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예꽃재

매거진 입력 2016. 12. 1. 14:55 수정 2016. 12. 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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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꿈꾸는 마을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60여 명의 이모, 삼촌들과 언니, 오빠, 형, 누나, 친구, 동생들에게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 마을이 학교다.


자연 속 야트막한 경사를 따라 32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예꽃재


+ 32가구의 조합원이 직접 일구고 발품 팔아 만든 마을

예꽃재(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는 사교육 걱정 없는 마을살이를 바라던 몇 사람의 꿈에서 시작돼 조합원을 모집하고 총 5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지면에 담기엔 턱없이 부족한 파란만장한 과정이 있었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헤쳐왔고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중 기반시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신규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 충청남도, 아산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조성되었다.


단지 건축개요

대지위치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 대지면적 : 21,809.70㎡(6,597.43평)

건물구성 : 32가구, 커뮤니티센터 2동, 어린이도서관, 도예실 / 가구당 평균 대지면적 : 주택 - 317.35㎡(96평), 공용 - 350.41㎡(106평)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 지상 – 경량목구조 /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 지붕 - 2×8 구조목

지붕마감재 : 징크 / 단열재 : 그라스울 24K, 비드법단열재 50㎜

외벽마감재 : 스터코플렉스 / 창호재 : PVC 단창(에너지등급 2등급)

에너지원 : 신재생에너지(지열 + 태양광)

설계 : 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 마루 041-548-8300  http://blog.naver.com/korea4999

시공 : 예스우드&예스홈 1688-5407  http://cafe.daum.net/YESWOOD


단지 조감도 Ⓒ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 마루


+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마을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사업의 지원사업을 통해 전체 가구와 커뮤니티 시설에 태양광과 지열을 에너지 중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에너지 사용을 실천해 가고 있는 친환경적인 마을로 실제 일부 세대는 에어컨 없이 이번 여름을 보내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건축물 설계와 시공에서도 단열재를 이중으로 넣고, 에너지효율등급 2등급을 받은 제품을 쓰는 등 준패시브수준의 기술을 적용해 단열과 기밀에 만전을 기했다.


예꽃재 커뮤니티 공간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공동체 마을

예꽃재에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꿈꾸며 마을 안에서 아이가 자라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함께 마을을 일구어나간다.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계획하고 즐기며 아이들은 ‘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의 이름처럼 나무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도예, 풍물, 생태체험, 요가 등 신나고 행복한 체험 속에 자라난다.

01 넓은 야외공간은 마을 행사를 치르거나 함께 운동하기 좋다. 커뮤니티동 사이의 구조물에 막을 씌우면 그 아래 데크에서 공연도 할 수 있다.    02 도서관은 뒷편 외부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원형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공간도 있어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03 채광과 환기가 잘 되는 도예공방.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이 와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넉넉하게 구성했다.    04 기존에 있던 나무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고 새로 지은 건물에서 외부 공간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05 아이들끼리 서로 토론하고 공동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201호 / 아이를 위해 지은 민서네 별집

요철이 많고 높낮이와 경사가 다양해 리듬감이 느껴지는 건물의 외관
서재 미닫이문을 한식으로 꾸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HOUSE PLAN

대지면적 : 375.70㎡(113.6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98.56㎡(29.81평)

연면적 : 107.75㎡(32.60평)

건폐율 : 26.23%

용적률 : 28.68%


“제가 늦은 나이에 딸을 낳다보니 너무 경쟁에만 치여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어렸을 때 마을에서 자랐는데요, 어른이 되고 보니 살면서 그 시절이 큰 힘이 된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학교와 집을 찾다가 여기에 오게 됐죠.

여러 가지 면에서 단독주택은 좀 부담스러웠는데 마을은 더 안전하고 안심이 돼요. 형제가 없는 민서가 동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온 집인 만큼 아이의 방에 특히 더 신경써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평면이 별모양인 집을 만들어주셨어요. 아이 방은 별의 두 꼭지점을 쓰고 있는데, 자는 공간과 활동 공간이 분리돼서 아이가 무척 편하고 좋다고 해요.” 


현관을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주공간과 유려한 원형계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PLAN - 1F (93.84㎡)   /   PLAN - 2F (13.91㎡)


304호 / 따로 또 같이 쓰는 쌩쌩이네

1층은 공부방으로, 다락은 침실로 나눈 아이들 방. 책장을 밀면 비밀의 공간이 나타난다. 
산뜻하고 단정한 느낌의 거실
채를 나누면서 생긴 내부의 마당 연결데크가 집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HOUSE PLAN

대지면적 : 350.60㎡(106.06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다락

건축면적 : 117.97㎡(35.69평)

연면적 : 94.47㎡(27.97평)

건폐율 : 33.65%

용적률 : 26.97%


“한 집이 아니라 두 집처럼 보이죠? 1동은 안방과 가족이 같이 쓰는 공간이고, 2동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에요. 지금은 좀 어리지만 조금만 지나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때가 오잖아요. 그래서 과감히 채를 분리했어요. 아파트 공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막상 써보면 편한 점이 많아요.

