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17. 7. 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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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TRESS

패션은 정치다. 전도연은 자신이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안다

전도연의 데뷔 20주년을 위한 부천국제영화제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가 개최된다. ‘오래된 배우 이미지’가 싫었다는 그녀는 몇 번의 고사 끝에 회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린 인터뷰가 많은데, 그녀에게 칸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밀양> 촬영 당시 결혼 전 연기한 엄마 역할이 가짜 같아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 중). 또, 함께 연기한 윤계상이 혼자 그녀의 별명을 ‘귀신’이라고 지은 것이나, 최민식 같은 대배우가 같이 일하기 무서운 배우로 전도연을 꼽은 것은 ‘대충’이 없는 그녀의 성격을 보여준다.

진정성은 그녀의 연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오피스룩이 부각되었던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는 몇 씬을 걸러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패션쇼를 지양하고, 출근부터 잔업 업무까지 한 벌로 하루를 끝내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 튀지 않고 정갈하되, 고급스럽고 실용성을 갖춘 의상과 액세서리는 대중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뻔한 드라마 속 변호사 캐릭터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힘을 실었다. 7년 동안 전도연의 의상을 담당한 스타일리스트 강이슬 실장은 복잡다단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에피소드마다 가지는 감정선 등 전도연의 세세한 분석을 듣고 함께 한 벌, 한 벌 의상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여리지만 강단 있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으며 여자로서의 매력이 느껴지는 ‘김혜경’은 섬세한 판단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듣고 보면 그 간 포토월에 선 전도연의 드레스가 어떤 식으로 선택됐는지 알 수 있다. 단단하게 재단된 실크 드레스나 시선을 목 언저리에 잡아두는 오픈넥 드레스, 고상한 레이스지만 속이 보이는 과감한 드레스까지 부드러우면서 강한 여성상을 보여줬지만 절대로 투박하거나 억센 것이 아니었다.

유명 포토그래퍼 닉나이트는 “패션은 정치다”라고 빗대 말한 바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내에서 벌어지는 정치 이런 것 말고도 전도연 같은 배우라면 공식석상에서 자신이 어떤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입고, 대중들에 자신이 어떤 식으로 비춰질 지, 여성들에게 어떤 이상향을 제시해야 할 지 거울 앞에서 서 깐깐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전도연은 그 의무를 너무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고, 현재 위치에서 자아성찰 마저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금 전도연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 20년의 시작을 한번쯤 다시 떠올려볼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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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예지

사진 중앙DB, Getty Image/Imazines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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