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벽집

매거진 2016. 9. 2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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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으로 품은 바다

바다를 바라보며 시작하는 아침이 어느새 부부에게 일상이 되었다. 이곳에 집을 짓고 나서 찾아온 작은 행복이다.


대지 위 도로에서 바라보면 펼쳐진 바다의 풍경과 함께 바다를 향하고 있는 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정적인 모습은 낯설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게 마을 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다. 
배면의 단순함은 밝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인해 경쾌하게 바다의 배경 위에 그려진다. 


바다라는 것은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항상 일상을 넘는 존재이며, 바닷가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 위치만으로도 특별한 무엇을 꿈꾸게 한다. 울산 태화강변의 고층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부부가 바닷가를 찾으며 기대했던 것이 좋은 풍경과 여유로운 시간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대지를 가보고서 들었다. 건축주는 ‘바다를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바닷가의 강한 바람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이라는 다소 상충할 수 있는 내용을 원했고, 우리는 이것이 바다를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몇 가지의 방향을 논의한 끝에 바다를 향하는 명확한 모습을 드러내며 바다를 보는 시선을 이끌어 줌과 동시에, 바닷가와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줄 몇 개의 단단한 벽들로 만들어진 집을 계획했다.


굽이진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집의 모습 / 바다를 향하는 여러 개의 수직 벽들은 집의 구조를 이루며 공간을 나누고 연결한다.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간직한 주전동의 대지는 옛 동네의 땅들이 늘 그렇듯, 불규칙하게 생긴 좁은 경계를 이웃집의 담장과 골목길에 맞대고 있었으며, 굽이진 골목을 따라 두 집을 지나야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주변 땅의 높낮이 탓에 바다 반대쪽의 한참 높은 도로에서는 대지가 훤히 들여다보였고 정작 대지에서는 몇 걸음 앞의 바다를 볼 수가 없었다. 그리 크지 않은 비정형의 땅에 최대한 바다를 면할 수 있을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의 평면을 그리고 건물을 높여 단층인 앞집을 넘어선 높이의 모든 공간이 바다와 대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건축주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주차장은 바다 쪽 방향의 골목에 면해 배치되어 그 상부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높이의 꽤 넉넉한 테라스를 만들어 주도록 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울산광역시 동구 주전동 / 대지면적 : 248.00㎡(75.02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 건축면적 : 105.18㎡(31.81평)

연면적 : 225.52㎡(68.21평) / 건폐율 : 42.41%

용적률 : 77.15%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10.9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 스페니시기와

단열재 : 벽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90㎜, 지붕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45㎜

외벽마감재 : 비소성 흙벽돌(옐로우) / 창호재 : LG하우시스 24㎜ 로이복층유리 시스템창호

에너지원 : 가스보일러 / 총공사비 : 4억4천만원

시공 : b2shapes | 02-554-2122   www.b2shapes.com

설계담당 : 김아름, 김계숙

설계 : 김효영(김효영 건축사사무소) 02-400-0275   |   www.khyarchitects.com, 최진영(b2shapes)


바다 반대쪽에 공간의 배경이자 듬직한 뒷모습이 될 하나의 긴 벽을 세우고 그 앞으로 바다를 향하는 여러 개의 짧은 벽들을 세워 그 사이의 공간들이 온전히 바다를 향하도록 하였다. 구조이기도 한 이 벽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 독립되어 저마다의 형태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하며 다른 크기의 공간을 지탱한다. 골목에서 뒷벽을 따라 꽤 깊은 안쪽의 대문을 열며 이 집의 경험은 시작된다. 긴 벽을 따라 짧은 벽의 켜를 관통하며 연속되거나 곡선의 벽을 따라 계단을 오르기도 하며 높게 솟은 공간에 벽과 벽을 연결한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모든 공간에서 벽들 사이로 함께 펼쳐지는 바다의 다채로운 풍경을 가진다. 벽은 실내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창을 넘어 확장되며 내외부 감각을 무디게 한다. 이 집에서 밖을 보는 것은 벽에 창을 내어 보는 것이 아니라 벽의 사이에 서서 보는 외부에서의 경험과 같은 것이어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어준다. 또한, 이 날개벽들은 마치 팔을 뻗어 보호해주는 것과 같이 주변의 시선에서 내부공간을 적당히 가려주며 그 단단함으로 인해 보호받는 듯한 안락함을 제공한다.

