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밖을 바라보니 자연이 성큼 걸어온다

입력 2013. 10. 2. 03:07 수정 2013. 10.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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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 명품 한옥으로 꼽혀

[동아일보]

□1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의 한옥 네 채는 계곡을 따라 점차 높아지는 지형에 맞춰 크기 순으로 늘어서 있다. 왼쪽부터 공적 공간인 함월당과 길상원, 돌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것이 소규모로 명상과 수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인 공덕원과 효림원이다. □2 아홉 칸짜리 한옥 함월당은 계곡과 소나무숲을 마주보도록 앉혔다. 함월당 선방 안에 앉으면 창호 너머로 푸른 숲이 들어온다. □3 가장 깊고 높은 곳에, 가장 자그마하게 지은 효림원 누마루에 앉으면 공덕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영채 사진작가 제공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자락에 안겨 있는 진관사. 그 맞은편에 놓인 돌다리 '세심교(洗心橋)'를 건너면 울창한 소나무숲과 함께 왼편으로 단정한 팔작지붕 한옥 일부가 보인다. 올해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이다. 다리를 건너 다가가면 놀랍게도 281.16m²(약 85평) 규모의 웅장한 몸체가 드러난다. 산사(山寺)의 정적을 깨뜨릴까 조심스러워 커다란 암반 뒤에 큰 덩치를 숨기고 있는 모양새다.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은 아홉 칸짜리 대형 한옥부터 한 칸 대청의 소박한 집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한옥 네 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계곡을 따라 서서히 오름이 가팔라지는 지형에 크기 순으로 함월당-길상원-공덕원-효림원이 차례로 앉았다. 무질서한 증·개축으로 본래 사찰의 멋을 망치곤 하는 선례들과 달리 천혜의 자연과 단아한 사찰 경관을 흩뜨리지 않고 들어서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건축가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대표(47·사진)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반영해 마당을 만들고 집을 앉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암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달을 품은 집' 함월당은 지하 1층, 지상 1층이다. 성인 두 명이 마주잡아야 할 굵기에 길이가 9m 되는 대들보 아홉 개를 힘차게 지른 내부 공간엔 5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현대식 홀인 지하 1층은 지형의 높낮이 차이로 인해 앞에서 보면 지상 1층처럼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함월당 옆 자그마한 길상원도 다목적 홀과 세미나실을 갖춘 공적인 공간이다. 길상원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그보다 작은 공덕원과 효림원이라는 좀더 내밀한 한옥이 나온다. 공덕원엔 10명 정도 단체 숙박이 가능하고 효림원은 가족과 함께, 혹은 홀로 머물기 알맞은 크기다.

한옥은 본디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진가를 알 수 있다. 함월당 바닥에 앉으면 크기와 위치를 세심하게 잡아 뚫어놓은 창호로 시원한 소나무숲이 들어온다. 이보다 높이 있는 공덕원과 효림원 창호를 열어젖히면 숲과 돌담과 단청 두른 처마, 그리고 이 계절엔 높푸른 하늘이 조용히 펼쳐진다. 가장 작고 높은 집 효림원의 누마루에선 템플스테이 역사관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종교적 공간이었던 옛 사찰과 달리 요즘 사찰은 다양한 사람이 여러 행사를 갖는 곳이다. 경내와 조화를 이루면서 갖가지 수요를 담아내는 건물을 짓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현대건축가이나 한옥 호텔, 한옥 어린이집, 한옥 병원 등 한옥 작품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달부터는 진관사 경내의 일부를 철거하고 사찰 음식관 여섯 채를 짓는다. 기존의 전통 찻집 '보현다실'은 원래대로 초가집으로 지을 계획이다. "많은 사람의 추억과 수많은 켜의 시간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걱정입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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