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남도의 맛과 멋이 넘치는 목포

2013. 3. 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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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쪼롭한 남도의 맛과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목포항 주변과 인근의 목포수산시장이다.

목포는 항구다. 남도의 짭쪼름한 맛이 그립거든 100년의 항구도시 목포를 찾아갈 일이다. 정신이 퍼뜩 날 만큼 톡 쏘는 홍어의 맛과 비릿한 항구의 삶, 가슴 짠한 애잔함이 구석구석 배어 있는 곳이 바로 목포다. 유달산 아래 다소 빛이 바랜 도시 풍경 역시 흑백의 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앞바다에 자리한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구석구석 흔적이 남아 있는 낭만풍경을 찾아본다. 지나간 시절의 빛깔과 남도의 맛이 어우러진 때깔나는 풍경이 참으로 좋다.

목포항에는 여전히 수많은 어선들이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출항을 준비하며 어구를 손질하는 어민들의 삶과 다소 어수선하고 활기찬 어구상들의 풍경이 이채롭다.

낭만과 사랑이 가득한 항구의 도시, 목포

미처 봄이 오기 전의 한 폭 수묵풍경 같은 유달산에 오른다. 해발 228m의 유달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두 시간 남짓의 가벼운 등산코스로 적합하다. 노적봉 코스로 오르는 길목에 서자 유달산 정기의 상징인 충무공 동상이 앞바다와 목포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노적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돌 위로 거적을 쌓아 군량미처럼 보이게 해 왜군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조금 더 오르자 '목포의 눈물'을 노래한 가수 이난영의 노래비와 목포시내의 전망 포인트인 유선각이 나타난다.

유선각은 유달산의 정상인 일등바위로 오르기 전에 쉬어가는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일등바위로 오르는 산등에 올라서니 남도의 항구 풍경과 푸른 다도해의 전경이 한눈에 굽어 보인다. 일등바위에 오르다 보면 유달산의 기암과 절벽들의 모습이 가히 절경이다. 저 절벽들과 산 언저리로 봄이 오니 머지않아 노랑 개나리가 온산을 물들일 게 훤하다.

다시 바위 사잇길을 지나 일등바위에 올라서니 먼저 도착한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절경에 흠뻑 취해 있다. 멀리 목포 앞바다와 다도해의 절경에 가슴이 탁 트이는 순간이다. 가만히 내려다본 산 아래 풍경. 다닥다닥 구획된 목포 옛도심의 모습과 앞바다의 풍경에서 애잔한 옛시절의 모습이 그려진다.

유달산에서 노적봉예술공원 쪽으로 내려오면 일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목포시 영산로의 근대역사거리가 이어진다. 일제가 만든 반듯반듯한 도시의 구획 안에 옛 가옥 풍경들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목포 영산로는 식민시대에 첫 삽의 상징으로 대한민국의 국도 1·2번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국도 1·2호선 시작점 위편에는 옛 일본 목포영사관 건물이 아직도 붉은 벽돌의 건물로 남아 있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일제가 목포항을 개항한 이후 1900년 1월 이곳에 일본영사관을 착공한 뒤 열 달 만에 완공했다. 수탈물자와 전쟁물자의 수송 근거지로서 목포의 입지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당시 번화가였던 옛 영산로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이 쇠락한 식민지 중심가에 아직도 호남 최대의 일본식 정원인 이훈동 정원(유동로 63)과 성옥기념관(영산로 11)도 남아 그 시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목포 유달산 일등바위로 오르는 산등에 올라서면 남도의 항구 풍경과 푸른 다도해의 전경이 한눈에 굽어 보인다.

5분 남짓을 다시 걸으면 번화로 길 모퉁이에 목포근대역사관(번화로 18)도 자리한다. 일제의 조선 수탈 전진기지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의 옛 건물이다. 100여년 전 항구도시의 모습과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들이 일제강점기 시절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씁쓸한 마음을 추스르고 목포의 별미인 홍어맛과 항구의 활력을 찾아 목포항으로 발길을 옮긴다.

