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 여백공유주택

매거진 입력 2017. 6. 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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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HOUSING 02 / 서로의 여백을 채우는 열 가구의 집짓기


북한산 아래 창릉천이 흐르는 정온한 풍경 속에 열 가구가 사는 여백 공유주택이 자리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지면적 : A동 - 375㎡(113.43평), B동 - 310㎡(93평)

건물규모 : 지상 4층(총 10세대)

건축면적 : A동 - 193.71㎡(58.59평), B동 - 175.93㎡(53.21평)

연면적 : A동 - 498.76㎡(150.87평), B동 - 455.24㎡(137.71평)

건폐율 : A동 - 51.66%, B동 - 56.75% 용적률 : A동 - 133%, B동 - 146.85%

주차대수 : 각 동 5대  |  최고높이 : 12.8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 지붕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평지붕(우레탄 도막방수 노출 시공)

단열재 : 지붕 - 경질우레탄 120T / 외벽 - 네오폴 ‘가’등급 120㎜ / 내벽 - 열반사단열재 6㎜, 스카이비바 30㎜ / 내부 바닥 - 층간소음차단 겸용 단열재 30㎜, 네오폴 ‘가’등급 50㎜

외벽마감재 : 1층 - 노출콘크리트 위 발수코팅 / 상층 - 플렉시코트(스터코) 외단열시스템

창호재 : LG하우시스 PVC 이중창

시공 : 아뜰리에 건설

설계 : 원더 아키텍츠 010-6760-9179 www.wonderarchitects.com(계획·실시설계), 건축사사무소 에브리 아키텍츠(인허가)

총공사비 : A동 - 8억6천4백9십만원 / B동 - 7억5천5십만원(설계·감리비 제외, 인테리어비 포함)


파란 여백주택, 하얀 여백주택 두 동으로 구성되어 각 동에 5세대가 거주한다.


좌측 하얀 여백주택 4층에는 공용 공간과 함께 쓰는 옥상이 있어 가끔 야외 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별다른 공통점은 없어도 ‘같이 사는 삶’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서로 다른 10가구가 모여 함께 집을 지었다. 대표적인 협동조합형주택 ‘구름정원사람들’ 을 공급한 하우징쿱이 사람들을 모았고 원더 아키텍츠의 임윤택 소장이 설계를 맡았다. 집짓기 과정은 물론 입주 이후에도 처음의 생각과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자치 관리를 위한 협동조합도 설립 준비 중이다. 서로의 여백을 채워주며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사는 행복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다.

북한산이 병풍처럼 감싸는 마을 초입에 위치한 대지는 도로를 따라 길게 배치된 비정형의 땅이었다. 입지는 좋았지만, 법적인 조건들에 맞추며 면적을 제하고 나니 두 동의 배치는 자연스레 일렬로 나란히 서게 되었다. 각 세대는 남동향을 가지며 북한산의 풍광을 실내에서 누릴 수 있도록 개별주택의 평면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지구단위계획상 높이가 3층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1층을 주차장으로만 쓴다면 4층까지는 설계가 가능했다. 1층에 공용 공간을 두지 못한 것을 모두 아쉬워했다. 


여백공유주택에서 경험한 함께 집짓기 기승전결

“혼자선 시도하기 두려웠던 집짓기, 함께여서 서로의 여백을 채워줄 수 있었죠.”

15.07.04 정기모임  / 16.08.06 입주행사(위)  17.04.08 마을환경정비 / 매달 1회 식사모임(아래)  Ⓒ사진 건축주 제공


기(起) / 협동조합 결성

협동조합형 주택을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하우징쿱(이사장 기노채)에서 입주자를 모집했다. 7세대가 모여 여백주택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3세대가 추가로 합류했다. 서울에서 마음에 드는 택지를 찾지 못하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의 땅을 구입하면서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협동조합 관련제도의 혜택은 받지 못했다. 세대별로 주택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주택의 소유권을 협동조합 소유가 아닌 세대별 개인소유 주택으로 변경하면서, 주택의 자치관리를 위한 협동조합 설립 과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승(承) / 참여와 과정이 중요했던 설계

기존의 협동조합형 주택은 공동육아, 예술가, 은퇴자 등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집을 짓는다. 초등학생 아이가 둘 있는 부부, 나홀로 가족, 노모와 자식이 있는 부부 등 서로 다른 10세대의 가족이 임대나 분양의 형태가 아닌 ‘내 집’을 짓기 위해 모였다. 기본형 타입이 반복되는 단지 2동이 아닌 10개의 서로 다른 집이 요구되었다. 매주 정기 모임을 통해 대략적인 윤곽과 층수 선정이 이루어지고, 개별 가족과의 심층 미팅을 통해 구성원과 생활방식에 적합한 내부 계획을 진행했다.


