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협소한옥

매거진 2017. 3. 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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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미학과 현대적 기술의 결합

한옥이 멋은 있지만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다. 도심 속 작은 땅에 지어진 협소한옥에서 전통의 미래를 만났다.


적벽돌과 사고석을 위아래로 쌓고 내밈줄눈으로 마무리한 담장. 주택은 맞배지붕, 대문은 묌 지붕을 채택해 입면이 다채롭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종로구

대지면적 : 45.6㎡(13.79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 다락

건축면적 : 22.17㎡(6.70평) / 연면적 : 22.17㎡(6.70평)

건폐율 : 48.62% / 용적률 : 48.62%

최고높이 : 5.48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등, 지상 - 전통 한식 목구조

구조재 : 벽 - 국내산 육송 6치 각기둥, 지붕 - 국내산 육송 4치 서까래

지붕마감재 : 달성기와 한식 그을림기와(중와)

단열재 : 지붕 – 열반사단열재, 벽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바닥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외벽마감재 백시멘트 + 백색 외장줄눈 + 백색 스치로본드

창호재 : 전통창호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설계 : 지유건축사사무소 02-742-7142 www.jiyouhanok.co.kr

시공 : 도담한옥 1661-3915 www.dodamhanok.co.kr

총공사비 : 1억4천만원(설계비, 인테리어 미포함)


손님맞이가 주용도인 공간인만큼 작은 면적 안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응접실이 자리한다. 


주말이면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서울의 서촌(西村). 사람들이 서촌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건물들과 이를 최대한 존중하려고 애쓰며 조심스레 주변을 가꿔나가는 동네 분위기 때문이다.

서촌에서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해 온 건축주는 손님을 맞이할 응접실 겸 아지트로 자연스레 한옥을 떠올렸다. 대지는 작지만 필요한 공간이 충족되고 동네에 녹아 든다면 한옥만큼 어울리는 대안은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인접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동행과 함께 걸으며 자연스레 서촌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기에도 좋은 위치였다.


PLAN - B1F (7.43㎡)
PLAN - 1F (22.17㎡)


PLAN - ATTIC (14.34㎡)


PROCESS

1 기존에 있던 개량한옥

2 주변 민원을 고려해 먼지와 소음을 최소화하여 철거를 진행했다.

3 철거가 완료되고 각 기둥 위치에 따라 폭 500㎜, 깊이 1,000㎜의 줄기초를 심었다.

4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골목길 현장 상황을 고려해 작업장에서 모든 치목(목재를 다듬는 작업)을 완료했다.

5 목구조 자재를 적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기둥을 시작으로 당일 작업 분량만큼만 현장에 반입해 작업했다.

6 기둥, 보, 도리, 지붕부 순서로 목구조 결구 작업을 진행했다.

7 지붕 방수, 단열공사 후 황토와 마사를 물에 이겨 전통방식으로 기와를 이었다.

8 벽체 두께가 얇은 관계로 단열성능이 좋은 네오폴 90㎜로 벽 단열공사를 했다.

9 단열재 내·외부로 매쉬를 설치하고 초벌 미장을 진행했다.

10 내·외부 정벌 미장 및 설비 배관 후 바닥을 미장했다. 미장 후 한지벽지를 바르므로 평활도에 신경썼다.

11 다락방, 계단 등 수장공사와 창호를 부착했다. 내·외부 모두 전통창호를 쓰고 복층유리로 단열성능을 높였다.

12 집의 형태, 주변의 풍경과 어울리는 패턴과 색상을 적용해 대문과 담장을 설치했다.


한 번 꺾은 계단과 욕실을 같이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    지붕구조가 시원하게 보이는 주방


건축주는 매우 작은 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온전히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주방과 응접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가끔이나마 게스트하우스로 쓸 침실 정도를 원했다. 마침 우연히 발견한 ‘도담한옥’의 홈페이지에서 한옥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흔적들을 보고 연락을 했고, 박동주 소장이 실험에 가까운 이 도전에 기꺼이 동참해주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ㄱ’자 배치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한 평 남짓의 외부공간과 기단, 쪽마루를 통해 내부로 진입하도록 유도해 면적은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춘 셈이다.

