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갈 거니, 이성경

2014. 8.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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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고 벗는 일이 자연스러운 모델 이성경이 배우의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녀의 모래시계가 또다시 움직인다.

튜브 톱 드레스는 Ralph Lauren Collection.

레드 컬러의 크롭트 카디건과 컬러풀한 스윔웨어, 진주 장식의 뱅글, 모두 Chanel.

WHO'S SHE ?

1990년 출생. 2008년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톱 11에 뽑히면서 모델로 데뷔. 다수의 서울 컬렉션 쇼 무대와 광고, 매거진 촬영을 하던 차 SBS 드라마 < 괜찮아, 사랑이야 > 에 캐스팅돼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

YG 소속 배우로 드라마 < 괜찮아, 사랑이야 > 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맨 먼저 < 엘르 > 에 전한 모델 이성경과의 만남을 앞두고 속된 말로 '배우답게' 그녀를 재조명할 일이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촬영 당일 에디터의 지령은 단 하나. "깊이 있는 배우의 얼굴을 표현해 주세요." 익히 볼 법한 포즈를 버리고 이성경의 '리얼'을 보여달란 요구를 수차례 쏟아냈다. 그리고 앵두처럼 붉은 입술을 앞으로 내민 채, 이상적인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매혹적인 눈빛을 발산하는 뷰파인더 속의 모습(정말 예뻤다!)이 오랜 경력에서 비롯된 그녀의 '연출'일 거라 멋대로 단정지었다. "저 원래 이래요. 학교 다닐 때도 매일 이렇게 오버하면서 놀았어요(웃음)!"

케이트 모스

못지않은 근사한 분위기의 포트레이트 컷을 뚝딱 완성해 낸 이성경은 19세 때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톱 11위에 들면서 자연스럽게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유수의 쇼와 매거진 화보 촬영으로 커리어를 다지기 전엔 활달한 성격과는 조금 상반된(!) 이미지지만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맹렬히 건반을 두드렸다. "일곱 살 때 처음 피아노 앞에 앉은 뒤로 10년 넘게 피아노만 쳤어요. 고3 때 과외 선생님이 경험도 쌓을 겸 출전을 권유하셔서 슈퍼모델대회에 나갔는데, 운 좋게 수상까지 하게 된 거죠. 반에서 오락부장 역할을 도맡아 했어도 모델이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어요." 도도한 외모와 달리 말괄량이 막내딸 같은 기질로 고등학교 축제 땐 반 대표로 무대에 올라 막춤 추는 일도 예사, '모델링' 역시 놀이의 연장선처럼 즐거웠기에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한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노출되면 대다수의 사람이 움츠러드는 게 보통이건만 단 한 차례도 두려운 순간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저는 뭐든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오늘 촬영이 즐겁기 위해 제 몸 관리도 하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나를 자신 있게 가꿔야 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또 얼마나 즐겁겠어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 즐겁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생기죠.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돈 버는 행위로 전락하게 되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어요." 인터뷰하는 동안 내심 그녀에게 부러웠던 점은 당당한 자기표현 능력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읽고 적절하게 반응할 줄 아는 태도, 의외로 타인의 눈에 신경 쓰기 바빠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그에 반해 그녀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단적인 예로 팔로어가 10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heybiblee)만 봐도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각종 기예(?)를 선보이는 그녀의 컬러풀한 일상이 별다른 필터링 없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일을 하면서 생각이 오픈된 건 사실이에요. 특히 모델계엔 개성이 강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많잖아요. 원래 그 사람이 보유한 매력과 성격을 잘 어필할 때 더 빛을 발하는 직업이니까요. 어떤 틀 속에 갇혀 아름다움이나 좋은 성격을 정의하기보다 원래의 저를 좀 더 받아들이고 발견하려는 태도를 갖추게 된 것 같아요." 참고로 그녀의 인스타그램엔 평소 '걸스 힙합'을 사랑해 춤추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나, 사교적인 성격으로 친하게 지내는 남자 모델 '오빠'들과의 '움짤'이 가득하니 체크해 볼 것. 타고난 '끼'가 많다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그녀가 최근엔 드라마 < 괜찮아, 사랑이야 > 에도 캐스팅됐다. 모델 활동만큼이나 적극적으로 보낸 대학 시절도 거의 막이 내리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커지던 차에 찾아온 반가운 기회다. 그녀가 연기하는 '오소녀'는 자퇴 후 방황하는 시기를 거치다 정신과 상담을 통해 차츰 세상과 교류하고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다. "드라마에 들어가게 된 스토리가 조금 생뚱맞아요. 우연히 제 화보를 본 김규태감독님의 따님이 절 추천해서 오디션을 보게 된 거거든요. 마침 참신한 얼굴을 찾던 감독님도 저한테 호감을 느끼시고 기회를 주셨고요. 얼마 전 조인성선배와 첫 촬영을 마쳤어요." 마니아층이 두터운 노희경작가의 신작으로 조인성, 공효진등이 출연하면서 캐스팅의 면면 역시 화려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점쳐지는 드라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이성경이 데뷔작으로 < 괜찮아, 사랑이야 > 에 합류하게 된 건 확실히 누구나 부러워할 지점. "좀만 힘이 들어가면 작가님은 연기하지 말라고 하세요. '너처럼 해, 연기하지 말라니까 왜 연기를 해' 이렇게 말씀하시죠." 다양한 인간 군상이 저마다 다른 이슈로 정신과를 찾고 그룹 상담을 '골자'로 전개되는 스토리의 드라마에서 늘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슴에 담고 사는 그녀가 극중 배역에 몰입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저에게도 짧게 슬럼프가 왔어요. 어떤 목적을 띠고 저한테 다가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상처를 좀 받았죠. 늘 밝아 보이니까 상처도 안 받는 줄 아는 거예요. 물론 지금은 다 극복했고 다이어트만 하면 돼요." 최근 살이 좀 쪄서 고민이라, 당분간 맛집 탐방은 금지한 채 열심히 일만 하겠다는 게 그녀가 밝힌 포부. 조금 더 나아가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품고 있다. "어쨌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세상에 워낙 재미있는 일이 많잖아요. 그러고 보니 카페에 가서 다이어리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게 필요해요. 요즘 그런 시간을 못 가져서. 계획 세우고 점검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사랑하는 걸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선 자기 집중력이 무엇보다 강해야 한다는 걸, 현명한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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