영 당시 특히 화제가 된 것은 김래원과 조재현, 두 남자 배우의 호흡이었다. 연기에 관한 한 ‘본좌급’으로 불리는 조재현과 호흡을 맞췄음에도 밀리지 않는 김래원을 보며 “김래원이 이렇게나 내공이 있었던가” 하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던 것.

“재현이 형과는 2003년 드라마 <눈사람>에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어요. 10년 전에는 연기가 뭔지도 모르던 터라 형이 다 맞춰주었는데, <펀치> 때는 그래도 주거니 받거니 재미있게 연기한 것 같아요. 재현이 형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박정환’이라는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로 어둡고 무거운 인물을 연기해온 김래원이 오랜만에 순정남으로 변신했다. <닥터스>에서 의사 ‘홍지홍’을 연기하는 그는 소년처럼 장난스럽게 웃다가도 강렬한 수컷의 눈빛으로 여자의 마음을 흔든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김래원이라 가능한 캐릭터”라는 호평 속에 드라마 <닥터스>는 시청률은 상승 중이다.

“<옥탑방 고양이>나 <어린 신부> 이후 오랜만에 하는 밝은 작품이잖아요. 조금 설레면서도 걱정이 됐어요. 혹시 너무 주책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저보고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비타민 같대요.(웃음)”

실제로 아홉 살 차이인 파트너 박신혜와의 호흡도 흠잡을 데 없다.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 속에서 피어난 미묘한 떨림을 수채화처럼 그려낸다. 손발이 오글거릴 법한 대사도 김래원의 목소리로 들으면 마냥 좋다.

“처음 대본을 보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어요. ‘이 대사를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로맨틱해서요.(웃음) 솔직히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현장에서 연기해보니 입에 착 감기는 맛있고 좋은 대사였어요. 신혜랑 함께 있으면 늘 유쾌해요. 신혜가 제게 발차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 왼쪽 허벅지랑 엉덩이 쪽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더라고요. 촬영 초반이라 긴장이 덜 풀리고 의욕이 앞서 힘 조절을 못해서 그랬겠죠? 다음번에는 신혜랑 액션 영화 찍어야겠어요.(웃음)”

<닥터스>를 통해 모든 여자의 이상형으로 거듭난 김래원은 당분간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

“가끔 데이트하는 친구는 있었어요. 그런데 관계가 진전될 때쯤에 영화 <강남 1970>을 촬영하게 되면서 멀어졌죠. 역할에만 온전히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은 시간이 아예 없었고요. 당분간은 연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어요. 나이를 더 먹으면, 그땐 연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할게요.” 

연기력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배우로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김래원은 담담하다. “저는 똑같아요. 하던 대로 연기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건 그가 데뷔 이래 정말로 그래왔기 때문이다.

"과장해서 연기하기 보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담담한 느낌을 주고 싶어요. 오랜만에 로맨틱한 연기를 하려니 부담스럽지만 좋아요. 저, 촬영장에서 별명이 ‘비타민’이에요 (웃음)"

명대사 BEST 5 명장면

“결혼했니?” #운명의 헬기 재회 신

로맨스 남주인공의 매력을 더하는 장치로 한동안 헬기가 유행할 모양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헬기를 타고 사라진 유시진 대위의 신비로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닥터스>의 홍지홍 교수 역시 역대급 헬기 신으로 여심을 들었다 놨다. 지홍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위급한 환자를 응급조치하고 병원으로 호송하기 위해 헬기를 탄다. 마침 혜정은 응급 환자 소식을 듣고 헬기를 맞으러 가던 참이었다. 드디어 헬기에서 지홍이 내렸을 때 그 건장한 몸에 찰싹 감긴 단정한 슈트발에 1차 ‘심쿵’, “결혼했니?” “애인 있니?” “됐다. 그럼”으로 이어지는 3연속 단문 확인에 2차 ‘심쿵’이 일어난다. 그때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 표정은 지홍을 바라보던 혜정의 표정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 돈으로 공부해.” #할머니의 편지

<닥터스>의 초반 시청률을 견인한 배우로 김영애를 빼놓을 수 없다. 아픔 많은 손녀 혜정을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감싸온 전형적인 할머니의 삶은 김영애의 감동적인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고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호응을 보낸 힘이 됐다. 하숙생 김래원과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두 배우의 노련한 연기 호흡 덕에 인상적이었다. 특히 암과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는 <닥터스>에서 제일 가슴 먹먹한 장면을 남겼다. “통장 네가 가져. 그 돈으로 공부해. 할미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여자가 배운 여자야.”  

