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이사람] 박상은 안양샘병원 원장 "생명존중 인식, 건강한 사회의 뿌리"

정명진 2015. 3. 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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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풍토가 사람 생명보다 물질을 우선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입니다."

최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4기 위원장에 위촉된 안양샘병원 박상은 의료원장은(사진) 9일 '생명존중 문화'가 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읜 후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의사가 된 후 다른 의사와 달리 생명윤리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1994년 미국으로 연수를 간 박 의료원장은 2년간 세인트루이스대학 생명의료윤리센터에서 공부하게 된다. 또 기독교 신학대학원에서 윤리학도 함께 공부했다. 당시는 의사들이 생명윤리에 관심을 갖지 않던 시기였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생명윤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다. 또 황우석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관한 윤리 논란은 이를 사회적 관심으로 이끌어냈다. 이후 보라매병원의 환자 자발 퇴원 후 사망사건, 세브란스병원의 김 할머니 호흡기 제거 논란사건 등 꾸준히 의료윤리가 사회문제화됐다.

박 의료원장은 미국 병원에서 의사, 레지던트, 간호사들의 역할이 윤리적인가 끊임없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병원 규정이 바뀌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한국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 사안을 놓고 미국에서는 사람의 생명윤리에 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런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와 2001년 안양샘병원 원장이 된 이후 의료윤리위원회를 만들어 10년째 운영 중이다. 지금도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중소병원에서는 의료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관계 병원인 샘여성병원에서는 개원 이후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병동도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혼수 상태인 말기 암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논의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인간배아 연구, 유전자 검사 등의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기구다. 박 의료원장은 앞으로 3기에서 진행한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생명존중헌장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3기에서는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 호스피스법 제도 등이 진행됐다.

4기에서 가장 관심을 가질 분야는 '국민의 생명존중 인식'이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생명존중헌장을 만들고 온 국민이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온 국민이 생명존중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다면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린이집부터 초·중·고 학생, 노인대학에 이르기까지 생명존중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아프리카미래재단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프리카에선 주삿바늘이 없어 아이들이 주사를 맞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생명이 소중히 다뤄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게 박 의료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생명존중은 사람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실험실에 있는 인간 배아부터 원칙대로 진행돼야 보호받고 지켜낼 수 있다"며 "선진국은 생명존중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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