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먹는다고요?"

윤지아 기자 2016. 2. 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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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이 신기한 중국 며느리들의 이야기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위치도 그렇지만 문화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본과 달리 신정과 구정을 나누어 보내는 것도 우리와 같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구정을 ‘춘절’이라고 해 더 큰 명절로 여긴다. 비슷한 문화도 많지만, 막상 겪어보면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 투성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중국 며느리들은 한국 설을 경험하면서 놀라곤 한다.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 회원들인 중국 며느리들에게 한국 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며느리들은 당연시 생각하는 것들이 중국며느리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중국 며느리들이 명절에 제일 ‘신기하다’, ‘다르다’고 느낀 점은 ‘차례상’이었다. 중국 며느리들이 바라본 한국 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국 며느리들이 가장 놀란 것은 한국 제사상 위 과일 형태다. ⓒ베이비뉴스
중국 며느리들이 가장 놀란 것은 한국 제사상 위 과일 형태다. ⓒ베이비뉴스

 

◇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왜 윗부분만 깎을까요?

‘한국 설 명절을 보내면서 가장 놀랐거나 신기했던 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두 명의 중국인 며느리는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이라는 다소 재밌는 대답을 했다.

결혼 후 한국에서 4년째 살고 있는 통이윈(45·서울 양천구) 씨는 결혼 후 첫 명절 때, 중국에서 차렸던 차례상대로 차례상을 차렸다. 중국에서는 온전한 과일 그대로를 올렸기 때문에 그대로 올렸다. 하지만 형님이 과일은 윗부분을 깎아서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상들은 윗부분을 깎아야만 먹나?’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던 한국의 제사 문화였다.

연남 글로벌빌리지센터 센터장이자 한국 며느리 생활 16년째인 리우옌(서울 양천구) 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16년이나 지났지만, 과일 윗부분만 깎는 것은 아직도 신기하다고.

제사상에 과일 하나 올리는 것부터 다른 한국의 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 며느리 눈에 새롭게 보인 한국의 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먹는다?

통이윈 씨는 설 명절을 보내면서 또 한 번 놀랐었다. 제사가 끝나니, 제사상에 올라갔던 음식을 다시 내려 먹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차린 음식을 우리가 다시 먹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중국에서는 제사나 차례상에 올린 음식은 산 사람이 먹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위한 음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사 후엔 버렸던 것이다. 

“중국도 제사를 지내지만, 완전히 달라요. 한국은 왜 명절에 제사를 지낼까요?”

중국 며느리들이 입을 모아 던진 질문이다. 중국에서는 명절에는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고 음력 ‘4월 5일’, ‘7월 15일’에만 제사를 지낸다고. 때문에 명절에는 제사를 따로 지내지 않는다. 즐겁게만 보냈던 명절에 제사까지 지내는 문화도 새롭게 다가왔다.

 

한국 명절마다 한국 전통음식 만들기 행사에 참여해온 통이윈 씨. ⓒ통이윈
한국 명절마다 한국 전통음식 만들기 행사에 참여해온 통이윈 씨(오른쪽). ⓒ통이윈

 

◇ 한국 설은 떡국과 세배는 반드시

한국 설에는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다. ‘절’을 하다니, 그 모습이 신기했다. 중국은 명절이라고 절을 하지 않는다. 인사만 하고 돈을 받는다. 또 한 번 ‘중국과 한국은 다르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또 다른 점, 음식 준비였다. 통이윈 씨는 “한국은 음식을 너무 많이 준비한다. 차례상도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그냥 먹을 음식도 중국보다 더 많이 준비하는 편이다. 중국에서는 차례상에 올릴 고기, 과자, 과일, 술 정도다. 가족끼리 먹을 만두도 만들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아직 음식이 서툴러 형님을 돕는 정도지만 중국과 다른 명절 음식 문화에 놀라곤 한다.”

리우옌 씨도 설마다 떡국은 꼭 차린다.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떡국을 먹어야 한다는 남편이 신기했다. “설날 아침은 무조건 떡국이라고 하더라고요. 중국은 명절에 음식을 많이 하지 않고 간단하게 만두 만들고, 좋아하는 걸 사먹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가 다문화가정이다보니 떡국과 중국식 만두를 함께 먹고 있어요.”

◇ 명절이 너무 짧아!

“중국 큰 명절 춘절은 2주간의 연휴가 있어요. 한국에서도 설은 큰 명절인데 연휴는 왜 3일일까요?”

한국의 귀성행렬에 크게 놀라진 않는다. 중국이 더 심하니까. 그래도 귀성길은 있고, 차리는 음식도 많은 한국에서 왜 연휴가 3일밖에 되지 않는지 의아할 때가 많았다.

통이윈 씨는 며느리로서 명절이 아닐 때도 시댁을 자주 가는 편이다. 시댁이 통영이라 자주 가기 힘든 거리임에도 혼자계신 어머니가 적적하실 거란 생각에 한 달에 두 번은 내려간다.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만큼, 명절 연휴는 짧게만 느껴진다.

리우옌 씨도 시댁이 멀지 않아 귀성 행렬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지 않은 편이다. 개방적인 시어른의 배려 덕분에 중국식 만두와 함께하는 한국 설이지만, 명절 연휴기간의 짧음은 아쉬움이 크다.

올해도 두 중국 며느리는 시댁으로 설을 보내러 내려간다. 여전히 신기한 과일 윗부분도 자르고, 떡국도 먹고 세배도 하는 그런 한국의 명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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