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케드'를 달군 배우, 윤상현

입력 2014. 11. 20. 17:45 수정 2014. 12. 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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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그야말로 '웰메이드 케드(케이블 드라마)'의 한 해였다. 식상한 사각관계 멜로물과 개연성 없는 막장 드라마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줄거리,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무장한 케이블 채널의 장르물에 열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케드 열풍의 중심엔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호흡을 맞춘 조수원 PD와 배우 윤상현이 다시 뭉친 <갑동이>가 있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일탄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갑동이'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윤상현은 형사 '하무염'을 맡아 웃음기를 쏙 뺀 연기 투혼을 보여줬다. 그는 <갑동이>에 쏟아지는 호평에 자신은 한 일이 없다고 겸손을 떨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작품만 좋다면 채널과 배역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가 없었다면 <갑동이>는 지금과 같은 호평은 받지 못했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터틀넥, 슈트 모두 김서룡 옴므.

혹시, 웃겨야 사는 스타일?

아, <덕수리 5형제>(이하 <덕수리>) 제작 발표회 때 얘기하는 거예요?(당시 취재진의 질문에 각종 폭로와 실없는 농담으로 전체 답변의 7할을 차지했다.) 난 드라마나 영화 제작 발표회를 왜들 그렇게 밍밍하게 하나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들 만나서 기분 좋게 작품 만들었다고 발표하는 건데 말이에요. <덕수리>에 출연한 배우들이 송새벽을 비롯해서 다들 내성적이에요. 누군가 시동을 걸어줘야 치고 나오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제가 총대를 멘 거예요. 전 즐겁고 재미있는 게 좋거든요.

얼마 전 상하이에서 팬 사인회를 했잖아요. 요즘 중국에서 드라마 <갑동이>의 인기가 대단하다면서요? 나라마다 팬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를 텐데, '나 이 나라에 가면 정말 왕처럼 살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나라는 어디예요?

아, 작년 말에 쿠바 갔을 때 정말 놀랐어요. 공항 직원들부터 청소하는 아주머니, 경찰, 군인까지 모두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그때 한창 <아가씨를 부탁해>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남미 드라마만 보던 나라에서 그게 그렇게인기가 좋았대요. 쿠바 대통령보다 내가 더 인기가 많았다니까요? 하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를 연출했던 조수원 PD가 <갑동이>에도 윤상현 씨를 캐스팅했단 이야기를 듣고, 윤상현의 '정극인 듯 정극 아닌 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사할 때의 톤도 톤이지만, 감독님은 제 눈빛이 좋대요. 지난겨울에 영화 촬영 때문에 태안에서 합숙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거기까지 내려왔어요. 저 캐스팅하겠다고 그렇게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었죠. 처음엔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더니 <갑동이> 대본을 보여주는 거예요.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는데, '하무염' 역할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시크릿 가든>의 '오스카'는 제가 너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역할을 달라고 했거든요? 근데 '하무염'은 아무리 봐도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예요. 난 재미있는 게 좋은데, '하무염'은 너무 진지하잖아요. 드라마 초반에 캐릭터가 잘 안 잡혀 정말 고생했어요. 물론 최선은 다했죠.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는 자신의 '쌍둥이' 같다고 했는데, '하무염'은 어때요?

여태까지 '나 자신과의 싸움' 같은 말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하무염'은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나를 극복하기 위한 캐릭터였죠.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갑동이>가 가장 힘들기도 했고요. 체력을 요하는 신은 왜 그렇게 많은지…. 제가 좀 체력이 약하거든요. 어렸을 때 조회하다가 쓰러지는 애들 있죠? 제가 그랬어요. 그래서 집에서 보약도 엄청 해 먹였는데, 약발이 얼마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나는 주인공은 하지 말아야겠다.' 전 진짜 주·조연 안 가리고 연기하고 싶어요.

망언이네요, 망언!

진짜예요! 조수원 감독님은 "'하무염' 띄워 줄게"라고 하셨지만, <갑동이>는 딱 봐도 범인이 주목받는 드라마잖아요? 제가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란 건 애초에 알았죠. 그런데 이번 기회에 다른 배우를 서포트하는 연기도 해봐야겠단 생각으로 선택한 거예요.

