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위해 지은 집

매거진 2017. 3. 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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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테(SKETE)

부모님을 위해 자연을 곁에 둔 집을 지었다. 2월의 양평은 여전히 추웠지만,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만큼은 따뜻했다.


빛에 따라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동판 외장재가 눈길을 끈다.


도심을 벗어나 전원에서 누리는 여유.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삶이다. 더 늦기 전 이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부모님 역시 큰 결심을 했다. 아들 내외가 건축가이니 이미 첫 단추는 누구보다 잘 끼워진 셈이었다.

집을 짓기로 하고 아버지는 직접 땅을 찾아다니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구석구석 살피다 보니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그땐 그마저도 아버지에겐 설렘이었다고. 그렇게 넓디넓은 양평 땅 중 서울에서 40~50분이면 닿는 거리, 자연과도 충분히 친해질 수 있는 터를 찾았다. 양평 시내와도 가까워 두 분이 지내기에 여러모로 장점 많은 곳이었다.

“땅은 당시 비어 있는 임야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잡목이 무성하게 우거져있었죠. 처음엔 어떻게 집을 지을지 막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을 선택하신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난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설계를 맡은 두 사람, QJArchitecture 최규호, 박증혜 소장에게 낯선 첫인상을 주었던 땅은 알아갈수록 차츰 편해지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요구 사항을 하나하나 파악하며 도면 그리는 일 역시 각별한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 수도사·고행자 등이 공동생활하는 취락(聚落)을 의미하는 ‘스케테’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조용히 명상하고 많은 이들과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버지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전망 좋은 터에 자리한 집. 초록으로 가득 채워지는 따뜻한 계절엔 더 멋진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진다.  


ELEVATION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 대지면적 : 900㎡(272.25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97.1㎡(29.37평)

연면적 : 117㎡(35.39평)

건폐율 : 10.8% / 용적률 : 13.3%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6.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 동판

단열재 : 벽체 - 경질우레탄 보온판 2종 120㎜, 지붕 – 비드법단열재 가등급 2종1호 250㎜

외벽마감재 : 산화동판, 19㎜ 이페 사이딩, 노출콘크리트

창호재 : 이건창호 AWS70 HI 시스템창호 43㎜ 삼복층 유리 1등급

에너지원 : 지열보일러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QJArchitecture

총공사비 : 2억7천만원(조경 제외)


북측에도 좋은 경관이 있었으나 정원과 거실, 서재, 계단실에서도 바깥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큰 창을 내지 않았다.    /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러움을 더해갈 나무 데크와 동판 외벽이 조화를 이뤘다.
외부 시선을 적당히 가려주며 채광에도 신경 쓴 남측 입면의 모습


*외장재로 선택한 산화동판

설계 과정에서 동판의 자연스러운 색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번의 현장 샘플 테스트를 했다. 샘플과 실제 제품은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결정한 동판의 색과 전체적인 색감을 맞추는 것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산화동판은 금속 광택이 나는 갈색 바탕에서 차츰 광택이 없어지며 녹청이 올라오는데, 지금은 광택과 비광택 부분이 있어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인다. 이른 아침 남쪽 입면은 밝은 동색이, 안개가 낀 아침에는 더욱 짙은 녹색이 올라온다. 이런 작은 변화는 주변 자연을 더 즐길 수 있게 한다.


SECTION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부모님 댁이라 더 신경 쓰였던 점도 분명히 있었고요. 부모님께서도 자식이라 그런지 요구사항이 많으셨지만(하하), 공중에 떠다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많은 디자인 발전 과정을 거쳤어요.”

작은 것에도 꼼꼼하게 신경 쓴 아들 내외의 노력은 집 곳곳에서 묻어난다. 북사면의 땅 위에 놓일 건물은 남향의 빛을 내부 깊숙이 들일 수 있도록 북쪽 대지 경계선을 따라 지어졌다. 이로 인해 평면에도 경계선의 각도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중부지방에서 사용해야 할 단열재의 법적 기준보다 10~15% 두꺼운 단열재를 적용해 한겨울, 따뜻한 집에서 보낼 두 분을 배려했다.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산화동판으로 마감된 입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변해가는 동판의 색은 주변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처음 대지를 보았을 때 주변의 땅, 특히 소나무와 전나무로 덮인 산의 색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재료를 찾게 되었죠. 부모님과 함께 세월이 흐를수록 눈 앞 자연을 더욱 닮아가는 멋스러운 건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한 선택이었어요.”

