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입력 2016. 5. 25. 09:34 수정 2016. 5.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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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의 이름을 꺼내면 늘 질문이 뒤따른다. “어떤 정유미?” 동명의 두 여배우를 구분 짓는 무수한 단어 사이에서 우리가 ‘좀 더 신인’이라고 수식했던 그 정유미는 실은 긴 무명의 시간을 인내한, 데뷔 14년 차 배우다. 여기, 그것 말고도 그녀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

고혹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  재킷 78만8천원 하나차 by 디누에. 

중성적인 매력과 여성스러움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정유미. 셔츠 18만7천원, 랩스커트 17만8천원 모두 렉토. 

슈트가 꽤 잘 어울려요.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은 옷이네요. 원래 거부감이 조금 있었거든요.왜요?엄마가 티 쪼가리 말고 정장 좀 입고 다니라고 해서요. 잔소리 들으면 괜히 반항심이 생기잖아요. 새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에서 검사로 나오잖아요. 그동안의 여성스러운 모습과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미리 그려보고 싶었어요. ‘여경’을 꼭 남성적인 인물이라고 할 순 없지만 단단한 사람이에요. 어린 시절 눈앞에서 부모를 잃거든요. 그 상처를 안고 보육원에 들어가 친구들의 아픔까지 감싸주는 여자예요. 대나무처럼 강하지만 언젠가는 부러질 외로운 사람이죠.풍파가 많은 인물이네요. 전작 촬영 끝낸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좀 쉬었어요? 아뇨. 바로 새 드라마 감독님 만나고, 대본 리딩하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지치지 않아요?이 작품이 끝나면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에요. 이전 인터뷰에선 매번 “쉬기보다는 지금처럼 달리는 속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라는 대답을 했어요. 왜 마음이 바뀌었어요?변화나 전환이 필요한 타이밍이 온 것 같아요.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폭의 도약을 하려면 쉼표가 필요하달까? 그런데 욕심나는 작품이 바로 들어오면 또 확 뛰어들지도 모르죠.

그녀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유니폼처럼 사수한다고 했지만 각이 날카롭게 선 슈트가 누구보다 잘 어울렸다.재킷 52만8천원, 팬츠 38만원 모두 레하 by 디누에.

촬영하다가, 혹은 휴식을 취할 때 자주 깊은 생각에 잠기던 그녀.재킷 1백75만5천원, 팬츠 87만5천원 모두 라펠라. 스틸레토 힐 19만8천원 레이첼 콕스.

내내 웃던 그녀는 금세 서늘한 표정으로 촬영장의 공기를 바꾼다.셔츠 75만원, 슬랙스 1백만원 모두 폴스미스. 

어떤 ‘쉼표’를 찍고 싶어요?연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카메라 대신 관객의 눈앞에서 제 안의 에너지를 발끝부터 끌어올려 발산해보고 싶거든요. 

놀라운 답변이네요. 직장인으로 치면 그건 휴가가 아니라 이직이잖아요.나 워커홀릭인가? 하하. 일을 쉬지 않고 해온 건, 잠깐의 멈춤이 영원히 멈추는 것이 될까 봐. 지금까지 쌓아온 걸 다 잃고 잊힐까 봐 두려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보통 배우들은 이전 캐릭터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다음 작품에 들어갈 땐 어떻게 준비해요? 전작에서 팽팽하게 유지했던  긴장감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준비하는 편이에요. 오디션을 많이 보면서 생긴 습관이 있는데, 대본을 디테일하게 분석해요.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도면처럼 구조화한달까? ‘이 신은 내가 맡은 인물의 절정을 표현할 수 있는 굵직한 장면이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요. 

생각보다 이성적이고 치밀하네요. 어제 김명민 오빠를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극을 이끄는 배우는 감정 분배를 잘해야 된다. 진짜 중요한 감정선을 위해 나머지는 약간 힘을 빼는 것이 좋다.” 연기를 덜 한 듯한 느낌, 그래서  찜찜한 기분이 들면 되레 잘한 거래요. 그 얘길 들으니까 안도감이 들었어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어요? 좋은 영화를 보면 엄청난 자극을 받아요. 가슴이 터질 것 같으면서 ‘나도 저런 연기를 해야겠다!’ 이래요. 요즘엔 자비에 돌란 감독에 빠졌어요. 한 감독이나 한 배우한테 꽂히면 그 사람만 파거든요. 

뭘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다 일이네요. 노는 얘기도 좀 해보죠. 액티비티를 되게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요즘 관심 있는 건 뭐예요? 서핑이오! 틈날 때마다 서핑 동영상을 찾아봐요. 쉬는 날 해보려고 벼르고 있어요.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도전적이네요. 호기심도 많고. 네. 겁이 별로 없어요. ‘해보다가 아니면 말지’란 주의예요. 세상엔 즐길 거리가 정말 많잖아요. 평생 살면서 진짜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이 있어요. 요즘 도예 작업에도 관심이 생겼는데요, 내가 먹을 밥그릇과 국그릇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에게 선물할 것도 만들고. 너무 좋겠죠? 

눈빛이 막 빛나는데요? 지금까지 했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사랑보다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라고 아주 일관되게 답했더라고요. 그래도 결혼 적령기의 아름다운 여성이잖아요. 사랑에 대해 그려본 그림이 있을 거예요. 음,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윤정희 선생님의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부부가 손을 꼭 잡은 채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기도 하는 장면을 봤어요. 딱 그 그림이에요. 그저 사랑으로 충만한 소박한 노부부의 뒷모습. 나의 인생의 장면 속에서 저런 뒷모습을 가질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Editor 류진 Photographs by Park Ja Wook Stylist 조보민 Hair 아름(순수) Makeup 박지혜(빈) Assistant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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