아이들 방은 1층은 활동 공간으로, 다락은 침실로 꾸몄어요. 특히 1층에 책장을 밀면 안쪽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덕분에 공간을 훨씬 재밌고 넓게 쓸 수 있어요.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두 동 사이 데크 위 그늘막에 앉아 책을 보거나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자는, 이전에 없던 일상도 생겼지요. 우리 가족과 마을 이웃과의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요.”

PLAN - 1F (65.03㎡ + 27.44㎡)    /    PLAN - ATTIC (24.19㎡ + 16.36㎡)


501호 / 웃음이 흐르는 집, 소류헌

가족에게 알맞은 규모로 공간을 계획하고 가장 많이 머무르는 거실공간을 서재로 꾸몄다. 
널찍한 안마당은 자주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가족만 누릴 수 있는 중정 공간    /     복도에 다양한 크기의 창을 설치해 자연의 변화를 세세하게 느낄 수 있다. 


HOUSE PLAN

대지면적 : 334.20㎡(101.12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96.97㎡(29.33평)

연면적 : 91.38㎡(27.64평)

건폐율 : 29.02%

용적률 : 27.34%


“마을의 기본타입이 2층 규모의 주택 세 가지 타입이었는데, 저희는 2층집이 좀 크고 불편해서 개별설계를 맡겼어요.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메일을 써 달라 하시더라고요. 아이는 하나이고, 도예를 전공한 동갑내기 부부가 살고 있고, TV가 없고, 손님이 많이 오고, 주방과 거실이 주공간이 될텐데 빛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저희에게 널찍한 안마당과 벽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중정을 선물해주셨어요. 사실 중정을 원했지만, 공사비가 많이 들고 단열에도 좋지 않다고 해서 고민했었는데 마음을 읽어주신 거죠. 보여주신 평면을 보자마자 제가 여기서 돌아다니는 게 상상이 되더라고요.

바로 문을 열면 자연인 것도 마음에 들어요. 아이가 갖고 노는 게 달라지고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다양해졌어요. 미술을 전공했으니까 이전에 친구들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미술놀이를 맡았었는데 여기선 공동공간의 도예실을 운영하면서 마을 이웃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도 좋아요.”

PLAN - 1F (96.97㎡)


+ 마을과 함께하는 건축가와 시공사

아무리 집 한 채가 아니라 마을이라 해도 현장을 100번 이상 찾아가 확인하고 수정하고 챙기는 건축가는 흔치 않을 것이다. 마을의 커뮤니티센터와 주택 설계에서부터 작은 나무, 꽃 하나까지 마을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 온 아뜰리에 마루 구국현 소장. 그런 마을 주민들의 따뜻함에 보답하고자 마을 도서관의 설계를 재능기부로 선물했다. 시공사 역시 오랜 작업 기간 동안 마을 주민들과 친밀해지면서 일부 자재를 업그레이드하고, 한번에 다수의 주택을 짓는 공사임에도 오직 한 채만을 위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디테일을 살리고자 공들였다.

이들의 마음에 감동한 주민들 역시 마을 집들이 행사를 하며 건축가와 시공사 대표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선물했다. 게다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아산 시내 곳곳에 홍보 현수막까지 걸 정도로 신뢰감을 보여주었다.


+ 1/32의 노력으로 누리는 마을 살이

예꽃재 주민들은 공동공간의 데크, 도로의 조경, 옹벽 등 마을 곳곳을 함께 꾸며나가고 있다. 단순히 공간이 개선되는 것뿐만 아니라 손수 만든 결과물을 보며 마을에 애착을 느끼게 되고 추억이 쌓인다. 각자가 조금만 일손을 보태면 혜택을 보는 사람은 많아지고, 내가 가진 재능이 한 가지더라도 32가구가 모이니 그 이상의 것들을 익히고 배울 수 있다.

이들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성장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행복을 누리는 모습을 본다면 아이들은 마을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 성장하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어른도 아이도 서로 놀고 기뻐하고 위로할 수 있는 골목문화가 살아있는, 이곳이 바로 예꽃재다.


