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의 시대, 관상을 보라

2013. 11.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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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관상 > 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딱 하나, 왜 관상 얘기가 더 나오지 않느냐는 것. '용모 단정'을 넘어 비주얼의 시대인 현재, 아주 오래된 학문인 관상학이 여전히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당장 거울을 들어 얼굴을 들여다보자. 거울 속에 당신의 현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 담겨 있을 것이다. 당신의 관상은 어떤가?

삼성 면접장에 관상가가 뜬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전 삼성경제연구소 최우석 부사장은 삼성의 면접에 관상가가 참여한다는 항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 역시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사람은 안 좋고, 편안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좋은 거다." 현재 취업하려는 당사자가 아니라, 아랫사람을 뽑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보는 사람이 불편해지는 얼굴이라면, 인사 담당자들의 커트라인에 걸리게 된다. 여기서의 보기 편함과 불편함은 못생김과 잘생김의 정의가 아니다.(오해하지는 말자! 잘생겼다고 면접에 유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 뛰어난 미모는 이성을 끌어들일 수는 있어도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오히려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요즘은 직원 채용 공고에 '용모 단정'이란 말을 쓰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단정한 용모를 원하고 있다. 이는 비단 얼굴에만 국한되는 조건은 아니다.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병철 회장 역시 얼굴 풍모, 몸가짐, 말투, 행동거지를 관찰하고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용모 단정이란 단어는 관상의 정의와 일맥상통한다.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링컨

관상은 얼굴만 보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연말연시 혹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점쟁이를 찾아간다. 여기서 신이 내렸느냐 안 내렸느냐의 문제는 접어두자. 점쟁이들은 기본적으로 관상을 볼 줄 안다. 관상학을 공부했거나 혹은 관찰력이 뛰어나고 예민해서 관상의 기본을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자꾸 밖으로 돌지?" "어릴 적에 고생 좀 했구만"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술 조심해. 신장이랑 간이 안 좋네" 같은 건강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사실 점쟁이들 중 과거나 현재를 못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그들이 관상을 볼 줄 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사람의 얼굴에는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를 맞추는 사람은 비율적으로 그리 많지 않고, 용하다고 소문났다고 해서 100% 미래를 맞추는 것도 아니다.

관상은 사람의 이목구비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골격, 색깔, 머리카락, 주름살, 점 등 얼굴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본다.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기운을 보고 그 기운의 의미를 푸는 것이 관상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몸, 수상, 족상, 안색, 목소리, 자세 등을 모두 본다. 성형수술을 해서 관상학적으로 좋지 않은 부분을 변형하면 관상도 변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얼굴만 고친다고 해서 전체적인 관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길!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기운을 바꾸지 못하면 당신의 운명은 딱히 바뀌지 않는다.

혐오스러운 얼굴 때문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사람이 성형수술 후 자신감을 찾아 삶에 대한 애티튜드가 바뀌는 경우, 반대로 똑같이 수술을 했어도 성형 중독에 이르거나 애티튜드가 바뀌지 않는 경우. 분명 전자의 운명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관상학이 우리에게 강조하는 주의사항이다.

'좋은 관상' 만들기가 더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는 이 시대에 아름다운 얼굴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페이스 오프' 수준으로 얼굴을 갈아치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기는 쉬워도 '좋은' 얼굴을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좋은 얼굴=좋은 관상'이라는 편견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살아가지만, 좋은 관상은 보기 좋은 황금비율의 김태희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관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관상학 전문가들은 언제나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관리가 아닌 노력으로 얼마든지 좋은 관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관상학은 인도에서 시작되어 중국에서 크게 발전했다. 현재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관상 관련 정보는 모두 중국의 관상 기본서들에 나온 것이다. 관상이란 단어에서 연상되는 가느다란 필체의 얼굴 그림을 다시 생각해보면 중국 전통 그림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관상에 대한 가장 유명한 명언은 놀랍게도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나왔다. 바로 링컨 대통령의 일화다.

