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만든 집

입력 2014. 8. 21. 12:58 수정 2014. 8. 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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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일상을 밝혀줍니다. 빛은 만져지지 않지만 만물에 형태를 가져다줍니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창립자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자손인 피에르-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지난 4월 8일부터 13일까지 밀란 전체를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시킨 대단한 이벤트, 'Salone del Mobile Milan'에서 에르메스 메종은 '빛'을 조각하는 데 주력했다.

밀란 시내 팔라조 세르벨로니에서 열린 에르메스 메종의 조명 가구 론칭 전시. 한때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머물기도 했다는 유서 깊은 18세기 네오 클래식 스타일의 실내에 모던한 전시물들을 조화시켰다.

1 장-미셸 프랑크 리에디션 체어. 가죽 제작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옆에 조명 가구 '아메'가 있다.

2 2013년부터 선보이는 에르메스 메종 벽지.

켈리백과 버킨백만이 에르메스의 전부로 알고 있다면 오해다. 최고의 장인 정신을 지켜가는 '하우스 오브 럭셔리'의 대명사, 에르메스는 패션 외에도 우리의 일상 모두를 둘러싼 홈 컬렉션 제품을 선보인 지 꽤 오래다. 1924년, 에르메스 가문의 4대손 장-르네 게랑(Jean-Rene′ Guerrand)은 전설적인 인테리어 장식미술가 장-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를 만나게 된다. 둘의 결합은 에르메스의 가죽 장인들로 하여금 프랑크의 가구에 그 유명한 '새들 스티치'로 가죽 커버를 씌우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가죽을 이용한 의자와 가구, 벽 등을 창조하게 됐다. 이런 작업은 미학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혁신적인 일이었다. '집'은 에르메스 하우스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한 테마가 되었고 특히 1950년대 야외 스포츠와 여가 활동이 많아진 서구 사회에서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장식된 비치 타월들이 에르메스 메종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다.

미셸 드 루치가 디자인한 '팬토그래피' 조명 디자인.

1980년대부터는 도자기, 크리스털, 실버 웨어, 텍스타일 등의 제품들로 '에르메스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한 아이템들을 통해 실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1987년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르나 뒤마(Rena Dumas)와 피터 콜스(Peter Coles)가 '피파(Pippa)' 시리즈를 만들어 노마드적인 라이프를 지향하는 접이식 가구 컨셉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침내 2010년 11월, 파리 세브르가 17번지에 아르데코풍의 루테티아 (Lutetia) 수영장 부지에 대규모의 에르메스 매장을 오픈하면서 매장의 3분의 1 면적을 홈 데커레이션 라인으로 장식했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홈'에 대한 에르메스의 열정은 적지 않은 아티스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 작업했던 장-미셸 프랑크의 에디션들은 올해 2014년 리에디션 제품을 선보일 만큼 이 하우스에는 소중한 아카이브 중 하나가 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그의 디자인을 '자연 그대로의 내추럴함'이라고 높이 사며 '청빈한 럭셔리의 발명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서 실내 공간의 불필요한 겉치레를 벗겨내고 순수함과 단순함에 비중을 둔 그의 '명품'들은 2014년 리에디션 제품에도 고스란히 그 가치를 담아냈다. 2014년 에르메스 메종은 또 하나의 혁신적인 작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매년 4월, 밀란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일명, 가구 박람회라 불리는 '살롱 델 모빌 2014'를 통해 조명 가구를 디자인하기에 이르른 것. 피렌체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올리베티(Olivette), 컴팩 컴퓨터, 필립스, 시멘스 등의 전자 회사와도 협업은 물론 비트라(Vitra)를 위한 디자인도 맡았으며, 최근에는 조지아의 수도 티빌리 시의 '평화의 다리' 작업도 진행한 거장 디자이너, 미셀 드 루치(Michele de Lucchi). 그리고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한 후 1978년부터 조명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좀 더 규모가 큰 비주얼 아티스트 작업으로 유명해진 얀 케르살레(Yann Kersale′), 이 두 사람에 의해 에르메스의 조명에 관한 첫 시도가 막을 올렸다. 두 디자이너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에르메스 메종의 디렉터인 엘레네 듀브레를 밀란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1 등대와 마차에서 힌트를 얻은 랜턴, '랑테른 데르메스'는 최신 LED 조명을 1822년 등대용으로 발명된 프레넬 렌즈와 조합하고 배터리, 알루미늄, 유리, 가죽을 더하여 디자인되었다. 제각각 독립적인 2개의 케이스가 하나의 빛이 되어 주변을 밝혀준다.

