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라이프

이하나 김한나 2012. 11. 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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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복정식당의 김지현 대표가 들려주는 음식과 집에 대한 이야기

담담하면서도 건강한 가정식을 선보이는 복정식당의 김지현 대표. 삼청동에 식당을 열면서 근처에 작은 집을 하나 구했다. 문을 연 지 1년을 넘긴 식당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녀가 들려주는 음식과 집에 대한 이야기.

↑ 어머니가 물려준 모벨랩의 테이블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지현 대표.

삼청동 산책은 재미있다. 번화한 삼청로의 가게들을 기웃거리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큰길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갤러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고요할 만큼 한적한 골목들을 만나게 된다. 서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삼청동은 다른 동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소한 매력이 있다. 매일 이렇게 동네를 탐험하는 일이 좋아 이곳에 일터와 쉼터를 마련했다는 복정식당의 김지현 대표를 만났다.

이 식당을 처음 찾았을 때 하얀색 건물에 쓰인 복정이라는 단어에 막연하게 신뢰가 갔다. 지인이 추천해주었던 보리굴비 정식을 시켰는데 그 맛도 감동이었지만 스태프가 일일이 굴비를 발라 내놓는 정성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후에도 삼청동을 갈 때마다 찾았던 복정식당의 음식은 한마디로 '정성'이었다.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이곳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식사시간이 되면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어떻게 알고들 오시는지 저도 너무 신기해요. 자꾸만 좋은 손님들이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죠"라며 김지현 대표는 겸손한 미소를 짓는다. 대학 시절 현대무용을 전공했다는 그녀는 어떻게 식당을 열게 되었을까. "우선 제가 먹는 걸 워낙 좋아해요. 고향이 이북인 아버지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으러 다녔거든요. 여럿이 모여서 맛있는 걸 해먹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식당에는 항상 먹을 것이 있고 사람들이 끊이지 않잖아요.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1년 전에 마음을 먹은 거죠." 음식과 사람이 좋아 준비하기 시작했던 식당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녀가 직접 기획을 했다.

↑1 복정식당 1층. 나무 식탁과 서랍장이 벽에 걸린 사진과 함께 정갈함을 더한다.2 식당의 2층 테이블 뒤로 꽃이 그려진 빈티지한 유리 조명과 작가 유의랑의 작품.3 창가에 놓아둔 빈티지 유리 볼 안에 나뭇가지를 자연스럽게 꽂아두었다.4 식당 벽에 걸린 오브제는 옛날 문틀에 유리와 칠판을 끼워 완성했다.

눈길이 가는 건 음식뿐만이 아니다. 인테리어 또한 예사롭지 않다. 넓은 옥상이 있는 2층 건물은 원래 살림집으로 지어졌는데 개조를 했다고 한다.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복정식당의 음식처럼 따뜻하고 친근하다. 예스러운 나무 창문과 곳곳에 놓인 빈티지한 소품들, 벽마다 걸린 현대 작가의 작품들이 어우러지면서 고즈넉한 여유를 느끼게 한다. "1950년대 말부터 한국에 들어오는 근대 오브제가 많아졌는데 제가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70년대인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물건들을 갖다놓게 되더라고요. 인테리어는 신경옥 선생님이 해주셨는데 이런 부분을 잘 반영해주셨죠."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식사시간이 되어 5분 거리에 있는 김지현 대표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식당 뒤로 난 골목을 따라 올라가 언덕 위에 한적한 동네로 우리를 안내했다. 지형이 높은 이 동네에 다다르면 바로 눈앞에 녹음 진 산세가 펼쳐지고 도심과 다른 맑은 공기에 숨 쉬는 것부터 달라진다. "식당을 준비하면서 근처에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머니와 함께 동네를 돌아보다가 아주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았죠." 사실 근처에 작은 집을 구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 너무 궁금했다. 바쁘게 일을 하다가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집. 일터 가까이에 그런 아지트를 만들어두는 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니까. 듣던 대로 집이 크지는 않지만 거실의 통유리창과 긴 구조 덕분에 평수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기존의 공간을 많이 변화시키는 것이 싫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만 손을 댔어요. 가구도 예전부터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왔고요. 여기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이 동네가 좋아서 온 건데 저로 인해 그 풍경이 망가지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남에게 갈 피해를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1 김지현 대표 집의 백미는 독특한 철망 커튼을 걷으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한옥의 기와지붕.2 경사진 노란 벽이 다락방처럼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벽에 걸린 작품은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3 하얀색 타일과 나무로 완성한 깔끔한 욕실. 벽 윗부분의 옅은 그린색이 산뜻하다.4 요리를 좋아하는 그녀의 부엌. 식탁 양쪽에 놓인 서로 다른 디자인의 의자가 재미있다.

얼마 전 직접 오미자청을 담갔다며 그녀가 음료를 준비하려고 부엌에 들어간 사이, 궁금한 마음에 실례를 구하고 집을 둘러보았다. 동서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곳에서 그녀의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빈티지한 낮은 교자상, 모던한 디자인의 테이블, 아프리칸 앤티크 의자가 아주 묘하게 어우러진 믹스 & 매치의 공간. 왠지 모르게 식당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 때문일 거다. "공간을 갖추기 위해 새로 산 것은 몇 개 안돼요. 어머니가 오랜 세월 이곳저곳에서 모아온 가구와 오브제들인데 한 사람의 안목으로 골라서 그런지 이렇게 모아두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집 안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바로 거실 서재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기요!"라고 답하는 그녀. "보통 서류 정리를 하거나 책을 읽는데 이상하게 밥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저 테이블 앞에 앉게 되더라고요. 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애착이 가는 가구가 생겨요.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요." 복정식당을 찾는 사람들과 음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공간과 편안한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김지현 대표는 지금 바삐 달리는 것보다 천천히 하나하나 준비되어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마치 작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고 그 사이 이야기가 담긴 골목들이 놓인 삼청동 동네를 산책하는 것처럼 말이다.

에디터: 이하나, 김한나포토그래퍼: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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