전(轉) / 집짓기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

수합한 요구사항을 설계에 반영해 허가를 접수한 후 당시 고시되지 않은 전면도로 확장 계획으로 인해 해당 대지가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줄어든 대지 규모에 맞추어 설계 전반을 수정해야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건축주들이 토지 매입을 하고 그 후 건축을 하면서 토지 지분율과 건축물의 세대별 면적 지분율이 달라 사용승인에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조합원, 하우징쿱, 건축가 모두가 합심하여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결(結) / 집짓기보다 더 중요한 집짓기 그 후

준공 후 협동조합을 이루어 함께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3개 분과로 나누어 각 세대의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여 운영한다. 조합원 협동조합 교육, 지역사회협조, 온라인카페운영 등을 책임지는 ‘교육문화분과’. 주거환경정비, 생활 및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안, 건물 청소, 화단 가꾸기 등을 도맡는 ‘생태환경분과’. 서기/회계/관리규약 제정·개정 등 운영과 공동기금·관리비 집행,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획운영분과’. 이외에도 매월 4번째 토요일 포트럭 파티에서 함께 식사하고 필요한 경우 단체채팅방과 밴드에서 수시로 소통한다.


하얀 여백주택의 주민 공동 공간. 조리 시설이 있어 간단하게 음식을 나눠 먹기 좋다. 


신발을 벗고 다니는 계단실은 주택에서 확장된 거실 같은 느낌을 준다.  /  북한산이 프레임에 그림처럼 들어있는 모습


생활공간 분리를 요청한 세대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유연하게 공간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  대지 형상에 의해 일부 공간은 각도가 생겼지만, 용도에 따라 동선을 꺾어 최대한 죽는 공간이 없도록 계획했다. 


A동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5세대가 모여 있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각 세대의 높은 연령대 때문인지 독특한 스타일보다 편안하고 익숙한 분위기의 평면으로 계획되었다. 반면 젊은 층의 가족 5세대가 모여 사는 B동은 1층 현관에 공동 신발장에 신발을 수납하고 1층부터 각 세대까지 맨발로 계단을 이용할 수 있어 거실이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B동은 더욱 개성 있고 다양한 동선이 각 세대 평면에 반영되었고 복층 주택도 포함되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해 1층은 주차장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돼 공용 공간은 4층에 계획했고 옥상과 접하게 배치하여 외부 공간과 자연스레 연계된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국산 종이벽지, 친환경 수성페인트

바닥재 : LG하우시스 소리잠, 동화 자연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을지로

주방 가구 : 한샘 유로 9000, 자체 제작

조명 : 학동역 아이램프, 비츠조명

계단재 : A동 - 화강석, B동 - 집성목

현관문 : 세대 현관문 - 철제 방화문 / 건물 출입문 - SSTL 프레임 강화유리도어

방문 : 예림도어

붙박이장 : 한샘, 엔뉴


비정형의 대지 형상에서 기본 주거 타입을 반복하고 변형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웠다. 그러나 그보다도 각기 다른 세대의 성향과 구성원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몇 가지 유형의 평면에 거주자가 자신을 맞추게 하지 않기 위해 각기 다른 10개의 평면을 계획하기로 했다. 설계를 맡은 원더 아키텍츠의 임윤택 소장은 “일반적인 주거유형과는 또 다른 주거와 삶의 방식을 담아내려고 했다”라며 “정해진 예산 안에서 다양한 요구사항은 받아들이면서 기존의 다세대·다가구주택과는 다르게, 그것을 건축적인 어휘로 푸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설계 의도를 밝혔다.

각 층, 동마다 내부 계획이 달라 시공하기에도 만만치 않았을 터. 아파트나 빌라처럼 같은 평면이 반복된다면 시공도 빠르고 쉬웠을 것이고 구조와 설비도 간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집 중 한 집이 아닌, 이 집이 유일한 집인 것처럼 모든 집에 시공자와 건축가, 건축주 모두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임했다. 외벽으로 주요 힘이 받도록 구조를 짜 내부는 다소 자유롭게 배치하도록 계획되었다. 욕실과 주방 등 물을 쓰는 곳이 위아래층으로 엇갈려 설비는 다소 어려워졌지만, 시공의 효율성보다 각자가 원하는 집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각 주택에 작더라도 꼭 하나씩은 북한산을 조망하는 발코니를 설치했다.


파란 여백주택 거실 발코니에서 본 풍경


시공 디테일


현재 입주한 10가족의 세대는 정식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며 공동으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관리한다. 또한, 공동체 삶의 범위를 마을 범위까지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다. 단순히 한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서로를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 희로애락을 나누고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며 더불어 사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간다.


취재_ 조성일  |  사진_ 김재윤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6월호 / Vol.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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