2,3 빛은 시적이며 귀중한 동시에 성스러운 것'이라 표현하는 미셸 드 루치가 에르메스와 함께 창조한 조명 가구. 가죽, 강철, LED가 조화를 이루며 오랜 시간 세대를 넘어 변치 않을 우아함을 반영했다. 이름하여 '팬토그래피(Pantographe)(02)'와 '아메(Hamais)(03)'다.

4 By the Sea'라는 테마의 이국적인 패턴의 벽지는 이번 시즌 에르메스 메종 컬렉션 제품. 다양한 텍스처를 선택할 수 있다. 5 마치 나무의 가지를 닮은 듯한 '아메' 디자인.

6 오직 한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 제작되는 맞춤형 가구. 7 에르메스 메종 벽지 컬렉션.

MINI INTERVIEW

1 엘레네 듀브레(Helene Dubrule), 에르메스 메종 총괄 디렉터 에르메스 메종 홈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장인의 기술과 창의력의 완벽한 조화, 우아하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스타일, 최고의 소재 그리고 고객을 위한 라이프스타일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에르메스 컬렉션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각의 스토리와 시적인 감성, 마법 같은 느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걸 만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에르메스 메종의 철학이다.

'집'은 가장 편안하고 익숙해서 때로는 평범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집을 늘 활기가 넘치는 새로운 공간으로 꾸미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가구는 패션처럼 시즌마다 바꾸기 힘들지만 크고 작은 오브제로 활력을 주고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패브릭은 가장 손쉽게 패션처럼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 굳이 모든 게 에르메스 제품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웃음). 패션처럼 홈 인테리어에서도 믹스매치를 즐길 줄 아는 게 중요하니까.

2 얀 케르살레(Yann Kersale), 건축가,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에르메스와 작업한 램프에 대한 인스퍼레이션은 오브제 노마드(objet nomade)?! 사용자가 자신이 속한 공간과 오브제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 램프는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고 4개로 분리하여 이동식 램프로도 쓸 수 있다. 나는 뱃사람 집안 출신이기 때문에 바다 위에서 배들끼리 방향과 위치를 알려주는 램프들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데 에르메스 메종과 아주 깊은 관련 있는 사륜마차 역시 이런 램프를 사용한 거 아나? 말하자면 바다와 땅에서 쓰이는 두 가지의 노마드적 램프에서 이런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에르메스의 장인들과 함께한 작업은 어땠는지 장인들과 이 램프를 만들기까지 서로 주고받은 대화와 생각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첫 아이디어에서 지금의 모습이 나오기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크리스털과 가죽, 메탈 등의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데서 오는 기술적인 복잡함, 그에 대한 장시간의 논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3 미셸 드 루치(Michele De Lucchi), 산업디자이너 에르메스와 함께 작업한 '팬토그래피'에 대해 설명하자면 팬토그래피는 독창적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팔이 어떤 방향으로든 어떤 각도든 원하는 대로 빛을 데려다준다. 아주 우아하게 움직이면서 말이다. 세 가지 크기별로 각각 리빙 룸에 그리고 데스크 룸의 책상 위에도 놓을 수 있다.

각각 다른 소재들은 한 가지 램프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도록 디자인했는지 유리, 금속, 종이, 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재는 가죽이다. 가죽은 감각적인 터치를 극대화시켜 준다. 에르메스의 장인들이 가죽을 다루는 작업과 기술은 기가 막힐 정도로 놀랍다. 그들과 함께 조명 가구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특히 아메는 마구의 모양에서 힌트를 가져왔지만 완성된 모양은 하나의 꽃봉오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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