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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날선 대한민국의 2012년 화두…올해의 아이콘을 말해다오
시티라이프 | 2012.12.05 11:18
벌써 한 해의 끝이다. 2012년 대한민국에선 장기화 되어가는 경기침체의 비바람 속에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등 남의 일 같지 않던 각종 푸어들이 양산되었고, 강도 높은 범죄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위협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탓에 전국민은 힐링 신드롬에 빠져들었다. 그와 동시에 대중은 아날로그 감성과 추억을 되살리는 1990년대 문화 코드에 열광했고 진지함은 거부하는 가벼운 웃음 코드와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19금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올해의 아이콘을 반추하며 흑룡의 해를 보내는 헛헛함을 달래본다.

힐링 신드롬

승자독식의 극단적 경쟁에 내몰린 대한민국은 적극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찾아 나서는 '힐링'에 몰두했다. 힐링 신드롬에 가장 수혜를 입은 곳은 출판계였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 >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 세상에 예쁜 것 > < 사랑하는 이의 부탁 > 등 서점가는 힐링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원조 힐링 여행인 템플 스테이도 한층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보였고, 올레길은 제주도의 풍경을 확연히 달라지게 만들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힐링 연극도 화제였다. < 여섯 주 동안 여섯번의 댄스 레슨 > 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춤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다뤘고, 진정한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던 < 이웃집 발명가 > , 농촌마을에서 살았던 여인이 최고의 요리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 옹점이 > 가 대한민국을 치유하고 보살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특정한 상품이나 일시적인 여행 등에 의존해 '힐링'하며 자칫 자기 합리화에 빠질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싸이 '강남스타일'

한국의 B급 문화가 세계인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후보, 유튜브 조회 8억뷰 돌파, 아이튠스 다운로드 1위, 빌보드 차트 2위와 같은 놀라운 기록은 모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단 몇 달 만에 이뤄낸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 될수록 사람들은 가벼운 웃음을 찾고 현실을 잊게 해주는 개그 코드를 즐긴다. 바라보는 이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싸이 본인도 비현실적일테지만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이 그만큼 웃을 일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쉬운 리듬의 반복, 코믹한 뮤직비디오, 외국인에게도 신선한 싸이의 얼굴 등으로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건 이쯤되면 쓸모 없어 보인다. 대놓고 사람들을 웃기고자 만든 강남스타일은 이제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든 역사적인 '예술'이 되었다.

푸어(Poor) 공화국

대한민국이 푸어로 넘쳐나고 있다. 취업 전쟁에 시달릴 땐 스펙푸어, 어렵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워킹푸어, 결혼할 때는 허니문푸어, 집이 있으면 하우스푸어, 집이 없으면 렌트푸어, 아이를 가지면 베이비푸어, 사교육 전쟁이 시작되면 에듀푸어, 의료비에 허덕이는 메디푸어, 나이 들면 실버푸어, 최근에는 은퇴 이후 퇴직금을 프랜차이즈 창업에 써버리고 가난해진다는 '프랜차이즈푸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들여다 보면 푸어가 아닌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푸어현상의 만연은 승자독식과 양극화 심화, 무한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거치는 관문마다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는 지금의 현실을 잘 말해주는 씁쓸한 세태인 것.

올해의 대세남 송중기

< 착한남자 > < 늑대소년 > 성공의 중심에 송중기가 있다. 2012년 하반기 무섭게 성장해버린 송중기는 말 그대로 대세남이다. 대단한 연기력도 완벽한 비율의 미남도 아니지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여린듯 강한 캐릭터로 여심을 강타했다. 솔직히 < 늑대소년 > 의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는 차디찬 성정을 가진 현대인에겐 비웃음을 유발하기 적합하지만 송중기가 그려낸 늑대소년은 최루탄처럼 시크한 도시인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설득력을 지니기 힘든 캐릭터에 온기와 애정을 불어넣어 공감대를 유발하는 것이 그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2008년 < 쌍화점 > 의 꽃미남 조연에서 불과 4년만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장악한 무서운 히어로의 기세는 당분간 꺽이지 않을 전망이다.

