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어느 날

2015. 1. 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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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력의 두 여배우가 만났다. 곱디고운 한복도 차려입었다. 화려하게 피어난 금보라와 박준금의 오늘.

대세 여배우 둘을 한자리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금보라와 박준금처럼 데뷔 30년을 훌쩍 넘은 중년 여배우라면 더욱 그렇다. 두 사람이 이번 화보 촬영을 함께 하게 된 것은 한복인 박술녀 원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두 사람이 한복이 필요할 때마다 손수 디자인한 한복을 지어 입혔다. 그만큼 두 배우가 가진 각각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보라는 여장부고 박준금은 천생 여자였다. 금보라는 삼겹살이 좋다고 했고, 박준금은 파스타를 좋아한다. 박준금이 트렌디한 옷을 즐겨 입는다면, 금보라는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한결같이 고수하는 식이다.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금보라는 재치 있게, 박준금은 수줍게 연기하기 시작했다.

준금씨는 저보다 4년 후배예요. <순애>라는 드라마로 처음 연예계에 등장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죠

# 천생 여자 박준금

지난 1년 새 캐릭터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여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박준금이다. 노총각 지상렬과 가상 결혼 생활을 선보였는데 그 반응이 대단했다. 중년에도 이렇게나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박준금의 재발견'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원래 저는 집에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에요. 특별히 스케줄이 없어도 오전 10~11시쯤엔 꼭 집에서 나오려고 해요.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다 보면 삶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50대 여배우에게 이런 수식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에 비친 박준금의 모습은 '패셔너블' 그 자체였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 엄마' 때부터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 방송에서 보여준 그녀의 일상은 '천생 여자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피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자기 전에 팩을 꼭 하려고 하고요. 또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레깅스, 가죽 팬츠, 밀리터리 룩 등 트렌디한 옷을 즐겨 입는 편이에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촬영장에 들어올 때 그녀는 새하얀 스키니 팬츠에 핑크빛 코트를 매치하고 있었다. 웬만큼 몸매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소화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파스타나 치즈 같은 느끼한 음식을 좋아해요. 건강을 생각해 국물은 절대 먹지 않는다는 게 제 철칙이죠."20대도 울고 갈 죽음의 44 사이즈다. 취향도, 몸매마저도 신세대 못지않은 그녀는 그래도 20대 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20대는 방황기였어요. 오히려 지금이 훨씬 편하죠. 그래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한테 좀 잘하고 싶어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애잔한 마음이 있거든요.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지난 한 해 동안 웬만한 청춘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박준금의 새해 소망은 뭘까?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잖아요. 이 정도 연차가 되면 인기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그렇게 살면 삶이 너무 고단하잖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하려고요. 그래도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2014년에 웃을 일이 많았던 만큼 새해에도 웃음이 넘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 화끈한 여장부 금보라

금보라는 촬영장까지 홀로 차를 운전해 왔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였다. 이제 막 드라마 대본 리딩 연습을 마치고 바삐 왔다는 그녀는 기대만큼이나 화끈했다. "나는 전성기가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방송 활동 많이 하고 인기가 있다고 그게 다인가 뭐? 살아서 숨 쉬는 모든 순간이 나의 청춘이자 전성기인 거죠. 저는 항상 '나는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우리 나이쯤 되면 곁에서 용기를 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니 스스로 나에게 마법을 거는 거죠. 모두 다 잘할 수 있다고요."

그녀는 올해로 데뷔 38년 차다.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 생활을 이렇게나 오래 했으니 어지간한 일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강인해 보이는 성격 때문인지 대중이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은 '할 말 다하는' 시원시원한 캐릭터다. "난 원래 일로 만난 사람들이랑은 잘 안 어울리려고 해요. 내가 음식은 안 가려도 사람은 좀 가리는 편이거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게 제일 안 좋은 것 같아요. 인생은 항상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사람 가리는 금보라도 콕 점찍은 후배 배우가 있으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엄마와 아들의 역할로 서로 호흡을 맞춘 배우 박서준. "서준이는 정말 예쁜 후배예요. 같이 호흡을 맞춰보니 정말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더라고요. 근래 들어 만난 배우 중 가장 탁월한 것 같아요. 서준이는 자기와 딱 들어맞는 옷을 입기만 하면 정말 크게 빛날 수 있는 배우예요."

금보라는 올해로 재혼한 지 10년째다. 남편에게 어떻게 애교를 부리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요" 하고는 싱긋 웃는다. "내가 애교라도 부리려고 하면 '니 와 이카노?' 할 게 분명해요. 이 나이에 주책없게 무슨 애교를 부려요, 친구처럼 지내는 거지. 요즘은 남편이랑 여행하고 산책하는 게 취미라면 취미예요. 얼마 전엔 남편과 함께 유럽 여행도 다녀왔고요."

세월이 흘러도 그녀의 외모가 변함없이 아름다운 건 남편과 즐기는 데이트 덕분일까? 피부 관리 노하우를 물었더니 대뜸 때수건 얘기를 꺼낸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때수건으로 밀어서 얼굴 각질을 제거하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안 믿더라고요. 목욕탕에서 가끔 저를 보면 사람들이 놀라더라니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 그리고 하루에 40분 이상씩은 꼭 걸으려고 노력해요. 나이 드니까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카메라가 있든 없든 금보라는 재치가 넘친다.

"상렬이 어때?"

"에이, 무슨 소리야!"

"상렬씨랑 같이 방송해봤는데, 진짜 남자답고 괜찮은 사람이야. 보기 좋던데 뭘."

"상렬씨 좋은 남자지. 얼마나 순수한지 몰라."

"그래? 그럼 내가 상렬씨한테 가서 물어볼게.(웃음)"

톱스타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박술녀 원장. 그녀는 매년 수차례의 패션쇼를 통해 한국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추노> 같은 사극은 물론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같은 현대극까지 각종 TV 드라마에 협찬도 한다. 지난해에는 한복집을 배경으로 한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전문 자문과 제작 지원을 맡기도 했다.

대표 디자이너인 박술녀 원장은 이번 화보 촬영을 위해 수십 벌의 한복을 손수 챙겨왔다. 하나같이 색감이 곱고 아름다워 의상을 선정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어야 했다. 박 원장은 촬영 내내 두 배우의 옷매무새를 손수 만져주었고, 액세서리까지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이었다.

박술녀 한복의 특징은 디테일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깃과 소매 부분에는 박 원장이 한 땀 한 땀 디자인한 꽃자수가 놓여 있다. 또 활동이 편하도록 개량한 소매도 인상적이다. 치마 안감까지도 신경 써서 제작해 바람에 날려도 아름다운 한복의 모습을 드러낸다.

취재_정희순 기자 | 사진_하지영 | 의상협찬_박술녀 한복(02-511-0617) | 장소협조_디마쥬 스튜디오(02-3444-0291) | 헤어_박효심 실장(재클린) | 메이크업(금보라)_은채 원장(늘솜) | 메이크업(박준금)_김현정 부원장(재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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