1층은 ‘ㄱ’ 각각의 길이 방향으로 응접실과 주방을 배치했다. 수납장을 두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므로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의 지하를 내고, 목구조가 시원하게 노출되는 다락을 침소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가끔씩 쉬었다 갈 수 있게 별도의 가구 대신 다락에는 침구만 들여놓았다.


서촌 협소한옥 공정별 시공비 내역

공정                 금액(원)

가설공사  1,800,000

철거, 폐기물처리  10,000,000

위생·난방설비  5,000,000

목구조공사   35,000,000

기와지붕공사   11,000,000

전기·통신·소방공사   4,000,000

창호·유리공사  13,000,000

조적·미장단열공사   12,200,000

타일·화장실 공사  3,500,000

내장목공사   6,000,000

마감공사   4,000,000

기단석·조경공사   4,000,000

담장 및 담장대문  10,000,000

외부 보도블록 및 경계석   1,500,000

지하실 조성   12,000,000

일반관리비, 이윤, 간접노무비   7,000,000

합계 (설계비,인테리어 미포함)  140,000,000


관리가 쉽고 건물의 색상과 잘 어울리도록 마당에 굵은 마사를 깔았다.


SECTION


INTERIOR

내벽마감재 : 한지벽지

바닥재 : 동화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대보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가구 : 한샘

조명 : 을지로 조명

계단재 : 미송 집성재

현관문 : 전통 한식 대문

방문 : 전통 목창호


공사 중 가장 고생이었던 것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점이었다. 박 소장은 “서울 종로의 한옥밀집지역은 이러한 일이 다반사인데, 시공자들이 당일 사용할 자재를 직접 이동하고 지하 작업을 할 때도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직접 시멘트와 모래를 비벼서 작업했다”“동네 주민분들의 협조 덕분에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옥에 대한 우려 중 하나인 단열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벽을 두껍게 하면 사용 가능한 실내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네오폴 단열재를 사용하고, 미장이 잘 스며들도록 단열재에 결을 주었다. 서까래 사이는 당골막이 전용단열재를 사용해 부재 간 빈틈을 최대한 줄였다. 한옥 지구의 규정에 따라 외부에는 전통 창호를 사용하되, 내부에 복층유리를 사용해 단열성능을 높였다.

설계 의뢰부터 문화재 조사, 시공자들의 손을 일일이 거친 모든 공정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협소한 면적에서도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즈넉한 풍경 속 젊은 감성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서촌처럼,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한옥의 형태에 생활 속 불편함을 현대적인 기술로 보완한 도심 한옥의 한 모습이었다.


응접실에서 바라본 골목길. 문과 쪽마루, 대문과 골목길, 지붕 등 공간의 켜가 연속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한옥의 매력이다.


도담한옥 박동주 소장이 전하는

한옥을 지을 때 명심해야 할 세 가지

도담한옥 박동주 소장 

➊ 대지의 상황이 비용을 좌우한다.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장소에 위치한 대지라면 인력으로 일일이 자재를 이동해야 한다. 또한 적재할 공간이 없으면 한 공정이 완전히 끝나야 다른 공정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공사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계약 시 차량진입, 자재수급, 적재장소 여부를 포함해 견적을 받아야 한다.

➋ 문화재 조사 기간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서울 사대문 안에서 신축을 하는 경우에는 착공 신고 시 문화재 조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내용이 첨부되어야 착공서류가 접수된다. 이를 국가에서 지원받으면 무료로 진행할 수 있으나 대기기간이 길다. 공인된 사설 기관에서 문화재 조사를 받을 경우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➌ 마감재까지 신경 써야 한다.

공사 전반에서 마감 공사가 차지하는 비용은 높지 않지만, 예산 분배에 어려움을 겪어 막판에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정서적 차원에서 한옥을 선호하는 요즘, 오감과 직접 만나는 마감재만큼은 투자를 하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다.


취재_ 조성일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3월호 / Vol.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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