예능의 갑, 힐링 캠프

올해 예능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 힐링 캠프일 것.

아웃도어룩을 입고 캠핑의자에 앉았을 뿐인데 그 흔한 미션하나 없이 시청자를 힐링하고 말았다. 고소영, 김하늘 등 토크쇼를 꺼리는 톱스타들도 흔쾌히 출연했고, 박근혜, 문재인 등 거물 정치인까지 등장하는 대단한 포용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어려운 미션, 가학적인 벌칙, 깨알 멘트를 바라보는 것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던 시청자는 '날방'의 원조 이경규와 존재감 없는 김제동의 진행에 소리없이 손을 들어주었다. 거기에 독설 꿈나무 한혜진의 활약이 더해져 어느덧 2012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엔 제목에 충실해 억지 힐링을 도모하려는 야심찬 노력이 없다.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유명인에게도 범인과 비슷한 고뇌가 있고 그들도 우리처럼 사소한 고민을 하며 삶을 사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독설과 사생활 파헤치기가 없지 않지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출연자의 솔직한 피드백을 이끌어내는 탓이다. '힐링이 되다 안되다 한다'는 평이 있지만 현재 예능 중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힐링 캠프'를 애청한다.

블루오션이 된 19금

바야흐로 19금의 대향연이다. 과거 영화에 붙은 19금 딱지가 관객수를 줄이는 족쇄였다면 지금은 영화관을 찾지 않는 관객까지 이끌어주는 마케팅이 방법이 되고 있다. 5월을 기점으로 극장가는 19금 영화의 축제를 이어갔다. 연이어 개봉된 < 간기남 > < 은교 > < 돈의 맛 > < 후궁 > 은 모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대중 음악계에선 걸그룹의 선정성 논란이 뜨겁다. 섹시 컨셉이 주무기인 가인은 < 피어나 > , 현아는 < 아이스크림 > 뮤직비디오로 "아찔한 19금 판정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말하며 그에 부합하는 과감하고도 아찔한 수위의 영상을 공개했다. 요조숙녀인척 하느라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진 문화계는 소재와 표현방법에서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고 자극적인 19금 콘텐츠가 그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감을 이끌어낸 90년대 코드 응답하라 90's!

올해 우리는 1990년대 문화 코드에 흠뻑 빠져들었다. 올 상반기 영화 < 건축학개론 > 의 흥행으로 시작된 복고 열풍은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로 증폭되며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 콘텐츠의 전성시대를 꽃피웠다. 1990년대는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대중 가요로 충만했고, 국내 최초 아이돌 HOT로 촉발된 팬덤 문화,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된 PC통신, 삐삐 등 그러하다. 현재 10대와 20대에게는 새로움을 30대에게는 회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중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더불어 1990년대는 현대보다 감성적으로 우월하다. 대중문화가 빠른 속도로 생산되고 소모되어 버리는 현대보다 스토리가 멜로디가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화 향유의 중심이 20대였던 과거와 달리 30, 40대를 중심으로 더욱 폭넓게 교감하며 전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코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국민 첫사랑이여 영원하라

