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이 인정한 말하기 고수 안소연, 유재석처럼 되고 싶나요?

2014. 12. 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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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생각한다, 말을 잘하고 싶다고. 23년 차 라디오 MC이자 내레이터, 성우, 방송 화술 전문 강사로 활동해온 안소연이 말 잘하는 비책을 공개했다.

<안소연의 MC 되는 법>(민음사)의 저자 안소연은 방송사 공채에 세 번이나 합격한 '능력자'다. 그녀는 KBS 23기 성우로 방송계에 입문한 뒤 LG홈쇼핑 4기 쇼호스트를 거쳐 국군방송 KFN의 1기 MC로 발탁되는 특이한 이력을 소유했다. 또한 음악 프로그램부터 시사·경제와 대북 프로그램 MC, 라디오 드라마와 외화 더빙, 내레이터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국군방송 자유의 소리 FM <새 삶을 찾은 사람들>의 MC로 3년째 탈북민과 만나고 있다. "어릴 때 막연하게 성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 때 연극부 활동을 했는데 연출자가 너는 성우 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후 우연히 학교에 방송사가 찾아와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진로를 묻는 질문에 저도 모르게 '저는 성우가 될 것 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몇 개월 후 진짜 KBS 성우가 됐고요.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사실 안소연은 어린 시절부터 '될성부른 나무'였다. 다른 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할 때 혼자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연기를 하고, 시집을 낭독하며 노는 게 일상이었다. 예쁜 사람들이 거울을 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듯 안소연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가장 즐겁고 기뻤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 방송반에서 방송했던 때를 떠올려요. 제 목소리가 나오는 조용한 복도를 걸어가는데 전교생이 내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짜릿하고 행복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일에 푹 빠져 지금까지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그냥 좋아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하지만 방송인으로서 23년 동안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신입 성우 시절에는 선배들에게 밉보여 성우의 길을 포기하고 중국에 건너가 한국어 강사를 하기도 했고, 밥벌이를 하고자 적성에 맞지 않는 홈쇼핑 쇼호스트,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했다. 무명이라는 이유로 설움을 당한 것도 여러 차례다. "성우는 쉽게 됐지만 그 후에는 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성우로서 크려면 외화나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는 영화부 일을 많이 해야 했는데 선배들의 눈 밖에 나면서 일찌감치 그쪽으로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걸 직감했어요. 중국 유학을 다녀온 후에는 어렵게 시작한 프로그램이 어느 날 갑자기 정부 정책 때문에 폐지되기도 하고, 잘 해오던 DJ 역할을 어느 날 갑자기 유명 연예인에게 내주는 일도 있었고요. 당시 국군방송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할 때인데 배우 공유씨가 드라마 <커피프린스>로 대박을 치고 국방홍보원에 들어온 거예요.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가 들어왔으니 평범한 아줌마였던 저는 바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어요."하지만 안정감 넘치는 목소리와 탁월한 내레이션 실력 덕분에 안소연은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방송의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로 활약했다. 또 중국에서 강사로 활약했던 것이 입소문 나면서 강의 제의도 많아져 KBS·MBC 방송아카데미, 서울예술종합대학 등 강단에도 섰다. 특히 안소연은 소위 잘나간다는 성우와 작가들이 너도나도 강의하겠다고 줄을 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KBS 방송아카데미의 '최장수' 강사 타이틀도 갖고 있다. 그녀의 강의는 언제나 강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MC이지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말을 잘하기 위해선 일단 잘 들어야 해요. 딴생각하지 않고 집중해서 듣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거나 표정과 행동으로 공감해주면 더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최고의 MC라고 하는 유재석씨, 이금희씨가 뛰어난 부분이 바로 그거예요. 이금희씨가 KBS <아침마당>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참 속상하시겠어요'래요. 유재석씨는 상대의 이야기를 반복해 말하는 방식으로 잘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죠. 이렇게 상대의 감정을 읽고 공감해주기 때문에 출연자들도 그들 앞에서 거부감 없이 자신의 속 얘기를 하는 거예요."안소연은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에 나오는 말도 인용했다. '가장 소중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고, 가장 소중한 장소는 바로 여기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문구다. "책에도 자세히 썼지만 방송을 한다면 특히 이 말을 명심해야 해요. 저는 유명 MC도 아니고 관전하는 입장이지만 톨스토이의 이 명언 세 가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은 확실해요. 요새 KBS <우리 동네 예체능>을 가끔 보는데 신현준씨를 보고 놀랐어요. 어떤 방송이든 자세히 보면 패널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생각보다 열심히 듣지 않거든요. '내가 무슨 말을 할까'를 생각하지. 그런데 신현준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에 집중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저 사람은 MC로 정말 오래가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자기만 돋보이려고 딴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MC로 성공할 수 없어요."이렇듯 다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면 부부 싸움도 칼로 물 베기가 될 수 있다. 아무리 화가 나고 남편의 말이 거슬리더라도 일단 듣고, 들은 말을 반복해주면 상대방이 인정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 그렇게 남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큰 싸움은 피할 수 있다고 '주부' 안소연은 조언했다. 또 이러한 말하기 비법은 아이와 대화를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된단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밖에 나가자'고 했는데 아이가 '싫어'라고 답해요. 그러면 엄마는 대부분 '싫긴 뭐가 싫어. 빨리 나와'라고 윽박지르죠. 그러면 아이는 울고 떼쓰고, 서로 기분이 상하는 거예요. 그러니 아이가 싫다고 하면 일단 '네가 나가기 싫구나'라고 공감해주세요. 그리고 나가야 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주면 아이도 이해하고 마냥 떼쓰진 않을 거예요. 잘 말하는 법을 알면 육아 스트레스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웃음) 안소연은 인터뷰 도중 자신을 '무명' 혹은 '유명하지 않은 방송인'이라며 겸손을 나타냈다. 하지만 무명인 그녀가 23년간 치열한 방송가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면 그녀가 전하는 기술이야말로 '진짜'가 아닐까. 누군가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기꺼이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한 안소연의 진심, 이보다 더 친절할 순 없다.

취재_이현경 기자 | 사진_박원민 | 장소 협조_카페 고희(02-734-4907) | 헤어·메이크업_헤어팝(02-39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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