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네 카레라 & 신지혜 부부의 색다른 한옥

입력 2012. 11. 16. 09:08 수정 2012. 11. 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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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멋스러움은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의 실용적인 공간 활용법을 적용해 자신들만의 한옥을 완성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한옥이 여기 있다.

삼청동, 골목길을 따라 북촌마을을 거닐다 보면 작은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한옥 중 유독 이 집이 눈에 띄는 건 한옥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빨간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는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여태까지 봐온 한옥과는 전혀 달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옥은 대문을 열면 마당이 있고 대청마루를 지나 방으로 들어가는데, 이 부부의 한옥은 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나온다. 대문 형태의 현관인 것이다.

이 집의 주거 공간은 ㄷ자 형태로 가운데에 대청마루가 있다. 그리고 진짜 한옥의 형태를 하고 있는 곳은 ㄱ자 부분, 즉 가장 안쪽에 자리한 방과 거실이다. 주방과 현관 부분은 따로 공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공간이 넓지 않고 한옥의 구조는 단조롭기 때문에 벽이나 문으로 공간을 막지 않고 통유리로 집을 감싸 가족들이 한눈에 보이게 했다.

이 집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컬러다. 일반적으로 한옥은 집 안에 컬러를 들이지 않는데, 이 부부는 화사한 라임 컬러로 집 안을 가득 물들였다. 사실 현대적인 집에서도 라임 컬러는 포인트 컬러로만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집은 주방부터 거실, 방, 지하 작업실까지 모두 라임 컬러를 담고 있다. 시모네 카레라 씨는 한옥은 거실 바닥을 모두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연둣빛을 사용해 집 안에 완연한 나무, 자연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컬러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거실에 놓인 철제 구조물이다. 원래 한옥 그대로의 구조라면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했겠지만, 구조물 덕분에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층은 책상 겸 침대를 두어 서재나 방으로 사용할 수 있고, 2층은 다락방처럼 사용할 수 있다. 2층의 경우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부부가 오르락내리락하며 공간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 위험하기 때문에 장난감이나 올려두는 정도의 수납공간으로 사용한다. 거실에는 철제 구조물만큼이나 독특한 소품이 많다. 골목에 있을 법한 커다란 반사경이 거실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가 하면, 스튜디오나 극단에서 사용하는 조명을 사용한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공간에 소품을 이용해 재미를 더한 시모네 카레라 씨의 센스가 돋보인다.

거실 한쪽 구조물 옆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지금은 아이들 때문에 문을 만들었는데 지하 공간은 신지혜 씨의 작업실이자 아이들의 놀이방이다. 의상 디자이너인 아내를 위해 시모네 카레라 씨가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공간으로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공간에서 특별한 곳은 천장. 작업실 천장 일부를 유리로 만들어 비가 오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눈이 오면 눈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어 계절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시모네 카레라 & 신지혜 부부와 두 아이가 사는 92.6㎡의 러브 하우스다. 부부가 처음 이 집을 봤을 땐 낡고 허름한 옛날 한옥이었다.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의 교수이자 건축가인 남편 시모네 카레라 씨는 어느 날 제자가 건넨 사진 한 장을 보고 한옥의 매력에 빠졌다. 그 뒤 오랫동안 한옥을 보러 다니다가 지금의 집을 찾은 그는 가족들을 위해 직접 한옥을 새로 지었다. 과연 이탈리아 사람이 우리나라의 한옥을 지을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는 다른 관점으로 한옥을 해석했다. 한옥의 기본 틀은 한옥 법률 기준에 따라 짓고, 내부는 전통 한옥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어쩌면 외국인이라 고정관념의 틀을 깨기가 쉬웠는지도 모른다.

촬영하는 내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집 안쪽에 자리한 대청마루. 야외 테라스 개념으로 아랫집 기와지붕과 같은 높이에 대청마루를 만들어 다른 집들의 기와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곳에선 노을이 질 때 한옥의 운치를 만끽 할 수 있다.

1 철제 구조물 침대 공간에서 바라본 거실 전경. 푹신한 쿠션이 놓인 공간은 원래 식탁 겸 데스크 공간이었으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잠시 쿠션으로 덧대 소파를 만들었다.

2 전통 한옥과 철제 구조물의 믹스 매치로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을 보다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3 한옥을 직접 설계해서 지은 시모네 카레라 & 신지혜 부부. 거실 한쪽의 반사경에 비친 모습에서 다정함이 느껴진다.

4 시모네 카레라 씨가 의상 디자이너인 아내를 위해 만들어준 지하 작업실. 대청마루에서 천장의 유리를 통해 작업실이 내려다보인다.

5 거실에서 본 대청마루.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이자 부부가 오붓하게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휴식 공간이다.

6 펀칭된 라임컬러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신지혜씨의 작업실 겸 아이들의 놀이방이 나온다.

7 라임 컬러의 주방.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좁은 주방이 답답하지 않다. 주방에 있는 동안 아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진행:박미란 기자 | 사진:이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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