외부 데크와 목재 외장 부분에 별도의 페인트 마감이나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은 것도 모두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높은 천장고와 큰 창으로 실제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거실. 콘크리트 구조 자체가 내부 마감재로 사용되었다. 
눈높이에 맞춘 창들이 공간을 환하게 밝혀준다. 외부에 적용된 목재와 동판의 느낌을 집 안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거실과 주방에 설치된 조명의 경우, 구리와 콘크리트 재료로 만들어진 펜던트를 선택했다.  
거실과 열려 있는 주방 공간. 1층은 부모님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 모습 


“부모님은 주거 공간 이외 피정(避靜)의 공간과 독서 및 사색의 공간, 그리고 작은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을 요청하셨어요. 하지만 주어진 대지 안에 이 모두를 각각 독립된 건물로 짓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라 판단되었고, 유동적인 공간 사용을 통해 건물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죠.”

부모님의 의견이 반영된 약 33평 면적의 건물, 그 안으로 들어서면 노출콘크리트와 목재가 조화를 이룬 복층 구조의 내부가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진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서재를 두고 2층은 방 2개와 욕실을 배치해 두 층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주었다. 거실의 경우 부모님의 필요에 따라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실제 면적은 일반적인 거실 면적과 비슷하지만, 오픈 주방과 복층 구조로 인해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방 뒤편엔 작은 서재가 위치하는데, 문이나 벽으로 가리지 않았음에도 독립적인 배치로 인해 부모님이 조용히 책을 읽고 명상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충분하다.


주방 뒤로 배치된 서재 공간. 거실과는 또 다른 아늑함으로 많은 시간 이곳에 머물게 한다.


PLAN - 1F (72㎡)    /   PLAN - 2F (35㎡)


부모님의 침실. 침대 옆 긴 창을 통해 거실이 내려다보인다.
2층 복도 공간. 좌측엔 욕실, 우측엔 침실이 위치한다.    /   방과 이어진 발코니. 휴식을 취하기 좋은 이곳에 앉아 가끔 명상에 빠지곤 한다.
마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따뜻한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부모님. 집을 지은 덕에 더 행복감이 늘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  바닥재 : 이건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스페인)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그로헤 수전

주방 가구 : 맞춤 제작(buykitchen)

조명 : 매립등 및 외부등 - 필립스, 거실등 - Heals Cohen pendant lights(영국 수입), 거실 및 부엌등 - Gant lights(독일 수입)

계단재 : 집성목(화이트 오크)

현관문 : 이건 시스템창호  /  방문 : 재현 하늘창

붙박이장 : 맞춤 제작  /  데크재 : 19㎜ 이페목

책장 : vitsoe 시스템(수입)


주택의 주출입구. 지열보일러와 창고의 기능이 있는 기계실을 우측에 별도로 두었다.    /   길 아래서 본 집의 모습. 빛이 필요한 곳은 자연히 열고, 사생활 보호를 요하고 빛이 적어야 하는 부분은 내려 자연스럽게 연결된 입면의 선이 생겼다.  


“전원생활을 잘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봄에서 가을까지는 정원과 텃밭에서 가장 많이 머무르셨대요. 집에 초대되어 오신 분들도 이곳에서 잠시나마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시더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의 평범한 날들은 아들 내외가 지어준 집 속에서 특별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어선지 꼭 미리 봄을 만나러 이곳까지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벌써 부모님의 집에는 봄이 찾아와 있었다.


건축가_ QJArchitecture

최규호, 박증혜는 고려대학교 졸업 후 영국 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학업을 마치고 런던에서 QJArchitecture london으로 활동하며 실무를 쌓았다. 최규호는 영국 건축사로 현재 서울대학교와 강원대학교 출강 중이며, 박증혜 역시 서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02-473-5779 | www.qjarchitecture.com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3월호 / Vol.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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