여자는 아마 평생 알 수 없을지 모른다. 남자들에게 첫사랑이 어떤 존재인지. 그래서 이혼하고 갑자기 나타나 치대기를 반복하는 서연(한가인 분)은 첫사랑이기에 민폐가 되는 대신 곧 결혼할 여자보다 소중하고 애틋한 존 재가 된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복고의 코드를 자극한 1990년대 풍경에 더해진 첫사랑이라 더 특별하다. 영원히 박제하고 싶은 첫사랑의 현실 재림 버전이니까. 이제훈의 가슴을 한 순간에 무너지게 했던 수지는 미치도록 좋아했으나 놓쳐버리고만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사는 남자들에겐 생생하고 아름다운 전설처럼 다가온다. 요즘 수지는 자꾸만 순수함을 강요받는 것이 싫어 빨간 립스틱을 좋아하고 섹시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당분간은 소용없을 것이다. 야동과 걸그룹에 열광하지만 우리 수지는 다르다라고 굳게 믿고 싶은 남자들은 거대한 스캔들이 닥치지 않는 이상 변심하지 않을 테니까. 대한민국 남자들의 이중적인 여성관을 여실히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수지가 '예쁘다'는 사실과 < 건축학개론 > 이 잊고 지낸 순수의 시절을기상이변으로 몸살

요즘엔 봄과 여름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해마다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어 몇 십 년 후에는 아예 봄,가을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무더워진 여름은 불볕더위로 폭염주의보, 폭염경보를 발령하며 매년 최고 기온과 폭염 지속기간을 기록경신하고 있다. 겨울은 폭설과 혹한으로 삼한사온은 사라진지 오래됐다. 북극의 한파를 가둬 두는 둑의 기능을 하는 제트기류 일명 폴라캡이 태평양 기온의 상승으로 변형이 생겨 북극의 찬 공기가 유럽, 동아시아, 북아메리카 등지로 유입되어 기록적인 한파를 만들었다. 겨울에도 따뜻한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동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지난 30년간의 날씨보다 악천후거나, 괴이한 기상현상이 발생할 때 이를 기상이변이라고 한다.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보고 있다. 올여름엔 15호 태풍 볼라벤과 14호 태풍 덴빈이 하루 사이로 우리나라를 강타한 지 3주 만에 다시 16호 태풍 산바가 엄청난 위력으로 다가왔었다. 이러한 기상재앙은 인간의 이기심이 파괴한 자연이 되돌려주는 부메랑이 아닐까.

< 광해, 왕이 된 남자 >

1200만 돌파다. 투자배급사 CJ측의 상영관 몰아주기에 큰 힘을 입었다지만 그것도 영화가 재미없으면 다 허사다. 왕과 천민을 오가는 1인2역 도전작이자 첫 사극출연이라는 점에서 이병헌이 이뤄낸 결과는 엄지를 들어주기 충분하다. 영화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천민 하선이 왕노릇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을 그려낸다. 조선이 꿈꿔온 진정한 왕의 모습을 갖춘 하선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지금 세대가 바라는 리더의 모습을 담아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큰 공감을 끌어냈다. 감동, 웃음, 교훈 등 흥행작이 갖춰야할 건 빠짐없이 장착하긴 했지만 대종상 15관왕은 좀 지나치다 싶다.

채식열풍

이효리, 이하늬, 김제동 등 연예인들의 채식 선언이 일반인들도 채식에 관심을 갖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채식열풍에 힘입어 채식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이 속속 문을 열었고 채식 관련 모임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샌드위치, 샐러드로 시작된 채식열풍은 콩고기를 비롯해 채식자장면 등의 다양한 메뉴로 진화하고 있다. 외식업체들도 샐러드바 메뉴를 보완하는 등 채식주의자들이 먹기에 적합한 메뉴들을 강화하는 추세다. '나도 채식에 도전해볼까' 생각중이라면 우선 천천히 시작해보자. 당장 식습관을 바꾸려면 어려우니 채소나 샐러드의 비율을 서서히 늘려 채소의 풍미를 즐기다보면 몸도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채식주의자들은 조언한다.

