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귿집

매거진 2017. 2. 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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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집의 기억

초록의 벽돌 외관 속에는 작은 마당이 숨어 있었다. 집안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가족만의 공간이자 이웃에게도 열린 따뜻한 공간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택의 정면 모습
남측 대문에서 안마당 그리고 거실을 관통하여 일직선 상에 놓인 북측 정방형 창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린다.  


초록의 논 한가운데 집을 짓는다는 것은 너무도 낭만적인 상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감상에만 빠지기엔 녹록지 않았다. 더욱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소 시외버스터미널로 인해 집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아파트 생활을 접고 어린아이들과 전원생활의 외부활동을 꿈꾸는 건축주 부부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보호된 외부공간이었다. 특히 어린 두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노부모님을 모실 예정이었으므로 집은 하나이면서 둘이어야 했으며, 또 하나의 바람인 집이 실제 면적보다 커 보였으면 한다는 요구는 외부공간이 마치 내부공간의 일부인, 즉 마당을 가운데 둔 ‘ㄷ’자의 평면구조를 가진 단층집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켰다.


마을 길, 안마당을 함께 비추는 원형 조명과 둔탁하게 매달린 나무 대문은 차분한 집의 이미지에 재미를 더한다.     /    남쪽을 향한 대문 및 담장은 온종일 그림자를 드리우며 시간의 변화를 담는다. 
북측에 자리 잡은 굴뚝은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두 아들이 집에 대한 기억을 만드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북도 음성군 / 대지면적 : 660㎡(199.65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축면적 : 132.51㎡(40.08평)

연면적 : 131.28㎡(39.71평) / 건폐율 : 20.08% / 용적률 : 19.89%

최고높이 : 4.43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0.6T 골강판

단열재 : 벽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120㎜, 압출법보온판 특호 120㎜, 지붕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180㎜

외벽마감재 : 비소성 흙벽돌, 스터코, 콘크리트 위 우레탄 코팅

창호재 : 레하우 80㎜ PVC 삼중창 SYNEGO(에너지등급 1등급) / 에너지원 : LPG

시공 : 르페르 한준석

설계 :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aoa architects) 서재원, 이의행


‘ㅁ’자에 비해 ‘ㄷ’자 평면은 한쪽이 단절되어 마주한 양쪽이 두 공간으로 명확히 분할되기 때문에 서로 간의 사생활을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두 공간을 연결하는 가운데 공간은 공유가 가능한 구조를 가지므로 여러 가지 면에서 부합하였다.

내부는 건축주 가족의 영역과 노부모 혹은 손님방 영역,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거실과 식당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각 필요한 향을 가지도록 배치하고, ‘ㄷ’자 공간으로 둘러싸인 마당의 나머지 한쪽은 큰 대문을 가진 담을 세워 안마당에서의 활동이 외부 시선으로부터 보호되면서도 어느 날은 활짝 열린 대문이 이웃을 반길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이렇게 집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안마당은 여름날에는 아이들의 물놀이터로, 가을밤에는 달빛 아래 바비큐 마당으로, 겨울에는 눈 내리는 풍경으로 집의 인상을 수시로 바꾸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내부공간과 일체화된다. 집안에서 지붕위가 보일 만큼 안마당 쪽으로 낮게 경사진 지붕은 마당의 개방감을 더하고, 내부와 마당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집 전체가 더 넓어 보이는 데 한몫한다.


SECTION
흰 벽으로 마감된 공용 공간은 거친 흔적이 남은 기둥과 대비를 이뤄 각 영역을 구분한다.     /    거실과 식당의 경계에 서 있는 기둥은 집의 중심적 역할을 함과 동시에 공간에 안정감을 준다. 
안마당과 공간을 공유하는 환한 거실


