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숲길에서 발견한 작은 흙집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2015. 7. 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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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누리는 일상의 쉼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유행어가 인기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해도 심심하지 않은 집. 무료하기는커녕 꽉 찬 행복감을 준다는 양평 시골집을 찾았다.

양평에서 비포장도로를 만나더니, 게다가 베테랑 취재진이 길을 잃고 헤매다니.

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곳은 양평 단월면에서도 한참 들어간 산음리숲속이었다. 핸드폰도 안 터지는 산중에 있으니 이곳이 강원도인지 경기도인지 헛갈리는 찰나, 멀리서 우리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발길이 멈춘 곳은 생각지도 못한 넓은 터.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땅에 작은 흙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주인 김경민 씨도 수줍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양평에서도 외진 곳이라 오는 길이 쉽진 않죠.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지금보다 훨씬 더 오지였어요(호호)."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경민 씨는 친구 따라 나선 길에 무엇에 홀린 듯 이 땅을 계약했다. 단지 자연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돌산 한가운데 임야를 덥석 산 것이다. 주변의 걱정과 만류 속에서 부부는 주말이면 산속에 들어와 차근차근 땅을 일궜다. 몇 차례 토목 공사를 통해 큰 나무와 돌을 정리하고 보니, 휑한 황무지가 부부 앞에 섰다. 돌을 나르고 풀을 뽑아 작은 텃밭을 만들고, 텐트 하나 오롯이 놓일 그늘도 얻었다.

"찾아오는 친구들이 컨테이너 한 채라도 두라고 성화였는데, 산골 정취를 깰까 봐 극구 사양했어요. 대신 물가 주변으로 소박한 평상 몇 개만 두고 친구들과 휴일을 보내곤 했죠."

그러는 사이 아들딸은 사회인이 되었고, 부부는 그제야 집짓기를 결심했다. 텐트 생활을 한 지 2년 만이었다. 최대한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집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결론은 흙집에 닿았다. 20평 남짓한 규모에 방과 거실은 하나씩, 여기에 구들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전통 방식 그대로의 흙벽돌을 찾다가 인토문화연구소에 설계•시공을 맡겼고, 집은 목수들의 땀방울로 3개월간 지어졌다.

별도의구조재 없이 흙벽돌로 벽체를 쌓은 뒤, 여기에 보와 도리를 올리고 국산 낙엽송으로 서까래를 삼았다. 손으로 치대 만든 벽돌이라 일정하지 않기에 줄눈을 넣는 데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했다. 그 덕에 목수들의 노고가 곳곳에 묻어난다. 지붕은 단열재와 지붕 전용 황토벽돌을 넣고 굴참나무 너와로 덮었다. 자연 소재로 지었기 때문인지 오래 가꾼 땅에 새집이 들어섰음에도 이질감 없이 조화롭다.

"집을 짓기 전에, 다른 집들을 많이 보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내 집을 짓고 부쉈어요. 오래 생각하고 결정한 집이기에 충분히 만족스럽고, 반년이 지난 지금 보니 살수록 더 좋은 집이에요."

*구들방과 아궁이

한 칸의 방은 구들이 깔려 있다. 집 뒤편에는 아궁이가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는데, 목재를 이용해 비가림막을 만들어 오붓하게 활용한다.아궁이는 불길이 고래로 바로 들어가는 형식으로 한 번 불을 때면 하루 종일 방바닥이 식지 않는다. 이 구들방과 거실의 벽난로로 겨울을 난다.

가족은 이 집에서 보내는 가장 행복한 때를 '멍 때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눈이 듬뿍 와서 고립되는 날은 더 신이 나기도 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기분, 그게 은근 중독성이 있어요. 그래서 저흰 아직도 이 집에 오는 길이면 가슴이 뛰어요."

처음 심었을 때 젓가락만 했다던 소나무 모종이 이젠 제법 조경수 같아졌다. 그동안 부부의 행복도 그만큼 커지고, 마음은 더 넉넉해졌다. 시골집 마당에서 수확한 먹거리들은 도시의 이웃들에까지 전해지며, 그렇게 행복도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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