짭쪼롭한 남도의 맛과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목포항 주변과 인근의 목포수산시장이다. 활력 넘치는 앞바다 풍경과 바다의 생명력이 넘치는 삶, 목포항 포구와 건너편에 자리한 삼학도의 풍경까지 둘러볼 작정이다. 목포항에는 여전히 수많은 어선들이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출항을 준비하며 어구를 손질하는 어민들의 삶과 다소 어수선하고 활기찬 어구상들의 풍경이 이채롭다. 알록달록한 그물의 색감과 깃발들이 항구의 삶과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감성은 여행객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또 여름이면 요트체험을 즐길 수 있는 목포마리나요트체험장은 옛 항구의 풍경과 어우러져 독특한 바다의 풍경을 그려낸다. 바람을 안고 앞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요트의 모습이 조금은 생경하지만 멀리 유달산을 배경으로 다소 이국적인 항구의 풍경을 그려낸다.

톡 쏘는 홍어 한 번 잡사봐, 맛나 부러요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홍어시장을 대표하는 목포수산시장을 찾아간다. 목포수산시장은 말 그대로 톡 쏘는 맛의 홍어 천지. 목포시 동명동에 위치한 종합수산시장은 전국 최대의 홍어시장이다. 1908년 일제 때 수협 공판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어시장이 형성돼 100년 역사를 지녔다. 개항 후 바닷가 근처 백사장에서 수산물 노점상을 하던 상인들이 뭍으로 올라와 장사를 시작한 게 그 시작이다. 이 시장의 대표적인 명물은 홍어, 젓갈, 건어물. 이 시장이 지금까지 100년 전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맛 좋고 품질 좋은 수산물과 오랜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곳 수산시장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 홍어를 팔고 있는 한상욱씨(진만상회)가 어머니 신연숙씨와 함께 홍어 손질에 바쁘다. "이쪽 지방 사람들은 동명동 어시장이라 하면 다 압니다. 현재 우리 시장에서 거래되는 홍어량이 전국 홍어량의 80% 이상입니다. 그만큼 맛이 좋지요. 함 잡사보문 그 맛을 안당께요. 사실 옛날에는 홍어보다 조기, 병어 등 선물 생선들을 팔던 어물전들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90년도 초부터 목포항으로 수입산 홍어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홍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홍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우리 가게는 할아버지 때부터 대략 50년쯤 되었어라."

수산시장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 홍어를 팔고 있는 한상욱씨(진만상회)가 어머니 신연숙씨(왼쪽)와 함께 홍어를 손질하기에 바쁘다.

1996년까지만 해도 동명동 어시장은 만선 깃발을 가득 세운 어선들이 항구를 가득 메우곤 했다. 때문에 홍어뿐 아니라 민어, 먹갈치 등 제철 선어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총 130여개 점포 중 100여곳의 점포가 홍어 전문 점포다. 홍어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우리 시장은 수산시장 중 전국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한 곳입니다. 100년 동안 쌓아온 손맛과 인심을 자랑합니다. 또 홍어뿐 아니라 건어물 등 단일품목 시장으론 목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거기에다가 우리 상인들이 참말로 친절헙니다. 작년에 큰맘 먹고 시장도 말끔히 단장을 새로 혔응께. 많이들 오셔서 구경도 하시고 홍어맛도 제대로 보셨으면 합니다."

한씨의 말대로 이 시장은 지난해 옛 시장의 풍경을 걷어내고, 말끔하게 새 단장을 마쳤다. 시장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상인들이 마음을 한데 모아 시장 안팎을 새롭게 꾸민 것이다. 말하자면 '때 빼고 광도 내어' 시장 분위기를 확 바꾼 것이다. 시장 입구에 큰 홍어를 내걸고 간판을 새로 꾸민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그래서 시장 상인들은 봄이 오면 올해는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시장투어 전용열차인 홍어바이크에 오르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재미나다. 홍어 모양의 '홍어바이크'가 씽씽 시장을 돌아서 목포항을 빙 돌아 달리자 관광객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목포에는 활력 넘치는 항구의 삶과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살맛나는 시장이 있다.

글·사진|이강 <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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