아날로그 감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연과정은 매력적이었지만 우승자들이 실제 가수로 활동했을 때 성적은 '그저 그런'에 가까웠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 슈퍼스타K3 > 에서 2등을 차지한 버스커 버스커였다. 갑자기 꾸려져 원활한 팀 운영조차 어려워 보이던 어눌한 밴드의 서정적인 음악은 음반차트를 휩쓸며 아이돌마저 무력하게 만들었다. 기계음 가득한 멜로디라인, 그보다 더 기계적인 안무와 무대 매너를 선보이는 아이돌 천하세상에 장범준이라는 송라이터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 벚꽃 엔딩 > < 여수 밤바다 > 는 싱그러우면서도 아련한 선율로 전 세대적 호응를 이끌어낸 아날로그 코드의 좋은 예였다.

히트상품, 블랙박스

500만대에 육박하는 도시 전역의 CCTV 덕분에 행인 중 누구를 골라도 하루 일과의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영국을 닮아가는 걸까. 거리 곳곳의 CCTV로는 안심할 수 없어 도로 위의 상황까지 복기하는 블랙박스가 2012년 크게 주목을 받았다. 블랙박스는 단순히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목격자가 되어 중요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블랙박스의 보급률이 최근 3년간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뺑소니 사망사고 검거율도 95%까지 도달했을 뿐 아니라 블랙박스가 설치 됐다는 것만으로도 도주 심리를 막아 준다고 한다. 경찰이나 검찰이 공정한 심판을 해줄 거란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증인을 서달라고 호소하는 대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진정성과 공정성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시사하는 현상이다.

한예종 출신 배우들의 러시

< 건축학개론 > 이제훈, < 넝쿨째 굴러온 당신 > 이희준, < 화차 > < 골든타임 > 이선균, < 돈 크라이 마미 > 유선, < 은교 > 김고은의 공통점은 바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각종 미남, 미녀에 지쳐버린 걸까. 외모로는 그다지 높은 점수가 아닌 이들의 남다른 연기력에 대중의 시선이 모아졌다. 외모지상주의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반가운 마음이 더 앞선다. 고도로 발달된 성형기술로 미모를 얻는 것이 무척이나 쉬워진 시절, 공기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감동을 가득 안겨주는 연기가 대중에게도 신선했나보다. 안방극장까지 파고든 연기파 배우들의 득세에 시청자는 즐겁기만 하다.

세계최초 셀럽 犬 브라우니

올해의 캐릭터상이 있다면 그건 브라우니의 것이다. < 개그콘서트 > 의 인기코너 정여사의 애견으로 등장한 브라우니의 행보를 보면 더욱 공감하게 될 것. 의류 브랜드 빈폴에 이어 최근 마켓오 모델로도 발탁되어 최근 고소영과 2번째 CF를 찍어 높은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정여사(개그맨 정태호)와 브라우니를 내년 1월 말까지 진행할 '희망 2013 나눔 캠페인' 홍보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브라우니는 배우 고소영과의 첫 촬영에도 시종일관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며, 촬영 직전까지도 고소영에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 '벌써 톱스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촬영 스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타임슬립에 빠지다

2012년 스크린과 드라마는 그 어느 때보다 타임슬립 열풍이었다. '타임슬립'은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날아가는 기계적인 시간 여행이 아니라 자연스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뜻한다. 영화 < 맨 인 블랙 > < 루퍼 > < 미드나잇 인 파리 > 드라마 < 옥탑방 왕세자 > < 닥터진 > < 인현왕후의 남자 > < 신의 > 등 올 한해 여러 장르에서 주목받았다. < 옥탑방 왕세자 > 는 '조선 왕이 현대에 온다면'이라는 테마로 코믹한 상황을 전개해 나갔고 < 닥터진 > 은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역사적 상황에 현대인이 개입할 수 있을까라는 시도로 시청자를 찾았다. 시공을 초월한 로맨스는 영화와 드라마의 큰 줄기로 새롭게 역사를 재해석하는 재미까지 더해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혀 다른 세계를 갑자기 마주하게 된 인물들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신선하게' 위기의 상황을 해결하는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꼬꼬면의 맛있는 역습

