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짓말은 축하할 일입니다
[연재] 박성연 원장의 달콜새콤 맛있는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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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본 큰 곰인형을 좋아하는 큰아들. ⓒ박성연 |
나는 언어치료사이기도 하지만 5살과 8살 아들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내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봐도 "거짓말하면 나빠요", "거짓말하면 경찰아저씨가 잡아가요"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이의 언어발달 단계에서 보면 36개월이 지나 3단어를 연결해서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유창한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이는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거짓말이 아닐 수 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꿈을 꾼 것과 생각한 것, 과거의 경험을 현재와 잘 구분을 못합니다. 또한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바람이나 생각을 그대로 말해서 거짓말로 오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거짓말을 '뜻없는 거짓말'이라고도 합니다. 즉 어른의 입장에서는 상황에서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있었다고 하니 거짓말이라고 보일 것입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과 관련하여 자기의 생각과 상상, 꿈을 아주 긴 스토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즉 이야기 발달이 시작됐으며 언어 사고력이 확장됐다는 증거입니다. 아이의 언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언어발달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거짓말하면 안돼!"라고 훈육을 하게 되고 아이러니하게 이럴 경우 아이는 점점 거짓말을 더 반복하게 됩니다.
큰 아들이 5살 때 폐호흡 재활하는 기구를 보고 아는 형처럼 공3개를 모두 불어서 관의 끝까지 올리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폐활량이 적은 큰 아이에겐 무리여서 포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밤에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 공 3개올리기를 몇 번이나 성공을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공 올리기를 성공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때 꿈과 현실을 구분해주어야 했는데 밥을 준비해야 되서 나갔고 아이는 밖으로 나와서 형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니가 언제 그거 3개 올리기를 성공했어? 불어봐! 자! 불어봐!"라고 다그쳤습니다. 아이는 다시 불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 어른은 "너 거짓말 할래? 너 거짓말쟁이구나! 거짓말하면 안되는 거 몰라. 내가 어제 거짓말하면 경찰서간다고 했지!"라고 혼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서서 꿈을 꾼 걸 이야기한 거라고 말하고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의 발달을 모른다면 아이는 한 순간 거짓말을 하는 아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입장에서는 거짓말의 의도가 아니였는데 순간 거짓말이 되어 자신이 나쁜 아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발달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대응을 할 것인지 훈육을 할 것 인지 잘 살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하는 거짓말이 자신의 잘못을 속이기 위한 것이거나 남을 속여 물건을 취득하기 위한 것, 내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면 꼭 훈육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공 3개올리기를 성공한 것은 누구에게 해를 가하지도 손해를 입히지도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이럴 때는 "거짓말 하지마!"라고 훈육하기 보다는 꿈과 현실을 구분 시켜주고 "꿈에~"라는 말을 붙여서 말하는 것이라고 알려주면 됩니다.
그러므로 4살~5살 사이에 나타나는 '뜻없는 거짓말'은 아이의 첫 스토리텔링 시작의 신호이며 인지발달과 지능발달, 언어발달의 증거입니다. 부모는 이 시기를 '거짓말'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발달을 이해하고 '뜻없는 거짓말'을 기쁘게 바라보고 박수치는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4~5세가 지나고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6세가 되면 거짓말에 대해선 적절한 훈육이 꼭 이루어 져야 인성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박성연은 「내 아이와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방법 10가지」의 저자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다. 임상 16년 차 언어치료사로 서울언어치료센터 원장과 서울소아청소년발달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부모상담과 언어발달 자문을 하기도 했다. 문화센터 발달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접 발달놀이 강의와 해피육아법을 강의해왔으며 부모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육아에서 벗어나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 콤플렉스를 버리고 연애하는 엄마가 되는 방법을 이야기함으로써 새로운 육아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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