하루는 링컨의 측근이 자신의 친지를 장관으로 추천했다. 링컨은 면접 후 측근에게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측근이 "타고난 얼굴은 부모 책임일 뿐, 본인의 책임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하자 링컨이 대답했다. "남자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흔쯤 되면 그간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왔는지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더 이상 부모에게서 받은 얼굴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관상학의 결론이 담겨 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발자취가 얼굴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의미다. 즉, 매일 매시간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면 얼굴이 바뀌고, 바뀐 얼굴은 다시 인생을 바꾸게 된다. 이렇듯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인생 철학이 바로 관상학이다.

난 사람의 관상만 봤지, 시대를 보진 못했소.- 영화 < 관상 > 중 내경(송강호)

시대에 따라 관상이 달라진다

영화 < 관상 > 에서는 수양대군의 얼굴은 역모를 꾀할 상이고, 김종서의 얼굴은 신뢰할 수 있는 상이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카리스마 넘치고 다른 이들 위에 서는 관상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종서가 단순한 양반 가문이 아니라 왕자였다면 과연 장군 정도에 머무르려 했을까? 수양대군이 단종의 삼촌이 아니었다면 왕이 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관상은 그들의 환경과 결합돼 영향력을 발휘했다.

2013년으로 넘어와 보자. 수양대군 같은 이리 상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족을 배신하거나 윗사람을 누르려 들고 자리를 넘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김종서처럼 생긴 호랑이상이 일관되게 충성을 다하기는커녕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꼴을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관상이 의미하는 바도 조금씩 그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똑같은 관상이라도 살아가는 환경, 사회,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유교의 영향권에서 사는 남자들에게 과도한 감정 표현은 절대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짓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촐싹대고, 매사에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고, 그리하여 신뢰하기 어려운 관상으로까지 비친다. 바로 이것이 우리네 아버지들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이유다. 무표정한 얼굴을 침착하고, 진지하고, 도덕적인 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무표정의 얼굴이 서양으로 가면 어떻게 변할까? 솔직한 자기표현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자란 그들에게 이런 무표정은 부정적인 의미다. 냉정하고, 속내를 알 수 없으며, 심지어 잔인한 성정이라고까지 곡해한다.

CEO는 얼굴이 넓다?

< 관상 > 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의 실제 얼굴을 수양대군의 관상으로 착각하지는 말길! 영화 속에 태조 이성계, 태종 이방원, 그리고 수양대군의 얼굴이 닮았다며 그 증거로 태종의 초상화가 잠깐 등장하는데, 사실 영화에 나오는 태종의 초상화는 태조, 태종, 이정재의 얼굴을 교묘하게 합친 것이다.

2011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 전문지 < 포춘 > 에 소개된 5백 개 기업 CEO의 얼굴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물론 시작할 땐 돈 들여서 왜 이런 황당한 연구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결과 CEO의 얼굴은 평균보다 넓고, CEO의 얼굴이 넓을수록 경영실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로세로 비율의 평균지수는 1.96으로 세로보다 가로 길이가 훨씬 길었는데, 일반인과 비교하면 무려 30% 이상 더 넓었다. 2012년에는 미국 전 대통령들의 얼굴을 비교해 얼굴의 가로세로 비율과 성취욕이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또 얼굴 너비가 넓은 스포츠 선수의 승부욕이 훨씬 강해 평균적으로 승률이 높지만, 반칙도 더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시 영화 < 관상 > 으로 돌아가 보자. 태조 이성계의 얼굴은 좌우로 넓다. 태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는? 좌우 눈 꼬리 옆에서 머리카락이 나는 가장자리까지의 너비가 넓은, 임금과 흡사한 사람은 오히려 송강호다. 실제로 태조의 어진을 보다 보면 송강호가 생각난다.

서양의 관상학이 더 무섭다

관상 자체를 동양의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서양에서도 관상학은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다. 특히 '페이스 리딩' 개념의 얼굴심리학은 동양의 관상학에 비견되며 점쟁이들의 또 다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서양의 문화가 동양보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여기는 사대주의에 빠져 있다. 그러나 문제의 이 '과학'은 사실상 서양 세계의 반인류적인 행태를 합리화하는 방법으로 악용되어왔다.

