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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동강따라 핀 눈꽃…탄성이 절로 흐르네
한국경제 | 2012.12.09 17:17
영월 눈꽃 트레킹

동강의 비경 어라연 코스…기암괴석·솔숲 어우러져

온천지 하얀 눈 가슴 설레…김삿갓의 싯구 읊어보네

강원도 영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동강이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과 정선군 북부를 흐르는 조양강이 합류해 흐르는 동강은 영월읍 하송리에서 서강(西江)을 만나 남한강 상류로 흘러든다. 어름치, 쉬리, 버들치, 원앙, 황조롱이, 동강할미꽃, 총채날개나방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 자연경관 또한 수려해 어라연계곡, 황새여울을 비롯 곳곳에 기암절벽과 비경이 펼쳐진다.

산간오지의 동강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1990년대 동강댐 건설계획이 알려지면서였다. 환경문제를 우려한 전국민적 반대로 댐 건설이 백지화됐고, 대신 동강은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유명세는 대가를 지불하기 마련이다. 래프팅 명소로 알려지면서 외지인들 때문에 홍역을 치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동강은 휴식에 들어간다. 강에는 인적이 끊어지고 자연만 남는다. 어쩌면 이 시기가 동강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아닐까.

○눈꽃 보며 떠나는 동강 트레킹

동강의 여러 절경 중에서도 비경으로 꼽히는 어라연 코스로 트레킹을 떠난다. 고기가 비단결처럼 떠오른 연못이라는 뜻의 어라연은 기암괴석과 솔숲이 어우러져 동강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며느리밥풀꽃, 까치수염, 뻐꾹채, 개부처손, 연잎꿩의다리 등 수많은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어 좋고, 겨울에는 눈꽃을 감상하며 솔숲을 걸을 수 있어 그만이다.

영월읍 거운리의 거운분교에서 출발하는 트레킹은 마차리~만지고개~잣봉 정상~어라연~만지분교를 거쳐 거운분교로 돌아오는 코스. 탐방안내소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잣봉 등산로와 어라연 산소길 코스로 길이 나뉜다. 이곳에서 잣봉 쪽으로 올라 어라연으로 하산하면 된다.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마차마을에 이르고 마을 쪽으로 내려가다 이정표를 보고 나무다리를 건너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소나무가 많은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오른쪽에 동강이 눈에 들어온다. 잣봉 정상에 조금 못 미쳐서 전망대가 있지만 정작 전망대에선 나무에 가려 동강을 온전히 보기 어렵다. 대신 전망대에서 5분쯤 올라가니 또 다른 '전망 보는 곳'이라고 표시해놓은 데가 있다. 추락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너머로 동강 어라연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펼쳐진다.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발밑에도 눈, 소나무에도 눈, 동강에도 온통 눈이다. 초록으로 덮인 어라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라연에는 예전부터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물고기가 많았다고 한다. 유배지 영월에서 죽은 단종의 혼령이 어라연의 경치에 반해 이곳에서 신선으로 살고자 했더니 갑자기 강물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물고기 떼가 나타나 '태백산 신령이 돼 태백산맥이 미치는 모든 곳을 다스려달라'고 간청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잣봉 정상에서 어라연에 이르는 하산길의 경치가 좋긴 하지만 이쯤에서 오던 길로 돌아선다. 발목을 덮는 눈길을 따라 급경사를 내려가기가 만만찮은 탓이다.

○김삿갓의 고장

영월은 김삿갓의 고장이다. 김병연(김삿갓)이 자신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저지른 비행과 죄상을 글로 써 장원을 차지했던 곳이 바로 영월이다. 뒤늦게 김익순이 할아버지임을 알게 된 김병연은 하늘을 보고 살 수 없는 죄인이라며 평생을 삿갓을 쓰고 방랑하며 양반사회를 조롱했다.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에 김삿갓의 주거유적지와 묘, 김삿갓노래비와 시비공원 등이 있다. 시비공원에는 김삿갓과 영월의 관계를 철저한 고증 끝에 밝혀낸 향토사학자 박영국 선생의 공적비가 함께 서 있다. 할아버지가 참형을 당한 후 멸족의 위기에 처한 김병연 집안은 황해도 곡산, 경기도 양주를 거쳐 영월로 숨어들었고 김병연은 조부의 내력을 모른 채 성장했다. 전국을 떠돌던 김삿갓은 전남 화순군 동복면 구암리에서 57세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시신은 3년 동안 이곳에 초분(풀무덤)됐다가 영월로 이장됐다. 백설이 가득 덮인 김삿갓 무덤이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

인근의 김삿갓 문학관에는 김병연의 시와 그의 작품이 실린 문집, 출판물 등이 그의 일대기와 함께 전시돼 있다. 한 편 한 편 그의 시를 읽다보면 "과연 천재구나!"하고 새삼 감탄하게 된다. '하얀 눈을 보며(雪)'라는 제목의 시가 이 계절에 딱 어울린다. '천황씨가 죽었는가 인황씨가 죽었는가/ 산과 나무 모두가 상복을 입었구나/햇님이 소식 듣고 내일에 문상을 오면/ 집집마다 처마가 눈물을 흘리리라.'

○지리·지질여행의 메카, 영월

영월은 살아있는 지리학 교과서, 광물자원의 표본실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학문적 가치가 높은 지질과 지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취미 삼아, 공부 삼아 지리·지질여행을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석회암이 탄산가스에 녹아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파인 돌리네지형, 라피에 지형 등이 대표적이다.

영월군 한반도면의 '한반도 지형'도 그런 사례다. '한반도 지형'은 높은 산지나 언덕에서 구불구불한 골짜기 안을 따라 흐르는 감입곡류하천인 서강이 빚어낸 조각품인데 어쩌면 한반도 지도와 이렇게 흡사한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영월읍 방절리의 70m 높이의 선돌도 신비롭다. 거대한 기암괴석이 굽은 강줄기와 함께 나타나는 선돌은 큰 칼로 내리친 듯 둘로 쪼개진 바위가 우뚝 서 있다.

영월=서화동 기자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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