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의 고백

입력 2014. 7. 25. 09:32 수정 2014. 7. 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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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이효리가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이름하여 '소길댁'.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도의 작은 마을 이름을 따다 스스로 붙인 것이다. 시골 아낙 이효리의 삶은 어떨까?

남편과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아침을 열고, 오후에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열무를 수확한다. 전직 '요정', 현직 '새댁' 이효리(35세)의 일상이다. 이효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언제부턴가 여기가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들어 서툴지만 블로그를 시작했다"며 블로그 개설 소식을 전했다. 그리하여 찾아간 이효리의 블로그에는 '효리네 집으로 놀러오세요'라는 기분 좋은 대문글이 손님을 반긴다. 주인장 이름은 '소길댁'. 털털한 이효리의 매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소길댁'의 블로그는 이효리·이상순 커플의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과 이효리의 생각이 담겨 개설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효리의 사진과 글은 그녀의 깨끗한 민낯만큼이나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다. 그녀의 감성이 더해진 숲과 나무, 바다와 석양 사진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알콩달콩 신혼 생활은 보는 이들의 부러움을 자아낸다. 이상순은 커피를, 이효리는 차를 마시며 함께 맞이하는 '다른 향기'의 아침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참된 부부의 모습이 엿보인다. 뷰파인더를 통해 본 서로를 마주하는 표정에서는 무한한 사랑이 묻어난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싱글벙글하는 '바보 상순'의 모습과 쪼그려 앉아 꿀벌에게 설탕물을 먹이는 장면은 아기자기한 소꿉놀이 같기도 하다.

초보 새댁 이효리의 좌충우돌 살림살이를 엿보는 것도 즐겁다. 어느 평범한 저녁의 밥상을 공개한 이효리는 "흑미밥은 안 불리고 했더니 생쌀 느낌. 고사리는 생선 굽다 태워버림. 옥돔은 겉은 타고 안은 안 익어버림. 찌개용 두부가 아니라 연두부를 사와서 순두부 된장찌개가 되어버림. 남은 연두부는 썰다 다 으깨져서 저 모양 돼버림. 친정엄마랑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밑반찬으로 위기 모면…. 세상의 모든 주부님들 존경합니다"라는 글로 부족한 요리 실력을 한탄했다. 다른 날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밥 차리는 소길댁. 매 끼니 뭘 먹어야 하나. 이거 되게 어려움. 엄마 생각남"이라면서 앞치마를 두르고 부지런한 손길로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텃밭에서 수확한 열무, 상추, 쑥갓을 보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애송이 손에도 이렇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한다.

look at 패셔니스타 이효리의 소길 잇 아이템

백리스 농사 패션│이효리는 텃밭을 가꿀 때도 멋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레드 카펫에서나 볼 수 있는 등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채소를 수확했다. 군살 없이 매끈한 등 라인이 매력 포인트. 섹시 스타 이효리다운 선택이다.

핸드메이드 목걸이│이효리가 인정한 소길 유행 아이템으로 지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다. 비싸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따스하고 아름답다는 것이 이효리의 평가. 빈티지한 분위기의 이효리 패션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효리표 자수 장식│이효리는 요즘 자수에 꽂힌 듯하다. 집 안의 쿠션, 정원의 나뭇잎에도 자수를 놓는다. 이상순의 낡은 운동화와 목장갑은 이효리의 애정 어린 자수가 더해져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고 싶을 정도다.

look at 소길댁표 레서피 엿보기

커피빙수│슈퍼에서 파는 시판 팥빙수에 커피를 부으면 간단하게 커피빙수 완성. 소길댁이 개발한 특제 디저트다. 이효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먹으면 맛도 두 배.

렌틸콩 요리│빵과 달걀, 사과, 렌틸콩으로 완성한 아침 밥상도 화제였다. 렌틸콩은 삶아 올리브유와 비니거를 넣고 살짝 볶아주는 것이 이효리의 요리법. 맛이 궁금하다.

이효리의 아침 메뉴 렌틸콩은?