터틀넥 타임 옴므. 슈트 HSH by 커드. 슈즈 다스만.

첫 케이블 드라마 출연 작품이었는데, 채널 때문에 망설이진 않았어요?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너목들> 하기 전에 <나인>을 두고 엄청 고민했어요. 그 작품을 쓴 송재정 작가가 <크크섬의 비밀> 할 때 저를 좋게 봐줘서 추천을 했더라고요. 전 작품이 좋다면 어디든 갈 거예요. 앞으로 연기할 날이 얼마나 많은데,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어쨌거나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았어요. 본인의 공은 몇 퍼센트나 될까요?

아이고, 내 입으로 몇 퍼센트라고 말하라고요?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드라마가 잘 마무리된 게 그저 다행이에요. 제가 등산을 좋아하는데, 이걸 산에다 비유하자면, <갑동이>는 넘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되는 험준한 산이었어요. 어쨌거나 그 산을 넘었다는 것에 만족해요. <갑동이>는 제 '초심'을 되찾아준 작품이에요. 긴장되지 않은 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후유증은 없고요?

어휴, 드라마 끝나고 진짜 빠져나오기 힘들었어요. 미친 듯이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탔는데도 극복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강아지를 분양받았어요. 우리 부모님이 늘 개를 키우셨는데, 동물을 키우면 사람은 힐링이 되는 게 있어요. 우리 만석이, 동석이 보여줄게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거 봐, 되게 귀엽죠? 보더콜리인데 얘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개인 건 알죠? 동석이는 진돗개하고 샤페이가 섞인 애예요. 얘도 똑똑해. 전 동물이, 특히 개들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집 지으려고요, 마당 넓은 집.

네, 잘 알겠습니다. 영화 이야길 해볼게요. <덕수리> 제작 보고회에서 본인이 맡은 '수교' 역할 말고, 송새벽 씨가 맡은 '동수' 역이 너무 탐났다고 했잖아요?

옛날부터 그런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막 쌍욕 하는 상스러운 역할이오. 난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인데 왜 윤리 선생을 시키는지 원.

<음치 클리닉> 이후로 두 번째 영화인데, 이번에도 겨울에 개봉하네요. 뭐랄까, 연말 특수를 노리는 코미디 장르 느낌이에요.

나는 코미디가 좋아요. 스릴러나 멜로와 마찬가지로 코미디도 멋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 만들어야겠죠. 전 한국 코미디 영화에 신성이 나타난다면 그게 전형준 감독이 아닐까 생각해요.

본인은 '드라마 연기'를 해서 절대 NG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것 말고 배우로서 윤상현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강점? 진심으로 연기를 한다는 거죠.

인터뷰할 때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란 말을 자주 했더라고요.

제가 그랬거든요. 멋진 연기자 선생님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라고요. 나중에 누군가 방송에서 "윤상현 선배님처럼 긍정적이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그런 소리를 들으려면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죠.

본인한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도 많이 했어요.

천천히 가려고요. 안전 속도, 80km/h로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욕심내지 않고, 저한테 들어오는 역할을 열심히 연구하고, 잘 소화해서 좋은 배우로 남는 거예요. 나 이런 작품 하고 싶어, 이런 역할 하고 싶어 하면서 욕심 부리면 체해요. 제가 칸 가는 거? 생각해본 적 없어요. 잔잔한 배우가 되려고요. 요즘 저한테 가장 큰 목표는 좋은 가정을 꾸리는 거예요.

그나저나 왜 여자가 없을까요?

나는 운명을 믿어요. 운명은 와, 오는 거야, 와야 돼!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데뷔 11년 차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영화를 좀 더 찍고 싶어요. 드라마보다 캐릭터가 다양한 게 좋더라고요.

죽어도 이런 연기는 못 한다, 하는 건 없고요?

베드신은 절대 안 할 거예요. 돈을 엄청 준다고 해도 그건 안 해요. 몸에 자신이 없기도 하고, 일단 옷 벗으면 대사를 못 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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