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고른 가구 애호가의 보물 상자 같은 집

리빙센스 2017. 5. 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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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생활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텅 빈 방에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끼는 컬러와 물건만으로 단출하게 꾸민 집은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1 왼쪽 우드 소재 의자는 프리츠 한센의 오리지널 빈티지 체어, 푸른색 의자는 임스, 윤은경 씨가 앉아 있는 의자와 그 옆 조형물은 모두 무어만, 거실에 위치한 소파는 세덱 제품. 2 신혼 때 산 가구들은 모두 빈티지 제품. 테이블 위 조명은 바우하우스의 빈티지, 행잉 조명은 이광호 작가의 작품. 카펫은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소중히 들인 가구,  보물 상자 같은 집

가방 디자이너 윤은경 씨의 가족이 두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 집에 살게 된 것은 지난 11월. 오래된 아파트라 벽면이나 구조가 오래되었기에, 오랜 친구였던 스튜디오 언라벨의 김현종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구했다. 거실 천장에 달려 있던 조명을 제거하고, 벽면과 몰딩은 모두 화이트 톤으로 배치했다. 주방은 그레이 톤의 싱크대와 화이트 타일로 마무리했다. 많은 미니멀리스트가 화이트나 블랙만을 선호하지만, 컬러로 포인트를 두기 좋아하는 그녀는 톡톡 튀는 컬러를 사용해 집 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집에 물건을 들인 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리는 고통이 된다. 그녀는 ‘집에 들이는 물건’을 최대한 심사숙고해 고른다. 물건을 살 때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진짜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이 방법이 집 안을 미니멀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소중히 들인 가구들 중 가장 신경 써 구매한 것은 침대. 아이의 키가 자라거나 사이즈를 변형하고 싶을 때 다른 가구를 사지 않아도 되도록, 헤드만 바꾸면 되는 가구를 선택했다. “줄곧 갖고 싶었던 물건을 구매하고 나면 ‘이제 이걸로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죠.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않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적당하다고 사다 보면 절대 이런 집을 유지할 수 없을 거예요.”

1 깔끔한 인테리어를 위해 주방은 모노톤으로 꾸몄다. 2 평생 쓸 수 있는 튼튼한 침대와 조명만으로 단출하게 꾸려진 윤은경 씨 부부의 침실. 침대는 무어만, 조명은 톰 딕슨 제품.


3 선물 받은 작은 사진 액자와 도기들만으로 심플하게 꾸민 거실의 콘솔. 콘솔은 USM 제품. 4 미니멀이란 텅 빈 방에 아무것도 놓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꼭 필요한 물건 몇 가지만을 엄선해 갖는 것 역시 미니멀라이프.

엄마에게 배운 미니멀라이프

정돈된 삶을 즐기지만, 휑한 방을 원하진 않았다. 가구 애호가인 그녀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취향에 꼭 맞는 가구를 구매해 오래도록 소중히 보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질이 좋은 물건을 신중하게 사서 오래오래 소중히 사용하는 것은 엄마로부터 배운 습관. “사진을 업으로 하셨던 어머니는 집 안에 가구를 들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한국에 처음 세덱(SEDEC)이 들어왔을 때 매장에 들른 엄마가 가구를 꼼꼼히 뜯어보고 오래 쓸 수 있는 가구인지 고민하시던 모습이 기억나요.” 가구로 기억되는 어머니와의 추억은 또 있다. “엄마가 처음으로 큰 결심을 해 구매한 가구는 임스(Eames)의 라운지체어였어요. 100만원이 넘는 가구니까, 그 당시 저는 ‘왜 그렇게 비싼 가구를 사려 하냐’며 이해하지 못했죠.” 20여 년이 지나, 윤은경 씨는 결혼을 할 때에야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됐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가구 브랜드를 접하고, 지인들을 통해서 가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렇게 구매하면 금방 버리게 될 것 같더라고요. 오래 쓰지 못할 것 같고.” 친정집에 들를 때면 오래된 어머니의 라운지체어가 있어 푸근한 느낌을 받곤 했던 기억이 났던 것. 그래서 결혼할 때 신혼집 인테리어를 위해 급하게 산 가구는 없다. 그런 마음가짐 이후 눈에 들어온 것은 빈티지 가구이다. 그녀는 이태원에서 발품을 팔며 어떤 가구가 평생을 쓸 만한 좋은 가구인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바탕으로 마음에 꼭 드는 ‘인생 가구’를 하나하나 구매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질 좋고 튼튼한 의자, 견고한 디자인의 주방용 수납장, 이광호 작가의 조명과 스툴 등이 그 예. 어머니가 쓰시던 소반, 시어머니가 쓰시던 페르시안 스타일의 카펫도 물려받았다. “스크래치가 나고 귀퉁이가 조금 모나도, 전 저만의 빈티지 가구들이 좋아요. 제가 고른 가구들은 평생 사용할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1 식탁을 겸하는 주방 옆 공간의 수납장은 USM, 의자는 놀(knoll) 제품. 2 아이가 자라면 침대 헤드를 바꿔 길이를 늘릴 수 있는 무어만의 침대. 3 주방 공간을 한층 미니멀하게 구성하는 그녀만의 팁은 바로 소재 통일하기. 칼과 주방용품 모두를 스테인리스와 우드 소재로 통일했다.

아이와 공유하는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2가지 약속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녀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지금처럼 취향에 맞는 집을 갖기 힘들었다. 아이가 세 살이 되고,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그녀는 아이와 약속을 했다. 첫 번째 약속은 ‘거실에 장난감 가져오지 않기’. “일부러 저희 부부 방보다 넓은 방을 아이 방으로 꾸몄어요. 장난감을 가지고 충분히 놀 수 있어야 아이가 다른 공간에 장난감을 어지르지 못하잖아요. 지금은 아이의 생활에도 정리라는 개념이 스며든 게 보여요. 식탁에 물건이 어지럽게 놓여 있으면 정갈히 정리해두는 모습을 보곤 하죠.” 장난감을 살 때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면서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는 편. 물건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가지고 있으니 청소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고, 관리하기도 편하다. 두 번째 약속은 ‘물건 소중히 여기기’.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집에서는 플라스틱이나 고무 소재로 된 식기를 사용한다. 아이가 물건을 던지거나 쉽게 깨뜨릴 수 있기 때문. 또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건강을 생각해 플라스틱 소재의 식기나 주방용품을 사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크는 과정에서 금방 쓸모없어지는 물건들은 사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윤은경 씨의 아들 윤이는 자기로 된 그릇에 밥을 먹는다. 이 역시 그녀가 하나하나 심사숙고해 고른 제품들. 엄마가 물건을 소중히 여기니, 아이도 그것을 존중하고 그릇을 소중히 다룬다고. “장난감을 제외한 아이 용품을 따로 구매하는 것에 대해 맘을 내려놓았어요. 가구가 그렇듯, 아이가 쓰는 물품들도 평생 쓸 수 있는 것으로 사면, 아이도 그런 생활을 배우게 될 것이라 믿어요.”

4 윤은경씨가 가장 아끼는 아스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 쿤 케라믹(Kuhn Keramik)의 식기. 5 윤은경 씨가 직접 제작한 모듈형 수납 가구. 6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 외에 나이가 들면서 버려야 하는 장난감들의 구매를 최소화하고 있다.




사진 : 김덕창 | 인테리어와 시공 : 스튜디오 언라벨(www.studiounra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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