하얀 국물 라면으로 돌풍을 일으킨 꼬꼬면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제작보다 요식업에 더 재능이 있어 보이는 개그맨 이경규가 탄생시킨 꼬꼬면은 신라면의 아성을 위협하며 나가사키 짬뽕, 기스면과 같은 흡사한 컨셉의 라면 탄생에도 일조했다. 라면은 모름지기 빨간 국물이 최고란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탓에 동네 슈퍼마켓에선 금세 품절되기 일쑤인 귀한 존재였다. 지금은 그 인기도 많이 시들해져 거품이 아니었나 하는 의견도 있지만 지난 몇 십년간 빨간 국물로만 승부해 소비자를 지루하게 만들었던 라면 시장을 뒤 흔든 상식파괴 아이디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고지순한 남자, 당당하고 거침없는 여자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의 현빈이 차도남의 캐릭터로 인기를 누렸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자들은 < 해를 품은 달 > 의 김수현, < 착한남자 > 의 송중기, < 메이퀸 > 의 김재원에게 매력을 느낀다.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하고 따뜻한 남자인 까닭이다. 반면 당당하고 거침없는 캐릭터의 여성이 주목받고 있다. 영화 < 내 아내의 모든 것 > 에 등장하는 임수정은 화장실에 볼 일 보는 남편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뱉고 언제 어디서든 담배를 피우는 자기주장 강한 여자이며, < 도둑들 > 의 예니콜 역의 전지현 역시 자기중심적이고 쿨한 여성의 전형을 보여준다. 능력있는 남자가 평생을 책임을 진다는 신화를 더 이상 믿지 않는 여자와 가련한 눈빛으로 기대기만 하는 여자들은 더이상 원치않는 남자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건 우리 사회가 성에 대한 인식에 있어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디스토피아' 코리아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한 무차별적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렸던 2012년의 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Dystopia, 유토피아의 반대 상태) 상태였다. 매스컴은 연일 발생하는 무시무시한 사건으로 도배되었고 오늘 아침 포털 사이트 뉴스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동성범죄, 무차별 성폭력, 묻지마 폭행, 토막 살인 사건, 장기 밀매,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까지 종류와 형태는 날로 다양해지고 강도 역시 높아만 간다. 경제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사회 안전망마저 붕괴되면서 어디에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결과이다. 평범한 이웃이 가해자로 변하고 내 집 안방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상황은 대한민국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사원인가 감사원인가

서류를 묵혀두는 무능한 부장을 보내버릴 이토록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니. 잡코리아 광고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원인가 감사원인가', '대리인가 밧테리인가', '과장인가 극과장인가' 처럼 직급별 사원의 특징을 담아낸 시리즈별 언어유희적인 카피와 '보내버리고 싶은 그에게 추천하라'는 당돌한 메인카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각종 패러디물을 만들어내며 이슈를 낳기도 했다. 진상 동료를 대포에 담아 멀리 보내버리는 영상은 직장인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전하기 충분했기에 올해의 광고로 인정하는 바이다.

칩시크가 좋아

저렴하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한 중저가 제품과 서비스를 뜻한다. 경기 불황이라고 소비자들이 무턱대고 싸구려만 찾는 것은 아니다. 이미 도시인의 생활 중심에 깊숙이 자리잡은 칩시크(cheap-chic)는 '명품과 저가 제품의 장점만 모은 아이템'을 기대하는 같은 소비자의 욕구에서 시작된 쇼핑 트렌드이다. 의류와 화장품 등으로부터 시작된 칩시크 열풍은 전자와 유통, 항공, 금융 등 서비스 업종으로 확대되었다. 사람들은 한가지 소비 패턴만 가진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소비를 하기도 하고 명품을 즐기기도 한다. 여러 얼굴을 가진 대중이 투자할 때는 투자하고 아낄 땐 아끼는 똑똑한 소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글 신정인 기자 일러스트 김민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56호(12.12.1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