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키는 공간(1), 근대화상회

신진수 2013. 8.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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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마켓, 근대화상회

사라져가는 우리의 근대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계동길과 정동길에서 만난 두 개의 공간.한옥 마켓, '근대화상회' 코리안 모더니즘을 입은 사무실 '아지앙스 코리아'에서 만난 우리의 멋.

↑ 근대화상회에서는 누구든지 편안하게 들러 국내 장인의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다.어느날 전통 흑백사진관인 물나무 스튜디오 맞은편 한옥에 '근대화상회'라고 쓰여 있는 하얀 천이 걸렸다. 상회라는 단어가 생경한 요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이다. 살짝 열린 한옥 문을 열고 이곳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근대화상회는 포토그래퍼이기도 한 물나무 스튜디오의 김현식 대표, 웅갤러리와 세라믹요의 최웅철 관장과 박정희 실장이 힘을 모아 만든 곳으로 한국 장인들과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장인과 작가의 결과물이기에 작품이라는 말을 붙여야겠지만 모셔놓고 멀찍이 떨어져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근대화상회에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물나무 스튜디오와 우리 전통문화와 제품, 건축 등을 소개한 책 <생활명품>의 저자이기도 한 최웅철 관장의 뜻이 담겨 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한국의 전통을 찾으려고 하면 제일 먼저 인사동에 가요. 사실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제품이라는 것이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죠. 그런 제품을 보고 한국의 전통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는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정규승 장인이 손으로 다듬어 만드는 함석 제품들. 아래방 하나에는 세라믹요의 제품만을 오롯이 두었다. 실용적이며 담백한 백자 그릇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다.근대화상회는 오직 한국 장인들과 작가들의 작품만을 소개한다. 원래 이 한옥도 옻칠 장인 나성숙 장인의 작업실이었다. 나성숙 장인이 이사를 가면서 온전히 근대화상회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ㄷ자 구조의 소담스런 한옥의 모습이 근대화상회와 꼭 어울렸다. 워낙 깨끗하게 사용했기에 조명 장치 정도만 새로 하고 본래 요소는 그대로 살렸다. 방과 방 사이를 넘나들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한옥 마당에는 직사각형의 작은 정원도 만들었다. 상회가 여러 명이 조합해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인 만큼 근대화상회에서도 여러 장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작가들이 만드는 세라믹요의 제품과 나성숙 장인의 옻칠 작품 그리고 국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장인들의 작품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특히 벽에 수납함을 짜서 세팅한 세라믹요의 제품은 실용적이고 담백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작은 디저트 접시부터 찻잔, 아이스크림컵, 머그 등 수수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세라믹 제품들이다. 별채처럼 독립돼 있는 방에는 원래 집주인이기도 했던 나성숙 장인의 함과 소반 제품이 모여 있다. 로 테이블이나 식탁과는 다른 개념의 소반은 요즘 다시 각광 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그 외에도 한산 모시로 작품을 만드는 김강렬 장인, 손으로 함석을 다듬는 정규승 장인, 이노주단의 방석, 잉크 세트를 제작한 권성은 작가, 은처럼 고운 빛깔의 백동으로 작업하는 김현성 작가의 작품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감탄하게 되는 우리 고유의 멋을 담았다. 바닥은 물론 문틀이나 창살 하나까지도 나무로 만든 한옥이 작품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시멘트로 마감한 벽과 우레탄으로 도장한 바닥의 차가운 갤러리와는 다르게 따뜻하고 포근하다. 지붕 아래 툇마루에 앉아 차 한잔을 하는 운치도 있어 조만간 카페처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운영할 예정이다.최근 한옥이 다시 주목을 받으며 한옥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장인과 핸드크래프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미흡하기만 하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손으로 작품을 빚는 장인들을 널리 알리고 그들의 숭고한 작품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오픈한 근대화상회. 계동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 못지않게 한국인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응원을 기대한다.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항으로- 요즘 각광 받고 있는 작은 소반부터 도자기 제품, 방석 등 국내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이 한옥을 채우고 있다.- 근대화상회를 오픈한 사람들. 왼쪽부터 물나무 스튜디오 김현식 대표, 웅갤러리와 세라믹요의 최웅철 관장과 박정희 실장.- 세라믹요의 제품과 김현성 작가의 백동 작품이 빛을 발하는 소반.- 나성숙 장인이 살던 한옥은 이제 근대화상회의 공간이 됐다. 진한 한옥의 나무 색깔과 백자가 대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이정민(물나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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