가장 쉬운 예가 나치의 인체측정학이다. 이는 우리네 관상학과 매우 흡사하지만, 그 결과는 천지차이다. 매부리코, 쑥 들어가 어두운 눈가, 곱슬머리 등은 유대인의 얼굴이다. 이는 유럽 세계에서 하나의 정형화된 캐릭터가 되었다. 속임수, 고리대금업, 배반, 탐욕이 선천적으로 담긴 얼굴이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동양의 관상학과 동일한 화법이다. 그러나 유대인의 얼굴에 대한 혐오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나치 정권은 이 비루한 관상의 소유자들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기 위해 대량 학살에 착수한다. 실제로 나치는 수용소에 끌려온 모든 이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겨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아직까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인종 차별의 시작도 뒤틀린 서양의 관상에서 비롯되었다. 인류학, 나아가 인종학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처럼 멋진 포트레이트를 찍었다는 뜻이 아니라 벌거벗은 모습으로 미국에서 범죄자 얼굴 사진을 찍듯 찍었다는 뜻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였던 사진술은 굉장히 좋은 도구로 활용되었다.

1772년 스위스 출신 의사 라바터가 펴낸 < 관상학 > 이란 책이 유럽 각국에 출판되어 퍼져나갔다. 생리학, 해부학적 관점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무척 과학적으로 여겼던 이 책을 요약하자면, 코가 낮고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얼굴이 넓적한 사람은 지능이 낮고 예의가 없다. 코가 펑퍼짐하고 입술이 둥글고 두툼해 치아를 덮지 못하는 사람은 6 이상의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다. 코가 오뚝하게 높고 각이 진 얼굴은 세심하고 관찰력이 높으며 지능이 높다. 황인, 흑인, 백인의 외형적인 특징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 인종차별주의자인 라바터는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한 것은 팩트라서 부인할 수 없다는 망언을 해댔다. 1791년에는 프랑스의 해부학자 프란츠 요제프 갈이 '골상학'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뇌를 둘러싸고 있는 두개골이 지능 수준과 비례한다는 골상학은 철저하게 남성에게 유리했다. 두개골의 크기가 작고 뼈대가 약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주장은 골상학이 유행하면서 객관적 정보인 양 인식되었다. 한편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는 선천적인 범죄자의 얼굴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연구 방법은 범죄자들의 얼굴을 분류하는 것이었다. 그의 연구는 위에서 언급한 라바터의 이론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타깃이었다. 이들의 연구 목적은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범죄자를 찾아 범죄를 예방하자는 것이었고 망상에 불과했지만, 노동계층을 통제하기 위한 부르주아의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범죄학의 프로파일링이 발전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시작은 껄끄러웠다.

'과학'적이라는 그들의 연구 결과는 이런 식이었다. 결국 서양에서의 관상학은 차별과 지배의 정당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20세기의 전근대적인 문화였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겠지만, 그들의 과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동양의 관상학 역시 어느 정도 선입견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입술이 얇은 사람은 냉정하다" "눈썹 끝이 올라간 사람은 독선적이다" 같은 식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관상을 'A=B다'라는 무조건적인 공식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허영만의 만화 < 꼴 > 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나. 타고난 관상의 영향력은 50%뿐이라고 말이다.

관상보다 심상이 더 중요하다.- 영화 < 관상 > 중 팽헌(조정석)

세월은 관상도 변하게 한다

사람은 늙는다. 사람의 얼굴은 세월이 흐르면 변하게 되어 있고, 그에 따라 관상도 자연스레 변한다. 만약 본디 살이 없었던 턱이 늙으면서 이중 턱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이 변화의 원인은 피부 속 콜라겐 감소로 인한 피부 처짐, 신진대사율 저하로 인한 체지방 증가다. 모든 사람이 나이 들면서 자연히 겪는 증상이다.

