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약 먹어"란 말은 틀렸다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2015. 7.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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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고 말하면 "밥 챙겨 먹고 약 먹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약은 식후에 먹는 거라는 일반적인 관념에서 비롯된 말이다. 하지만 약마다 먹는 시간이 다르다.

하루 한 번 먹는 약은 대부분 아침에 먹어야 효과가 잘 난다. 대표적인 게 갑상선호르몬제다. 몸속 호르몬은 보통 기상시간에 맞춰 분비되니, 약 효과를 몸의 자연적인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서다. 하루 한 번 먹는 혈압약도 아침에 먹는 게 좋다. 혈압이 가장 높은 기상 직후에 약 효과를 크게 누리기 위해서다.

당뇨병약 중 '글리네피라이드'라는 성분이 들어있는 건 식전에 먹어야 한다. 이 성분은 혈당이 오르는 걸 막아서 몸속 혈당이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게 돕는다. 식후에는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미리 약을 먹어서 효과를 퍼뜨려야 한다.

위장약 중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종류도 식전에 먹어야 한다. 이 약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분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돼 속이 쓰리다. 밥을 먹으면 이를 소화하기 위해 위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되므로 미리 약을 먹어서 위산이 덜 분비되게 만들어야 한다. 위장운동 조절 약은 식전에 먹어야 소화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나 효소 분비가 원활해진다.

'캡토프릴' 성분이 든 혈압약, 결핵약, 골다공증약은 음식물과 만나면 약물이 몸에 잘 흡수되지 않으므로 식전에 먹어야 한다. 항균제도 마찬가지다. 음식물과 만나면 일부 약 성분이 식품 중 칼슘과 결합해 화합물을 만들어, 약효가 떨어진다. 식욕을 돋우는 약도 식전에 먹어야 효과가 크다.

철분제를 먹으면 속이 쓰린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는 약을 식후에 먹어야 한다. 위 안에 음식물이 들어있으면 증상이 덜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만나면 흡수가 잘 되는 항진균제(이트라코나졸)도 식후가 적당하다. 당뇨병약 중 메트포르민과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소화효소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억제되는 경우가 있다. 식전에 먹으면 약효가 퍼져서 밥 먹는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식사 후에 먹는 게 좋다.

종합감기약, 코감기약 중 항히스타민 물질이 들어있는 약은 일상생활이 끝난 저녁에 먹는 게 좋다. 졸음, 나른함, 집중력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약도 그렇다. 이 약은 종종 혈관을 확장하는데, 이로 인해 서있을 때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며 어지럼증이 생기는 기립성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저녁에 약을 먹으면 부작용 예방이 수월하다. 몸속 콜레스테롤은 보통 자정에서 새벽 3시 사이에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고지혈증약을 저녁에 먹고 자면 콜레스테롤의 과도한 합성을 예방할 수 있다.

약 먹는 시간을 깜빡했던 걸 깨달은 순간,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린다. 이럴 땐 다음 약 먹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셈해보면 된다. 다음 약 먹을 시간이 약 복용 간격의 절반이 넘었다면 먹지 말고, 절반이 안 넘었다면 즉시 챙겨 먹으면 된다. 예를 들어 하루 한 번 먹는 약은 약 먹는 주기가 24시간이니 다음 약 먹을 시간이 12시간 이상 남았다면 챙겨 먹고, 12시간도 안 남았다면 약효가 너무 세지지 않도록 그냥 거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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