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열린 공간, 전주 붉은 벽돌 박공집

글 임용민 취재 김연정 사진 은호석 2014. 10. 3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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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시선

내부에 들어서면 가족의 일상이 반영된 공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함보다는 평범함을 택한 네 식구의 박공지붕집이다.

붉은 벽돌 박공집은 중소도시와 한적한 농촌의 경계에 위치한 주택이다. 대도시 인근의 주택지에 지어지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집들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으로, 단순하고 명료한 주택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설계를 시작하였다.

첫 번째, 재료의 선택. 벽돌은 농촌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가장 익숙한 외장 재료이다. 벽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조적의 아름다움과 표현의 다양성, 단단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내구성에 비하여 값싼 자재로 전락하여 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담고 싶었다. 주변에서 그저 그런 건물로 비추어질 위험이 있는 선택이었지만, 넓은 대지가 품은 건물의 비례감이 재료 본연의 중후함을 강조시켜 모악산에서 시작된 거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는 강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두 번째, 조형의 선택. 지붕은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혹서와 혹한에 적응하는 제일 단순하고 전통적인 선택으로, 박공의 형태이다. 건물의 모양을 그대로 받아 올린 처마 없는 박공은 건물의 순수한 형태를 강조하기 위함이며, 더불어 2층(5m)과 지붕의 높이(2m)로 인해 땅에 깊게 박힌 형상이 된다. 건물 외부에서 벽돌 면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첨부된 요소는 하나도 없고 반대로 남측 창호의 면들이 내부로 들어옴으로써 처마와 같은 효과의 개구부를 이루어 각기 다른 입면을 구성한다. 서측의 박공지붕과 삼각형의 창호는 서재에 저녁노을을 그대로 받으며 집 안 전체에 석양을 드리운다.

세 번째, 건축주의 선택. 건축주는 고등학생, 대학생 아들 둘을 둔 교수 부부이다. 첫 만남부터 강조한 부분은 남편이 글을 쓰는 서재에서 부인이 요리를 하는 부엌이 보였으면 한다는 것과 내•외부의 모든 부분이 되도록 가리는 곳 없이 한눈에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선택은 간단했다.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동시에 보이도록 열어 놓았다. 2층의 서재, 1층의 거실, 식당, 부엌을 7m 높이의 공간에 열어, 박공의 대공간을 하루 종일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계획이 건축주가 제일 만족해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2층을 가로 지르는 긴 책장 복도와 벽에 붙은 계단, 흔히 볼 수 없는 큰 원형 링의 조명, 슬립한 벽난로까지 어우러져 큰 틀의 공간에서 다양한 장소들을 제공한다.

위 세 가지 선택은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강한 건축가들의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 일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의견을 솔직하게 받아들인 약한 건축의 결과이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생각들이 좋은 건축주와 건축가를 만난다면, 건축의 거주성은 지속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건축가 임용민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라 빌레트 국립건축 6대학에서 수학하고 프랑스건축사자격증(DPLG)을 취득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한 건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일상의 건축을 도시 속에서 새롭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공공성을 넘은 공유•집합•거주라는 주제로 건축교육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작품_ 전주 제니스빌딩, 당진 김대건신부기념성당, 완주 운암주택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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