SECTION
벽으로 둘러싸인 원형 계단이 집의 중심을 수직으로 이어준다. / 1층은 남쪽의 안마당을 향해 열려 있다. 
주방가구를 설치해 활용도를 높인 손님방 / 식당에는 벽 쪽으로 주방가구를 배치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벽면 - 도장(antico stucco), 천장 - 수성도장, 무절히노끼목

바닥재 : 토탈석재 천연대리석, LG하우시스 강그린 SUPER / 욕실 및 주방 타일 : 토탈석재 복합타일, 윤현상재 폴리싱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그로헤, 콜러, 아메리칸스탠다드, 듀라빗 / 주방가구 : 한샘 키친바흐

조명 : 아트인루체, 필립스 LED / 계단재 : 에쉬 집성목

현관문 : 우진광덕방화문 / 방문 : 방문 - 미가 주문제작, 중문 및 화장실문 - 황동금속 주문제작

아트월 : 토탈석재(FIOR DI PESCO) / 붙박이장 : 한샘 프린츠 시리즈

데크재 : 방킬라이 원목


2층 거실과 남측 창의 모습 / 높은 천장의 거실은 수직으로 뻗은 벽돌벽의 느낌을 극대화한다. 브릿지와 천창, 대리석 등 가장 많은 조형요소와 재료가 모인 공간이다.
 PLAN - 1F (100.45㎡)
PLAN - 2F (64.26㎡)
PLAN - 3F (60.81㎡)


주차장 상부는 식당에서 이어져 바다를 볼 수 있는 넉넉한 테라스가 되었다. / 내부는 긴 벽을 따라 짧은 벽들의 켜를 관통하며 연속된다. 
거실과 위를 가로지르는 브리지, 집을 밝게 비춰주는 천창이 공간을 풍성하게 한다. / 벽에 의해 구획되어 벽돌의 마감이 따라 들어 온 안방 화장실 
3층 안방은 2층 식당과 같은 구조지만 높이에 의해 더 멀리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  


벽을 마감한 밝은색의 굽지 않은 흙벽돌은 두꺼운 흙담과 같이 집을 버티고 있는 벽의 구조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부드러운 흙의 표면은 벽을 따라 내외부를 관통하며 내부로 빛을 끌어들인다. 빛은벽의 간격과 형태, 시간에 따라 부드럽거나 단호하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 음영을 통해 각각의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을 깊게 한다. 서쪽의 벽은 창을 갖지 않은 탓에 오후에는 2, 3층의 보이드를 따라 크게 뚫린 천창이 집을 밝게 하고, 내부 마감은 벽을 따라 들어온 벽돌과 마루 이외에 크게 없지만 보이드의 한쪽 면을 마감한 대리석이 천창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을 때면 꽤 사치를 누리는 듯하다. 외부는 양쪽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지며 바다를 향한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바다의 반대쪽은 변하지 않는 뒷모습과 같은 묵직한 존재감을 보이며, 바다를 향한 쪽은 벽의 깊이로 인해 해와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듯 다양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주말주택인 이 집은 사람이 없는 동안에도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김효영>


집들 사이로 고개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는 주택의 모습


건축가_ 김효영, 최진영

김효영은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외래교수이며, 2014년 김효영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이래 다양한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진영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디자인그룹 b2shapes의 대표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단국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과 외래교수이다.


취재_김연정   |   사진_황효철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9월호 / Vol.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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