렌틸콩은 이효리의 아침 메뉴로 공개된 직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까지 오르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인도가 주산지인 렌틸콩은 반으로 쪼갠 모양이 렌즈처럼 생겼다고 해서 '렌즈콩'으로도 부르며, 우리나라의 녹두와 비슷하게 생겼다. 인도뿐 아니라 유럽, 중동 등에서 널리 재배된다. 인도 사람들은 매일 빵이나 밥과 함께 먹고, 유럽인들은 스튜를 만들어 먹거나 삶아서 채소와 함께 먹는다. 면역력 강화, 항암 효과, 노화 방지, 간세포 재생, 다이어트 효과 등 다양한 효능이 있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하며 비타민, 철, 인 등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아연 함량이 다른 꼬투리 콩보다 2배나 많고 임산부에게 좋은 비타민 B군과 엽산도 풍부하다.미국 건강 전문지 < 헬스 > 는 2006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한국의 김치, 일본의 낫토, 스페인의 올리브, 그리스의 요구르트와 함께 인도의 렌틸콩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고사리 따기 선수가 된 자신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도 알지 못하던 나물을 이제는 혼자만의 비밀 장소까지 만들어가며 몰래 딴다는 것. 톡톡 꺾는 재미와 자연이 주는 무상 급식이 황홀해 가시나무 사이를 헤쳐야 하는 고생도 잊고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된단다. 고사리를 햇볕에 고이 말려 서울에 계신 가족,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소길댁' 이효리의 기쁨이자 행복이다. 주변에 사는 친구들 집에 마실을 가는 것은 소길댁의 주요 스케줄 중 하나. 모델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최미애와 산딸기를 따기도 하고, '동쪽에 사는 벗'이라고 표현한 배우 방중현의 집에 가 오순도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이웃 간에 교류가 없는 삭막한 도시 생활과는 다른 정겨운 냄새가 풍긴다. 낮술 한잔에 뻗어 웅크린 채 잠을 자는 스타 이효리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친구와 다르지 않다.

이렇듯 평범한 제주 아낙으로 변신한 이효리의 삶을 통해 팬들은 잠시나마 힐링하고 위안을 받는다. 복잡한 도시에서 탈출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화려하게만 보이던 슈퍼스타 이효리의 삶도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이효리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데도 가감이 없다. 어느 날 이효리는 '모순'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그녀는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라고 읊조렸다. 이어 "숲을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 돼지고긴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선 절을 하죠.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기는 싫죠.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모순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연인 이효리의 삶과 스타 이효리의 삶 모두를 놓치기 싫은, 조금은 속물적인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다.

또 다른 날은 "학교 다닐 때부터 짧은 내 다리가 싫었다"고 콤플렉스를 공개하며 고양이 사진을 이용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재치 있게 비꼬기도 했다. 현재에 만족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이효리의 모습이다. 순심이를 비롯한 반려견들은 이효리 블로그의 최대 단골손님. 매일 숲으로 바다로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의 건강을 위해 엄마 이효리는 손수 털을 깎아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또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산책하고, 서핑보드에 함께 몸을 싣는 것도 순심이를 비롯한 강아지들의 몫이다. 남편 이상순은 동반자 겸 포토그래퍼(?) 역할을 톡톡히 하며 파워 블로거로 등극한 아내를 지원한다. 외조의 왕이 따로 없다. 한편 이효리·이상순 커플은 지난 2013년 9월 1일 제주도 자택 정원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후 제주도에서 신혼 생활을 해오고 있다. 당시 이효리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몇몇만 초대해 소규모로 식을 올렸으며, 웨딩드레스도 명품 브랜드가 아닌 직접 발품 팔아 구입한 빈티지 제품을 입었다. 또 주례 없이 서로에게 편지를 낭독했으며, 현장의 하객들에게 즉흥적으로 축가를 요청해 부르게 했다. 허례허식 없는 이효리표 하우스 웨딩은 보여주기 식이 아닌 합리적인 웨딩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입는 것, 걸치는 것마다 유행이 되는 트렌드세터 이효리. 패셔니스타 이효리가 아닌 제주 아낙 소길댁이 또 어떤 유행을 몰고 올지 자못 궁금하다. 하이힐 대신 투박한 장화, 아찔한 미니스커트 대신 펑퍼짐한 멜빵바지가 되지 않을까?

취재_이현경 기자 | 사진_이효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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