시골집

시골에 새집을 지어야 한다는 어쩌면 모순적인 상황은 도시의 택지개발지구에 신축되는 뽀얗고 말끔한 덩어리의 집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흔한 풍경, 박공지붕의 단층집과 창고, 그리고 단순한 형태의 비닐하우스를 같이 고려해봤을 때 익숙한 집의 형태와 재료를 약간은 비일상적인 방법으로 배치하게 된다면 동네에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간결한 ‘ㄷ’자 평면에 시골에서 지붕에 덧댈때 흔히 쓰는 골강판을 지붕 재료로 사용하고 육중한 벽돌 벽 위에 목재 서까래를 가볍게 내밀어 태우면서 한옥과 민가의 중간 감성을 주고자 하였다. 보강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다소 둔탁한 나무 대문과 안마당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담장은 거친 흙바닥과 함께 시골의 질감을 더 드러낸다. 이에 더해 거실의 미장 노출의 천장과 시공의 흔적을 드러낸 기둥, 굴뚝의 페인트 마감은 내부 공용 공간의 흰 벽면과 미려한 창호로 인해 대비를 더욱 드러내면서 서로 간의 균형을 맞춘다.


지붕 형태를 그대로 드러낸 미장 노출 천장면은 조명을 설치하지 않아 시원하게 흐른다.     /    채광과 조망을 고려해 실마다 넓게 둔 창
 창 밖 안마당은 내부 공간의 마감과 같은 흰색을 사용함으로써, 내부의 연장선으로 읽혀지도록 하였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KCC 페인트, LG하우시스 친환경벽지

바닥재 : 이건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인터바스

수전 등 욕실기기 : 양변기(인터바스, 대림), 수전(로얄토토, 이케아)

주방가구 : 이케아

조명 : 룩스몰, 비츠조명, 카르텔

현관문 : 스테인리스스틸 제작

방문 : 자작나무합판 제작

데크재 / 현관 바닥 : 고흥석 버너구이


ELEVATION 
아이방은 박공 천장으로 재미를 더하고 안마당을 통해 주방까지 시선이 통하도록 해 아이의 보호 관찰이 쉽게 했다. 


 건축주 가족의 주생활 영역인 서쪽에는 대문을 이용하지 않고도 드나들 수 있는 현관을 기능적으로 두었다. 
PLAN - 1F (131.28㎡)
은은한 빛으로 마을 길을 밝히는 주택     /    거실에서 바라본 눈 내린 안마당 


초록 벽돌집

남쪽을 향한 집의 정면은 마을 길의 가로등 역할을 하는 조명이 매달린 원형 개구부의 담장과 양쪽 두 공간의 측벽이 함께 배치된 입면으로 집의 네 면 중 유독 독특한 인상을 풍기면서 디귿집만의 존재감을 부각하지만, 집 사방을 일관되게 감싸고 있는 초록의 벽돌로 인해 전체의 통일감을 잃지 않는다. 도시에서 흔히 보기 힘든 초록의 외관은 여름에는 무성히 자란 푸른 들판에 숨어버리고 가을 수확 때의 황금 들판과는 대비를 이루면서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현관에 난 큰 개구부와 창틀로 보이는 석재 마감 그리고 육중한 굴뚝은 원경에서의 집에 대한 스케일을 흐린다. 집 주변을 둘러보며 단순한 평면에 재료는 동일하지만, 네 면이 모두 다른 입면을 발견하는 것은 이 집만이 가진 또 다른 재미다. 전체적으로 낮은 볼륨에 유독 올라온 굴뚝이 실제로 난방 기능은 하지 않고 단순 장식에 가까운 요소로 자리한 것은 기능 위주의 아파트를 떠나 어릴 적 시골집의 기억을 환기하는 상징적 표상의 의미를 갖는다.


집의 단순한 형태는 시골의 풍경 속에서 낯설지 않게 잘 녹아든다.


건축가_ 서재원, 이의행

서재원은 대한민국 건축사로서 현재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한양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의 겸임교수이다. 2014년에는 <건축의 메타게임> 책을 출간하였다. 이의행은 스위스 건축사로서 현재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소장이며,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의 외래교수로 출강 중이다. 010-5277-6914 | www.aoaarchitects.com


글_ 서재원

취재_김연정  |  사진_진효숙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2월호 / Vol.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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