이번에는 이런 특징에 대한 관상학적 평가를 들어보자. 살집이 빈약한 턱은 윗사람을 배신할 가능성이 높고,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자존심도 버리고 무릎을 꿇으며, 능력 이상의 물질과 금전을 바라고, 잘난 척하려는 심리가 강하며 독선적이라 대인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살집이 풍부한 턱은 마음이 넓고 인정이 많으며, 금전적인 면을 신경 쓰지 않아도 부가 따르고, 성격이 원만하고 낙천적이라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성격이 변한다고 갑자기 턱에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이중 턱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성격이 원만해지는 것도 아니다. 모난 돌이 냇물에 쓸려 반들반들한 둥근 돌이 되듯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도 변해가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20, 30대까지만 해도 복 없어 보이던 얼굴이 40대에 이르자 중후한 멋이 풍겨 나오는 얼굴이 된 것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평소 우리가 자주 하는 "곱게 늙자"는 말의 진짜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잘난 관상은 몸이 튼튼한 신상(身相)만 못하고, 몸이 좋은 신상은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하다. 심상이 좋으면 관상이나 신상이 좋은 것보다 낫다. - < 마의상서 > 중

관상이 약해도 성공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돈도 많이 버는 A급 스타들은 어떤 관상을 가지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연예인들은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관상을 가졌다. 그게 좋은 구설수로 작용하면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고, 나쁘게 작용하면 악의적인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이다.

인기 배우 강모 군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그의 외형적 특징은 관상학적으로 그리 좋은 타입은 아니다. 짝짝이 눈은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해 견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성에게 약한 편이며 인생에 기복이 심하다. 얇고 뾰족한 코는 건강이 약하고 금전운이 별로 없으며, 끈기가 부족해 싫증을 잘 내고 성격이 까다롭고 신경질적이며, 남성의 경우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얇은 입술은 큰일을 하기에는 부적합하고 대범하지 못하며 사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서 나열한 관상학적 설명을 읽다 보면 강모 군의 실제 모습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타의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그의 부단한 노력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좋은 관상이 아니더라도 잘생긴 인상이니까 떴겠지." 그러나 최근 들어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급증하고 그중 많은 수가 이름을 알리고 있으나 비주얼 좋은 모델 중 다수는 커리어의 수명이 다하면 사장된다. 뿐만 아니라 굉장한 외모의 소유자이면서도 이름 없는 조연으로 배우 인생을 마감하는 연기자들이 허다하지 않은가.

중국 춘추시대의 유명한 예도 있다. 고포자경이란 사람이 공자의 얼굴을 보고 장차 성인(聖人)이 될 거라고 예언한 적이 있다. 그 말대로 공자는 동양 최고의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자기 자신이 관상의 혜택을 받아서인지 공자 역시 제자를 들일 때 얼굴을 많이 봤다고 한다. 그는 이목구비가 잘생긴 '자아'라는 제자를 높이 평가했는데, 자아는 꾀병을 부리고 낮잠을 자다가 걸리는 등 공자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편 공자는 관상이 볼품없는 '자우'라는 제자에게는 "자질이 모자라 보인다"며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자우는 나중에 공자의 뒤를 이어 뛰어난 학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회사에서 채용한 인턴을 예로 들어볼까 한다. 그녀의 외모와 옷차림은 그리 세련되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윗사람들은 "센스가 없어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그중 육감이 뛰어난 분은 "게을러 보인다"는 평가까지 했다. 그녀는 차선으로 채용되었는데, 실제의 그녀는 어땠을까? 이 바닥에서 성질 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상사의 속도에 놀랍도록 잘 맞추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관상이 틀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분명 그녀에겐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생활에서만큼은 관상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관상은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점점 변하게 될 것이다.

관상학자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관상이 운명을 만들고, 운명이 관상을 바꾼다, 그리고 심상을 좋게 가꾸면 관상도 반드시 변한다. " 영화 속에서 팽헌(조정석)이 기생을 희롱하며 하는 "관상보다 심상이 더 중요하다"는 농담은 관상에 올인하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쯤에서 < 마의상서 > 의 마지막 구절을 음미할 필요가 있겠다. 당신의 심상은 안녕하신가?

글_최진주(프리랜서) | 일러스트_서울문화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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