예꽃재의 다채로운 일상

01 충남예술고등학교 자원봉사학생들과 함께한 마을의 옹벽 꾸미기 작업 02, 03 마을 집들이 행사 때 진행된 설계·시공자 감사패 수여식 04 외동이라 해도 주변에 또래 친구들이 많아 다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05 입주자들이 마을의 커뮤니티 데크를 함께 만들고 있는 모습 06 길가 조경도 함께 한다. 작업할 땐 잠깐 힘들지만 덕분에 공간에 대한 애착과 추억이 쌓인다. 07 마을 자체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양궁, 농구 수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사진제공 예꽃재 마을 블로그 http://yeggotjae.blog.me


INTERVIEW

예꽃재 권세은 조합장   /   아뜰리에 마루 구국현 소장

Q 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권세은(이하 권) 저희는 처음부터 특색이 강했어요. “아이들 학원 덜 보내고, 같이 키워보자”하는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가능했죠. 요즘 보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 것 같아요.


Q 마을에 입주하기 위한 별도의 심사가 있었나요?

없어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심사하겠어요. 그런데 모여있는 사람들의 색깔이 보이잖아요. 찾아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시니까 자연스럽게 비슷한 성향의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요. 여기가 사교육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대신 훨씬 덜하죠. 억지로 보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라다가 어느 시점에 본인이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구국현 소장님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그전에 3명의 건축가와 진행을 하다가 엎어졌어요. 지쳐있을 때쯤 아는 분의 소개로 구 소장님을 만났는데, 저희 얘기를 잘 들어주시고 현장을 자주 다녀가셨어요. 그렇게 보여주신 기본주거타입 3개는 이전까지 봐왔던 것하고는 확연히 다른 거예요. 다들 ‘아, 그래 이게 집이지’라고 느꼈대요. 특히 지형과 주변 환경, 무엇보다 저희의 특성을 잘 반영해주셔서 조합원들과 같이 가주시기로 했죠.


Q 중간에 투입되셔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현장을 100번 넘게 방문했다고요.

구국현(이하 구) 제가 왔을 때는 이미 옹벽공사와 도로, 필지 구분은 이미 끝나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옹벽이 있는 곳은 겨울에 마당으로 빛이 어떻게 들어올지, 온종일 체크했어요. 그러고 나서 택지의 경사도와 옹벽을 보여드렸더니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그동안 건축가를 만나면서 한번도 대지모형 같은 걸 본 적이 없었대요.


Q 원래는 기본타입 3개 중에 고르는 것이었는데 개별 설계 주택이 꽤 있죠?

제가 애쓰는 걸 보고 처음엔 응원하는 차원에서 조합장님이 개별 설계를 의뢰했어요. 그러다가 다른 집들도 참여하기 시작해 총 13~14채 정도돼요. 기본타입이라고 똑같은 집은 없어요. 땅과 위치가 다르니까요. 설계할 땐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공동으로 쓰는 공간의 경계부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Q 3~4개월간 열 채가 넘는 개별주택을 설계하셨네요.

원래는 서천군 기반으로 일을 하고 있었고, 들어오는 의뢰도 꽤 있었어요. 그런데 예꽃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동안엔 여기 일 위주로 했어요. 이 작업이 재밌었어요. 건축주들이 보낸 메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봤어요. 갖고 다니면서, 밥 먹으면서까지요. 그렇게 고민하면 현장에 갔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생기더라고요.


Q 각 주택에는 어떤 점을 특별히 신경 썼나요?

이곳이 융복합에너지사업에 선정되어서 태양광과 지열보일러 설치가 가능했어요. 여기에 시공사 예스홈과 함께 개별주택은 이중단열을 하고 창호도 에너지효율등급 2등급을 받은 제품을 썼죠. 그 결과 지난겨울 실내온도를 24도로 맞추어도 난방비가 15만원 내외가 나오더래요. 심지어 누진세로 난리가 났던 이번 여름에는 전기세가 평균 2천원 대였다고 해요. 제일 많이 나온 집이 8천원 대였고요.


Q 앞으로 예꽃재가 어떻게 되길 바라나요?

지난여름 휴가를 다녀온 가족들이 있는데요, 제주도를 다녀오면 문 앞에 감귤초콜릿을 둬요. 그럼 ‘아 OO네 제주도 다녀왔구나’하고 알죠. 서울에서 내려오신 부부도 계신데 익숙하지 않으시대요. “서울은 이게 다 돈이야. 누가 밥을 먹여줘? 그거 돈이야~(웃음)”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경쟁에 몰리기보다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지금처럼 다들 건강하고 즐겁게 서로 도와가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취재_조성일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1월호 / Vol.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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