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을 되살린 건축가의 일상다반사

매거진 입력 2016. 7. 27. 15:26 수정 2016. 7. 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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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 집 아래 일터_ 01


넓은 창과 목재 마감재가 외관을 더욱 빛내주는 주택의 모습
이전 주택은 이미 낡을 대로 낡은 상태였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구조 보강과 단열 등의 공사가 꼼꼼히 진행되어야 했다.


건축가의 신분으로, 거주 공간에 욕심 많던 서재원 씨는 그동안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다양한 집을 만나는 건 흥미로웠지만 문득 ‘이제는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무실과 함께 쓸 공간이 필요했기에 처음부터 아파트보다 주택에 관심을 두었다. 익숙한 생활반경 내에서 동네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로 나온 이 건물을 만났다. 물론 가격만큼 손봐야 할 곳은 부지기수였다. 과연 이곳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당시 건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태였다. 30년도 더 된 세월의 흔적을 모든 곳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단 외벽 타일 대다수가 떨어져 있었고, 지붕은 낡아 안쪽으로 비가 뚝뚝 샜다.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이 이러하니 곳곳을 뜯어냈을 때 상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만 했다. 간단하게 생각했던 집을 고치는 과정은 제한이 많은 건물을 신축하는 것처럼 어려움이 따랐다. 게다가 오래된 건물이라 단열과 낡은 구조를 보강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건축가. 문제점을 해결하고, 현장에서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적절히 수정해가며 차근차근 공사를 진행해나갔다.

그렇게 이곳에 입주하기까지 8개월이 넘게 걸렸다. 일반적인 리모델링 공사보다 더 오래 걸린 셈이다. 남들이 보면 분명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건축가가 자기 집 고치는 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냐’며 갸우뚱할 법하다. 

“내 집이라 자꾸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필요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선 아무래도 돈이 있어야 했고, 그래서 공사비를 충당하고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자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고치고, 또 기다렸다 고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네요(웃음).”


헤링본 무늬의 바닥으로 마감한 그의 사무 공간. 격자창을 통해 동네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주거와 사무 공간이 함께 있으니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공간의 쓰임과 동선을 고려해 새 옷 입은 건물을 완성했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났어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인 리모델링이다. 

수익을 위해 임대를 준 1층 주거 공간을 지나 낮은 계단을 오르면, 현관 바로 옆 그가 운영하는 어반프레임(urbanframe)의 사무실이 자리한다. 골목길과 마주하는 전면에 큰 격자창을 설치한 덕분에 작지만 확 트인 느낌이다. 따분한 인테리어가 아닌 남다른 컬러와 디자인으로, 예전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층 세련된 구성을 갖췄다. 또한 사무 공간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최소한의 가구와 소품을 둠으로써 오롯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사무실에서 나와 계단실 옆 복도를 지나면 업무상 손님이 왔을 때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실과 만난다. 거실 역시 ‘ㄱ’자형의 통창으로 다채로운 바깥 풍경을 담아낸다. 이는 외부 경관요소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에 대한 그의 많은 고민이 묻어나는 결과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 대지면적 : 119㎡(35.99평) /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59㎡(17.84평) / 연면적 : 167㎡(50.51평) / 건폐율 : 50% / 용적률 : 200%  

주차대수 : 2대 / 공법 : 철근콘크리트 / 구조재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징크 패널, 우레탄 도막방수 위 방부목데크 / 단열재 : 100T 단열스티로폼 + 5㎜ 열반사단열재 + 타이벡(Tyvek) 마감  

외벽마감재 : 모노쿠시, 레드파인 방부목 / 창호재 : 알루미늄 삼중창호  

설계 및 시공 : urbanframe(서재원) 010-6224-8099,  www.urbanframe.co.kr

총공사비 : 1억8천만원


현관에서 바라본 계단실과 거실 쪽 모습 / 손님이 오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공간이기도 한 거실은 시원한 창으로 채광과 개방감을 확보했다.
주방은 거실과 기능을 구분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2층과 3층, 옥상을 연결하는 계단실의 모습 / 버려질 수 있었던 작은 공간에 그림을 걸어 화사한 느낌을 더했다. 
수납까지 신경 쓴 3층 욕실
침실 옆에 위치한 드레스룸. 복도 쪽으로도 문을 내어 동선을 배려해주었다. / 간접 조명과 자연빛으로 은은함을 살린 침실. 외관 디자인이 내부에 그대로 녹아든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재 : 티크 브러쉬 원목 마루(헤링본)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자체제작 / 조명 : 기본조명 이외 자체제작  

계단재 : 합판 멀바우 원목자재 / 현관문 : 단열도어(자체제작)  

방문 : 슬라이딩도어(자체제작) / 붙박이장 : 자체제작  

데크재 : 방부목 + 오일스테인


건축가 서재원 씨와 그의 반려견 재동이


TIP 노후주택 리모델링,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➊ 리모델링 건물은 노후화된 건물을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당시의 단열기준도 달랐고 많이 취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보강 작업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➋ 노후화 된 건물일수록 바닥 난방의 배관이나 수도 배관이 동파이프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추후 동파나 파손으로 인한 누수 등의 위험이 많으므로, PVC 파이프와 하수배관의 점검은 필수적이다.

➌ 내부 벽체를 정리할 때, 옛 건물의 벽은 수평이나 각들이 이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후 가구반입 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미리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 제작 가구들로 채운 3층 공간. 우측에 테라스가 있어 여유로운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제격이다.  /  아쉬움도 남지만 여러모로 뿌듯한 작업이었다고 말하는 건축가 서재원 씨.
옥상으로 오르다보면 마치 유리온실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이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계단실을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인 공간인 3층 복도에서 바라본 모습. 직접 제작한 소품과 가구, 미술작품들이 집안 곳곳을 장식해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집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의 말처럼 처음 이곳은 불리한 조건이 많았다. 일단 좁은 골목길, 다닥다닥 붙은 이웃집 등으로 인해 채광이 좋지 않은 대지와 장변형의 건물 형태는 천창과 복도공간의 최소화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반듯하지 않은 구조 때문에 발생한 가구 배치와 공간 구성 문제는 80% 이상 직접 맞춤형 가구를 제작함으로써 풀어냈다.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신경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이 집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도 한층 커졌다고.

3층은 그의 개인적인 공간으로,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벽이나 파티션으로 각 실의 구분을 두지 않았고, 다양한 기능을 유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단순하게 계획했다.  

“공사를 마치고 나서는 그동안 고민했던 부분에 대한 확신과 건축가로서의 자부심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폐허처럼 버려진 기존 건물을 고치고 나니 주변에서 동네가 깨끗해졌다는 말도 들을 수 있어 뿌듯했죠.”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한 공간 안에서 일하는 재미를 느끼고 일상을 맞춰가며 살고 있는 그는, 오늘도 이곳에서 멋진 하루를 보낸다.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7월호 / Vol.209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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