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9월의 책

김지선 2014. 9. 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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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먼저 만나보는 9월의 신간.

돌아온 거물들 그리고 9월의 신간

당신이 읽는 것이 당신을 말한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다. 국경을 넘어 많은 팬을 확보한 밀란 쿤데라, 파울로 코엘료, 토니 모리슨의 신간은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 당신의 내밀한 취향에 대해 말해줄 세 권의 소설.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남자가 한 명씩 무대 위에 등장한다. 인물들이 등장하고 행동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알랭은 여자의 성적 매력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라몽은 공원을 산책하다 다르델로라는 남자를 만난다. 칼리방은 집에 있다는 말이 전해지고 샤를은 니키타 흐루쇼프의 <회고록>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해준다. <회고록>에는 스탈린이 했다는 농담이 적혀 있다. 권력자의 농담과 그 뒷이야기. <농담>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처럼 매혹적인 주인공과 그들이 경험하는 정치적인 격변기를 겪는 체코에서의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질문을 여기에서도 만나리라 기대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대신 여기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움직임과 의미를 부여한다면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암 선고를 두려워하던 남자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자 지인에게 사소한 거짓말을 하나 한다. 암에 걸렸다고. 동정 어린 시선과 염려가 자신과 무관해지자,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온 남자에게 선의를 베푸는 여자의 몸짓 뒤에는 악의도 선의도 없이 프랑스어를 못하는 척하는 남자의 무심함이 있다. 의미와 무의미가 손을 맞잡고 춤춘다. 밀란 쿤데라는 그것이 삶이 아니냐고 묻는 듯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은 세 권의 책 중 가장 쉽고(악의를 갖지 말고 이 표현을 순수하게 대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잘 읽힌다. 이 책의 여주인공은 독자에게 사랑받기보다는 질투를, 혹은 짜증을 자아낼 인물이다. 스위스에 사는 여자는 물려받은 돈도 많은데 심지어 근면하게 일하며 돈을 많이 버는 남편, 기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 무엇보다도 잘 자라는 아이에 둘러싸여 있다. 뭐가 문제냐고? 그게 문제다. 이유 없는 권태, 다소의 우울. 그녀는 어느 날 취재원으로 재회하게 된 옛 남자친구와의 일탈을 꿈꾼다. 그는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일로 협박받는 정치인으로, 그런 상황에서도 여주인공의 우울과 권태를 단박에 읽어낸다. 남편과 건조한 성생활을 이어가던 여주인공의 성생활은 옛 애인의 등장으로 활기를 띠게 된다. 이야기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자의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는 도입부를 지나면 모험에 뒤따르는 스릴로 얼룩지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연금술사>로 파울로 코엘료를 기억해서는 안 된다. 그의 근작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가 그랬듯 통속성이 최고의 장점이다. 주인공을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결국 다음 장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을 가늘게 뜨고 엿보게 만드는 것, 잘났다는 이들의 진짜 사생활을 알게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식사와 섹스 장면이 <불륜>의 재미다.

"당신은 아마 당신 등이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모를 거예요. 해가 비치든 달이 뜨든, 하늘이 무엇을 담고 있든지요. 나는 거기에서 쉬어요. 나의 손, 나의 눈, 나의 입. 처음 그 등을 봤을 때 당신은 풀무로 불을 피우고 있었어요. 반짝이는 물이 당신 등뼈를 타고 흐르고 나는 거기를 핥고 싶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요." <자비>는 작은 판형에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백 년쯤 살았고 앞으로도 그만큼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드리나무 같은 문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책이다. 1680년대 아메리카 대륙, 미국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노예제도도 확고히 뿌리내리지 않아 백인과 흑인이 대농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주인의 젊은 아내와 아름다운 여종은 첫 만남에서 긴장을 풀고 친구가 된다. 아무도 확신 없이 서로 힘을 보태며 한 걸음씩 나아가던 시절. 그들의 땅은 어떻게 지금의 미국이 되었을까. 아름다운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면 마지막 대목에서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마스터의 등 뒤에 서서 작품을 상상하듯 읽어보시라. 토니 모리슨의 다른 책을 읽어본 독자보다 그렇지 않은 독자가 훨씬 많겠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면 <비러브드> 같은 대표작을 당장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writer 이다혜(<씨네21> 기자) l 에디터 김지선

9월의 신간 세 권

여름, 1927, 미국1927년 미국의 여름은 대서양 횡단 비행 성공으로 열기가 가득했다. 그 다사다난하고 특별했던 시절이 빌 브라이슨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백과사전 같은 위용을 자랑하는 이 책은 당시의 흥미롭고 충격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그리며, 황금 만능 시대의 꿈과 이상을 엿보게 한다. 위트 넘치는 문장과 생생하게 포착한 흑백사진들을 보다 보면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절을 경험하고 온 느낌이 들 것이다. 빌 브라이슨 까치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의 새 작품이 출간됐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밤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를 검색하는 요즘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자신을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건강하게 뉴스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논한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메일에 지쳤다면 이 책을 읽고 적당한 여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도 좋겠다.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밤의 나라 쿠파<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이사카 고타로가 이번에는 아기자기하면서 환상적인 우화를 만들었다. 평범한 공무원인 주인공이 표류한 끝에 만난 이상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렸다.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특히 <걸리버 여행기> 같은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오마주가 돋보이면서 혁명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 이사카 고타로 민음사

writer 조정연·남지원(피처 어시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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