 “내가 갈 거야, 너한테.” #지홍의 고백

“나한테 남녀 간의 사랑은 어느 한쪽이 죽어나갈 때까지 싸우는 거다.” 혜정은 엄마, 아빠와의 불행한 기억 때문에 사랑을 불신하는 인물이다. 그런 혜정의 마음을 아는 지홍은 계속해서 도망가려는 그녀를 붙잡고 설득한다. <닥터스> 로맨스에 사람들이 몰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혜정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회의하는 시대에 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게 만드는 지홍의 한결같은 사랑은 치유적 성격까지 지니게 된다. 첫 키스 후 달아나는 혜정에게 지홍은 말한다. “너 움직이지 마. 내가 갈 거야, 너한테. 사랑은 먼저 아는 사람이 움직이는 거래. 움직이지 마. 모르는 사람은 알 때까지 움직이지 마.” 지홍의 이 다정하고 사려 깊은 고백은 사랑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위로하는 힘이 있다.

“내가, 선생이라 이러는 것 같아? 너 진짜 바보다.” “나쁜 계집애.” #은근슬쩍 또 고백

지홍은 어려운 수술을 마친 혜정과 함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은근슬쩍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당황한 혜정이 음료수를 엎지르자 지홍은 특유의 넉살로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며 배려한다. 모든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혜정을 달래며 귀엽게 일갈한다. 김래원의 능청스러움은 이제 경지에 이른 듯하다.

“네가 찾는 게 진실이라면, 진실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도와줄게.” “왜 대답이 없어. 나한테는 십원짜리 입 언제 돼줄 거야?” #키다리 아저씨, 지홍

혜정은 할머니의 사망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할머니의 수술 기록을 살펴달라는 혜정의 부탁을 거절했던 지홍은, 결국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다. 작게 웃기만 할 뿐 고맙다는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혜정에게 귀엽게 반문하는 지홍의 대사에, 대한민국 여심은 저격당했다.

박신혜 vs 이성경

<닥터스>에서 러브 라인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두 여주인공 박신혜와 이성경의 미모 대결이다. 고등학생부터 30대 초반의 의사까지 모두 커버하는 그녀들. 연기도 비주얼도 물올랐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18살, 반항아인데 멋있어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반항아가 됐지만 함께 사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만은 애틋한 고등학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영민함, 빼어난 격투 실력, 시크한 매력 등 걸크러시 캐릭터에 걸맞은 패션을 선보인다.

#1 김래원과의 첫 대면

음반을 훔친 박신혜와 그 모습을 목격한 김래원의 첫 만남. 이 장면에서 박신혜는 스타디움 점퍼와 데님 팬츠를 활용한 패션으로 풋풋한 고등학생의 비주얼을 완벽 재현했다. 박신혜가 멘 가방은 ‘브루노말리 로사’ 브랜드로 방송 이후 완판 됐다.  

#2 나이트클럽에서의 패싸움

반항아의 필수 코스 나이트클럽에 놀러 갔다가 적을 만난 박신혜. 무려 16대 1로 싸움에 임하지만 가뿐하게 제압한다. 이 장면에서 박신혜는 검은색 시스루 블라우스와 가죽 바지를 입고 화려한 액션을 직접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3 교복 입고 김래원과 자전거 데이트

김래원 선생님과 박신혜 학생의 풋풋한 자전거 데이트. 서로에 대한 끌림을 미묘하게 표현해내는 영상미와 대사가 압권이었다. 이 장면에서 박신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교복만 입었는데도 세상에서 제일 청순해 보였다.

31살, 환골탈태란 이런 것!

#1 결혼했니? 애인 있어? 됐다 그럼.

<닥터스>가 낳은 최고의 명대사 “결혼했니? 애인 있어? 됐다 그럼”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흰색 의사 가운 사이로 언뜻 비치는 화려한 패턴의 블라우스는 4회 방송 이후 해당 매장으로 문의가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2 빗속 키스신

6회 방송에서 드디어 김래원과 박신혜는 역사적인 첫 입맞춤을 나눈다. 소나기, 공중전화 부스, 마치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에서 박신혜가 입은 페미닌한 블라우스와 부츠컷 데님 팬츠의 브랜드명은 인터넷 검색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3 남몰래 데이트

지루한 모임 자리에서 함께 벗어나 오락을 즐기는 김래원과 박신혜. 치열하게 달려오느라 웃는 법을 잊어버린 박신혜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 앞에서 시나브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녀가 입은 의상은 알렉산더왕의 셔츠와 뷔스티에다.

협찬도 역대급

극 중 국일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차량은 그야말로 ‘삐까뻔쩍하다’. 먼저 김래원의 차를 보면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다. 1억 4천만원부터 2억 4천만원까지 호가하는 최고급 세단이다. 박신혜가 몰고 다니는 차는 마세라티의 인기 모델인 ‘기블리’다. 1억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로, <상속자들>에서 재벌 2세 역을 맡은 이민호가 몰고 나왔던 차이기도 하다. <닥터스>의 협찬사인 마세라티의 고급 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과한 PPL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

럭셔리의 정점

18살, 전교 최고 엄친딸

이성경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작가님이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주문하셨지만 의사 가운을 입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최대한 애써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델 출신의 그녀는 뭘 입어도 저절로 시선이 간다.

#1 얼굴에 불 켰나요?

인터넷에 ‘이성경’이라는 이름을 치면 ‘볼터치’라는 자동 검색어가 뜬다. 첫 출연부터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발그레하고 상큼한 비주얼로 시선을 모은 이성경의 비결은 바로 립과 볼 메이크업이라고. 립 제품을 바르고 남은 소량을 볼에 톡톡 두드리는 것이 포인트.

#2 안경도 잘 어울려

극 초반 모든 것을 다 갖춘 모범생으로 등장하는 이성경. 문제아인 박신혜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그녀는 양갈래 머리에 안경을 쓴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풋풋한 미모가 더욱 돋보인다.

#3 교복도 그녀가 입으면 화보

모델 출신의 이성경. 뭘 입어도 안 어울리겠냐마는 가늘고 긴 팔다리에 교복을 입은 그녀는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남자들의 첫사랑 그 자체다.

31살에도 엄친딸

#1 선배에게 고백 전 립스틱 한 번

오랫동안 좋아해온 선배에게 정식으로 고백하는 순간, 이성경은 거울을 응시하며 립스틱을 고쳐 바른다. 비록 고백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녀가 바른 립스틱은 완판됐다.

#2 땋은 머리가 어색하지 않아

극 중 30대 초반의 여의사로 등장하는 이성경인데, 땋은 머리가 이토록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리다니.

#3 액세서리 완판녀

의사 가운을 늘 입어야 하는 이성경이 선택한 패션 아이템은 액세서리다. 그녀가 화려하게 혹은 은은하게 매치하는 액세서리는 드라마 방영 후 늘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모은 아이템은 ‘물결 드롭 이어링’.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양이 연출되는 대세 액세서리라고.

거기가 여기야?

<닥터스>에서 초반, 겉으로 보기에는 반항아지만 마음속으로는 가족의 정이 그리운 혜정이 할머니와 홍지홍의 애정 어린 가르침 속에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많은 호응을 받았다. 사제 간의 데이트 장면도 더없이 풋풋했다. 극 중에서는 남양주시에 있는 학교로 고등학교로 나오지만 실제 촬영은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인천보건고등학교에서 진행됐다. 

13년 뒤 의사로 성장한 주인공들의 무대인 ‘국일병원’은 어딜까? 바로 인천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이다. 길병원에서는 촬영 장소 협찬뿐 아니라 의료적인 내용에 대한 자문도 도와주고 있다고.




기획 : 정지혜 기자 | 취재 : 김선영(TV 칼럼니스트) | 사진제공 : 팬 엔터테인먼트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